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에서 ‘엔허투’ 급여 한 달…의료진 아쉬움 여전한 이유
임석아‧박연희 교수, 엔허투 급여 적용 후 소회 밝혀 “급여 기대한 일부 유방암 환자, 빈손으로 돌아가기도” HER2 저발현 국내 승인 기대…“폐 독성 관리 주의해야”
이달부터 유방암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이뤄지면서 임상 현장에서는 화색이 돌고 있다. 다만 이번 급여 적용이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세계유방암학회 및 한국유방암학회 학술대회(GBCC 2024)가 열린 가운데 학회장에서 만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엔허투 급여화에 대한 반가움을 드러냈다.
박연희 교수는 “환자들이 엔허투를 사용해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적 부담으로 약을 구입하지 못했던 환자들도 이제 사용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그동안 엔허투 약가를 전부 부담해야 했던 환자들이 참 좋아한다”고 진료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며, “이 약을 쓰지 못해 돌아가신 분들이 생각난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 엔허투 급여 적용이 이뤄진 점에 대해 두 교수 모두 남은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과 비교해 HER2 음성으로 치부되는 HER2 저발현 환자들은 약제 선택의 폭이 더 제한적인 상황. 두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엔허투의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적응증을 승인할 경우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석아 교수는 “급여화 이전부터 많은 환자들이 엔허투 사용을 갈망했었는데 이제는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도 “지금은 HER2 과발현된 환자들에게만 보험 급여가 이뤄지고 있는데 HER2 저발현 환자를 대상으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빨리 승인을 내줘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연희 교수는 “지금 환자와 환자,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약간의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 HER2가 양성이냐 음성이냐에 따라 같은 병을 앓더라도 어떤 환자는 지원을 받고 어떤 환자는 그렇지 못하다. 심지어 병명도 같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 환경을 설명하는 건 오롯이 의사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엔허투 임상 결과가 박수갈채를 받은 지도 2년이 지났는데 국내에서는 아직도 해당 적응증 투여가 불법”이라며 “엔허투 급여 적용 대상인 줄 알고 찾아왔다가 무척 실망하고 돌아가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를 보는 입장에서, 엔허투를 쓰면 예후가 좋아질 만한 환자들이 눈에 보이는데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임석아 교수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급여 적용 이후 엔허투 약가가 전 세계에서, 개발국인 일본보다도 더 싼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약가의 95%를 감당하려면 HER2 저발현 적응증이 국내 승인을 받더라도 보험 급여가 되기까지는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보다는 환자의 자기 부담을 높이더라도 빨리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한다”고 제안했다.
두 교수는 엔허투 처방과 관련해 의료진과 환자가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석아 교수는 “폐 독성을 잘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엔허투가 일반적인 표적 치료제처럼 사용이 편한 약은 아니다. 구역감, 구토 등이 심하고 탈모도 나타난다. 그렇지만 생존기간을 늘려줄 수 있기 때문에 경험 있는 의료진이 특정 환자를 잘 선정해서 처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연희 교수도 “엔허투 사용이 유행처럼 번지는 경향이 있는데 독성 관리를 염두에 둬야 하고 그럴 준비가 돼 있는 상태에서 사용해야 한다”며 “간질성 폐질환(ILD) 증상을 늘 의심해야 하고 어느 시점에서는 약을 끊는 걸로 부족해서 추가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의료진이 사용해야 하는 약제”라고 짚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