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AKT억제제 '카피바서팁', 내달 초 유방암치료제로 허가될 듯

아스트라제네카 개발, 유방암 표적치료제 국내 제한적 진단 급여시스템으로 활용 제한 우려

2024-04-30     김윤미 기자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최초의(first-in-class) AKT억제제 '카피바서팁'이 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쏟아지는 표적치료제 개발에 역행하는 국내 진단 급여 환경 때문에 임상에서의 '카피바서팁' 활용이 녹록치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카피바서팁'은 오는 5월 초 식약처 허가를 앞두고 있다.

카피바서팁은 '수술후 보조요법 완료 후 12개월 이내 재발했거나 전이된 호르몬수용체 양성 및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R+/HER2-)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내분비 기반 치료를 받고 진행돼 하나 이상의 PIK3CA/AKT1/PTEN 변이가 발견된 경우 풀베스트란트와의 병용요법'으로 사용된다.

HR+ 유방암은 유방암 중 가장 흔한 아형으로, HR+ 유방암 세포의 성장은 종종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의해 주도된다. 때문에 통상 진행성 HR+ 유방암 환자들은 1차 치료에 'CDK4/6억제제'와 '내분비요법'을 표준요법으로 받게 되는데, 이때 이에 대한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돌연변이가 'PIK3CA', 'AKT1' 및 'PTEN' 변이이다.

카피바서팁은 세 가지 AKT 동형(AKT1/2/3) 모두를 타깃하는 최초의 경쟁적 아데노신삼인산(ATP) 억제제다. AKT는 PI3K/AKT 종양 세포의 생존 경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카피바서팁은 이를 억제함으로써 종양 세포의 증식이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피바서팁의 중추적 3상 임상인 CAPItello-291 연구에 따르면, 카피바서팁은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해 PI3K/AKT 경로 바이오마커가 변경된 환자군에서 풀베스트란트 단독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절반으로 낮췄다(HR 0.50).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카피바서팁 병용군에서 7.3개월, 풀베스트란트 단독군에서 3.1개월로 나타난 것이다.

카피바서팁이 국내 도입됨으로 인해 이제 진행성 HR+ 유방암 치료에도 본격적인 정밀의료 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CDK4/6억제제와 내분비요법을 기반으로 한 1차 치료에 실패하게 될 경우, 내성 변이에 따라 치료제 선택이 갈릴 것이기 때문.

단, 그동안 해당 분야에 표적치료 옵션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에 내분비요법을 받은 환자에서 치료 실패 후 PIK3CA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PI3K 억제제 '피크레이(성분명 알펠리십)'를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해 사용할 수 있었고, 이전에 항암화학요법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gBRCA 변이가 발견된 경우라면 PARP억제제인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와 '탈제나(성분명 탈라조파립)'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치료제 모두 국내에서는 보험급여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어, 국내 유방암 환자들은 자비로 치료를 받거나 임상시험 등에 참여하며 표적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때문에 카피바서팁의 등장은 표적치료의 타당성을 더욱 강조시킴으로써, 국내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제 급여 환경 개선에도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개정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선별급여는 점점 세분화되고 맞춤화되는 유방암 치료 방향과는 역행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작년 말 정부는 기존에 50%까지 보장해주던 NGS 선별급여 혜택을 줄여, 폐암을 제외하고 다른 고형암에서 환자본인부담을 80%까지 늘리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일례로 유방암의 경우 1차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HR+ 유방암 환자들은 'ERS1', 'PIK3CA', 'AKT1', 'PTEN', 'BRCA' 돌연변이 여부에 따라 치료법이 갈려 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NGS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정부는 NGS 비용의 환자 부담을 증가시켜 표적치료에 대한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이다.

이 같이 시대에 역행하는 치료제 및 진단 급여 정책으로 인해 국내 암 치료 분야에 정밀의료 적용이 지연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