사망률 1위 머지않았는데 국가암검진에도 없는 췌장암·담도암

췌장담도학회, IPBM 2024 기자간담회서 췌장암 등 극복방안 강조 "췌장암‧담낭‧담도암, 연 2만건 발생…5~10년 내 사망률 1위 예상"

2024-04-08     유지영 기자

2023년 주요 암 중 췌장암과 담도암은 사망률 각각 4위와 6위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됨에 따라 5~10년 내 사망률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위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 폐암 등은 국가암검진에 포함돼 있지만 췌장암과 담도암은 암검진 대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며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인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췌장담도학회는 지난 5일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중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췌장, 담도 분야 의료 현장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췌장담도학회 이진(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이사장은 "식단의 서구화로 비만 환자가 증가하면서 췌장·담도 분야의 대표적 질환인 담석증을 앓은 환자가 2011년 11만명에서 2022년 24만명으로 2배 증가했다"며 "전체 담석 환자 중 10~25%에서는 복통 등의 증상이나 급성 담낭염·담도염, 담석성 췌장염 등의 합병증을 경험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췌장담도학회 이진(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왼쪽) 이사장과 서동완(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차기 이사장

이 이사장은 또 "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은 담낭암, 담도암, 췌장암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최근 췌장암, 담도암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췌장암과 상당수가 간암으로 분류되고 있는 담낭·담도암을 합치면 연간 2만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췌장암으로 인한 사망이 4위, 담도암으로 인한 사망이 6위에 이를 정도로 불량한 예후를 가지는데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2024년 이미 사망률 1위 질환으로 올라섰다"면서 "우리도 5~10년 내췌장암·담도암이 사망률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췌장암·담도암은 내시경적인 치료에 따라 환자의 생존기간이 2~4배가 증가할 정도로 내시경 수술이 중요한데 소화기내과를 전공하려는 의사가 적고 시술 자체가 위험하다보니 의료사고에 대한 대비도 마땅치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췌장, 담도 내시경 시술은 굉장히 위험하고 어렵다. 열심히 해도 합병증이 많아 한 달에 서너 번은 발 뻗고 못 잔다"면서 "그러나 의료 사고에 대한 대비도 마땅치 않고 적절한 수가가 보장되지 못하다보니 지원을 하려는 사람이 적다"고 토로했다. 

췌장담도 분야 교수 5~10명 정도가 곧 은퇴를 하게 되지만 이 분야를 전공하려는 펠로우는 3~4명에 불과하고 이들마저도 대학병원에서 췌장, 담도 질환 분야를 계속 맡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이에 이 교수는 위험하고 어려운 시술을 했을 때 적절한 수가를 보전해주고,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특례처리법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에 암을 진단해 치료할 수 있도록 국가암검진을 췌장암, 담도암 분야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췌장암이나 담도암 같은 경우 전구 병변을 찾을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 국가검진 사업에 들어와 있지 못한데 폐암의 경우도 20년 전에는 췌장·담도암과 똑같은 처지였다"면서 저선량 CT를 국가암 검진에 도입, 고위험군인 환자에 대해서 선별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천했다. 

서동완(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차기 이사장은 "국내 암 검진 사업의 경우 장기별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정기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복부 골반 CT를 찍으면 간은 물론 췌장, 담도, 대장, 자궁, 난소, 전립선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면서 "전국민이 2년에 한 번씩 CT를 찍어 전체적인 암에 대해 한번에 훑어볼 수 있게 하는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