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영의 위암 올댓가이드] 진짜 무서운 위암 '보르만 4형 위암'의 실체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45세 여성 A씨는 소화불량과 잦은 포만감, 체중감소 증상이 있어 내과 의원을 찾아 위 내시경검사를 받았다. 위 점막의 주름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있어 조직검사까지 했는데, 결과는 염증으로 나왔다. 의사는 조직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으니 약을 먹고 1개월 뒤 내시경검사를 다시 받을 것을 권고했다.
약 복용 후 증상이 좋아진 A씨는 한달 후 검진 예약을 무시하고 지내다가 6개월 뒤 악화된 증상으로 위 내시경검사 재검을 했다. 결과는 4형 위암이고 복막전이가 진행된 4기 위암이었다.
같은 위암이라고 해도 그 성격과 예후가 매우 다른 형태의 위암이 있다. 바로 보르만 4형 위암이다. 보르만(Borrmann)이라는 의사가 진행성 위암의 내시경에서 보이는 육안적 형태를 분류했는데 암이 미만성으로 퍼져 있고 궤양이 보이지 않는 형태를 4형 위암이라고 정의했다.
위 내시경검사에서 보이는 모양이 일반적으로 보는 형태와 크게 다르기도 하지만 진단 당시 복막전이가 흔하고, 젊은 환자에서 발병하는 특징이 있으며, 예후가 매우 나쁘다.
위암은 내시경에서 보이는 육안적 소견으로 조기위암과 진행위암으로 분류한다. 진행위암은 보르만 분류에 의해 다시 4개로 나뉘는데, 덩어리를 만들어 불룩 튀어나온 형태를 1형, 궤양을 만들면서 푹 파인 모양을 2형, 궤양을 만들면서 주변 조직으로 파고들어가는 양상을 3형, 덩어리나 궤양을 만들지 않고 단지 위 점막이 두꺼워지는 양상을 4형으로 나눈다.
가장 흔한 형태는 보르만 3형으로 내시경에서 궤양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조직검사에서도 암 진단을 내리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4형 위암은 덩어리나 궤양을 만들지 않고 위 점막이 부어 있으며 내시경검사를 할 때 공기를 주입해도 위가 잘 부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 암세포가 위점막 보다는 그 아랫층인 점막하층에 모여 있어서 점막 조직검사를 해도 암으로 진단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게다가 위암이 흔하게 발견되지 않는 젊은 나이 또는 여성에서 높은 빈도로 나타나기 때문에 위 점막이 붓는 염증인 비후성 위염으로 오인되기도 쉽다.
보르만 4형 위암은 진단 당시 3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흔하고, 빠른 시간 내에 복막전이(뱃속으로 퍼지는 전이)를 잘 해 수술 불가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쉽지 않고 예후도 나쁘다.
또한 진행된 암임에도 불구하고 조직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진단이 지연되는 일도 많다. 비교적 짧은 주기에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아 진행이 빠른 암이라고 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4형 위암은 다른 형태의 위암과는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질병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행히 복막전이가 진행되기 전에 진단돼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치료과정이 만만치 않다. 4형 위암은 점막아래층으로 암이 옆으로 퍼지는 양상이어서 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고, 상대적으로 위의 상부를 침범하는 경우가 더 흔하며, 이에 따라 식도-위 접합부나 식도까지 침습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위를 다 잘라내는 전절제술이 필요하거나 심하면 흉부 접근(가슴을 여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모든 위암이 시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은 아니다. 검사를 받는 한 두달 사이에 암이 급격히 진행돼 전이되거나 수술 불가 상태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보르만 4형 위암인 경우는 다르다. 의심이 된다면 적극적인 검사와 처치가 시급하다.
위 내시경검사에서 보르만 4형 위암이 의심되지만 조직검사에서 암 진단이 안 됐다면 짧은 기간 간격을 두고 재검해야 하며, 내시경검사 소견의 호전이 없다면 깊은 조직검사(deep biopsy)나 수술적 접근을 통한 위 조직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보르만 4형 위암으로 진단됐다면 무조건 수술해 위를 절제하는 게 답이 아니다. 복막전이가 이미 시작됐으나 검사에서 놓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PET 검사, 진단적 복강경수술 등을 통해 정확한 병기를 빨리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술 후 같은 2기나 3기의 암으로 진단됐지만 1~3형 위암보다 예후가 나쁘다는 점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보르만 4형 위암은 1) 비교적 젊은 연령,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흔하고 2) 비후성 위염과 감별되지 않는 내시경검사 소견으로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으며 3) 소화불량 등 비특이적인 증상 외엔 특이한 증상이 없다는 점 4) 빠른 진행으로 복막전이가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5) 위 상부를 침범해 위전절제술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검진에서는 40대 이후부터 2년마다 위 내시경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 그렇지만 40대 이전이라도 지속적인 소화불량, 위 팽만감, 이유 없는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있다면 위 내시경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보르만 4형 위암이 의심되지만 악성으로 판정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 등을 통해 위염 치료를 한 뒤 짧은 간격을 두고 내시경검사 재검을 꼭 해야 한다.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