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진료 역량 붕괴 시작…정부가 내놓은 대책 "아무 효과 없다"
응급의학회 "현장 떠난 전공의 대체 불가능…단기 대책 없어" 사태 길어지면 남은 전문의들마저 사직…"政, 협의 나서야"
응급의료와 연결된 모든 진료 역량이 무너지고 있다. 환자 전원조차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아무 효과가 없다." 응급의학과는 정부 스스로 응급의료 체계를 무너뜨린 것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현장 요구를 수용하라고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7일 대한의사협회 용산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응급의료 붕괴 위기를 경고하고 "정부가 자세를 바꾸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발해 떠난 전공의는 "그 누가 와도 대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응급실 자체 역량은 물론 배후 진료와 최종 진료 역량까지 망가지고 있다. 최종 진료를 담당한 대학병원 교수들이 소진되면서 진료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 그 타격은 다시 응급실로 돌아온다"고 했다.
이 회장은 "2월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이번 사태는 향후 5~10년 이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을 '뉴노멀'로 규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게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최소한 10년 후를 내다보고 응급의료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응급의료 목표를 상정하고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하고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료 붕괴를 잠시라도 막을 "단기 대책은 없다"고 했다. 수련과 진료 현장을 떠난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5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그 누가 와도 대체할 수 없다. 전공의 역할을 대신할 방법은 현재로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이 회장이 공개한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성명도 "전공의가 자발적으로 돌아올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이 사태의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과 비대위는 "정부가 다급하게 내놓은 정책은 현장과 아무 상의나 교감 없는 졸속 탁상행정이다. 비대면 진료와 PA 업무 확대는 물론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파견, 은퇴 의사 재취업은 응급의료 현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응급의학과 비대위는 "이번 사태 해결에 쓴 돈이 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급 권역외상센터 2~3개를 지을 돈이다. 사태 발생 전에 이 돈을 필수의료 현장에 투입했다면 문제가 이토록 심각해지지는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정부는 "남은 의료진과 환자 고통을 외면하고" 오로지 "전공의 복귀만 주장하는 무능력"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대책이란 "전공의가 돌아오고 교수는 나가지 않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느냐"고 했다.
응급의학과 비대위는 "이미 인턴이 임용을 포기해 향후 5년간 응급의학과는 전공의 부재를 감당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도 없어 보인다. 응급 환자는 전세기를 태울 수 없다. 응급의료는 이미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더 이상 정치적 시간 끌기를 중단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 행동을 준비할 것이다. 지난 30년간 피땀 흘려 지킨 응급의료 체계는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며 "서로에게 시간이 남지 않았다.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를 백지화하고 의료계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진지한 협상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