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 폐섬유증, 검증된 약물·수술·재활 치료 이외 다른 것 해선 안돼
몸보신 위한 약초·식품, 항섬유제와 약물 상호반응 위험 有 특발성 폐섬유증 악화 초래 '스테로이드' 성분 섞여 있기도
폐질환 중 폐암 말기만큼 위험한 난치성폐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을 앓는 환자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약물, 수술, 재활 같은 검증된 치료 이외에 특발성 폐섬유증의 개선을 위해 다른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뚜렷한 원인 없이 폐가 딱딱하게 굳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현재 완치할 방법은 없지만 검증된 주요 치료법인 항섬유제를 통해 병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능한데, 몸보신을 위한 약초·식품 등과 같은 방법을 써서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권병수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해서 검증된 치료 이외의 무언가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며 "간혹 폐섬유증 환자 중 몸보신을 위해 한약 혹은 성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약초나 각종 식품 등을 섭취하는 경우를 보는데, 그러한 것들이 현재 치료하고 있는 항섬유제와 약물상호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행동을 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특발성 폐섬유증에 좋지 않은 스테로이드에 노출될 수 있는 까닭이다. 권 교수는 "간혹 (이들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섞여 있을 수 있다"며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가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했을 때 불량한 예후는 임상연구에서 입증됐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복용하거나 복용할 예정이라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암만큼 중증도 센 '특발성 폐섬유증'…폐암 위험도 높아
특발성 폐섬유증은 산소를 받아들인 후 몸 속에 뿌려주는 역할을 하는 '폐'의 말단인 폐포 사이사이의 공간인 간질에 염증이 생기고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서 폐기능을 저하시키는 폐섬유증 중 진단적 검사를 해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권병수 교수는 "폐섬유증은 류마티스관절염, 전신경화증 같은 질환, 항암제를 비롯한 각종 약물이나 방사선치료 등으로 유발되는 경우, 탄광, 석면 등 직업적 노출이나 새, 곰팡이 등이 많은 환경에 노출돼 발생하는 것처럼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와 여러 진단적 검사를 해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특발성 간질성 폐렴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특발성 간질성 폐렴의 40~60%를 차지하는 폐질환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병의 위험도는 간과한다.
권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폐암이 무섭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데, 특발성 폐섬유증이 무섭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폐와 관련한 질병의 위험도를 1에서 10까지 놓고 보았을 때, 폐암 말기의 위험도를 10이라고 하면 특발성 폐섬유증 또한 9~10을 오갈 정도로 몹시 위험한 병"이라고 짚었다.
특발성 폐섬유증과 유사한 질병도 있다. 권병수 교수는 "원인을 알고 있는 간질성 폐렴 중 3분의 1 정도가 특발성 폐섬유증과 비슷한 질병 진행을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폐섬유증이 있을 때 주의해야 하는 암이 있는데, 바로 폐암이다. 권병수 교수는 "안타깝게도 폐섬유증은 폐암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폐섬유증에 걸렸다면 주기적인 폐암 검사를 통해 폐암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빠른 대처를 해야 기대 수명을 최대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흡연자, '가래 동반하지 않는 마른 기침' 악화 때 의심을
특발성 폐섬유증의 증상은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가래를 동반하지 않는 마른 기침'이다.
권 교수는 "폐섬유증은 대개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되기 때문에 질병이 점점 진행되면 활동할 때 숨이 차게 되고 더 진행하게 되면 몸을 조금만 움직이거나 심지어 가만히 있을 때에도 숨이 찬 증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가래가 끓으며 숨이 차거나 쌕쌕거리는 증상이 있다면 폐섬유증보다는 감염 또는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다른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치료 없이 증상이 좋아진다면 폐섬유증보다는 다른 질환일 확률이 더 크다"고 짚었다.
폐섬유증의 진행 속도도 개개인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특발성 폐섬유증의 예후는 별로 좋지 않다.
권병수 교수는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에는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은 정도로 숨이 찬 상태로 평생 살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질병이 많이 진행됐다 해도 활동이 많지 않은 고령 환자의 경우 기능이나 증상 면에서 문제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폐섬유증을 치료하지 않았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명은 평균 3~5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에 가장 잘 대처할 방법은 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다.
권 교수는 "특히 특발성 폐섬유증이 주로 발생하는 65세 이상의 연령이면서 과거 흡연력이 있거나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증상이 있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청진을 한 번 받아보라"며 "비교적 초기에 폐섬유증의 아주 특징적인 호흡음이 들리기 때문에 CT 등의 특수한 장비가 없더라도 감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특발성 폐섬유증과 유사한 진행을 보이는 간질성 폐렴일 때도 최선의 대처법은 조기 발견이다. 권병수 교수는 "간질성 폐렴의 가족력이 있거나 전신경화증, 류마티스관절염, 쇼그렌증후군 등의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습하고 곰팡이가 많은 환경에 자주 또는 오래 노출됐다면 CT를 한 번 찍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항섬유제, 환자 기대 수명 2년 연장…운동도 도움돼
특발성 폐섬유증의 주요 치료법은 약물치료다. 조기 발견해서 빠르게 약물로 치료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게 최선의 치료법인 것이다.
권병수 교수는 "항섬유제 약물은 두 가지 종류가 나와있는데, 둘의 기전은 다르지만 치료 효과는 동일하다"며 "폐섬유화로 인한 폐기능의 감소 속도를 절반으로 줄여준다. 특히 증상이 아주 경미하거나 없을 때 쓰게 되면 증상이 적은 기간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고 사망률을 약 40% 낮추면서 기대수명도 2년 정도 늘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2년이라는 기대수명 수치는 전체 환자의 평균이고, 옛날 연구 결과"라며 "최근에는 기대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경우에 따라서 10년 이상 사는 환자도 있기 때문에 폐섬유증이 있다고 해도 좌절하지 말고 병원에서 치료하길 권한다"고 강조했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중 65세 이하의 경우에는 약물치료 이외에 수술치료도 고려해볼 수 있다.
권 교수는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좋은 65세 이하의 젊은 환자의 경우, 폐이식수술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폐이식등록을 하더라도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수술에 따른 위험, 즉 다른 고형 장기이식보다 아직 폐이식의 경우 5년 생존율이 낮은 점,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잘 상의해 이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폐섬유증 환자에게 폐암이 생긴 경우에는 수술치료에 제한점이 생길 수도 있다. 권병수 교수는 "폐암이 걸린 폐섬유증 환자에게 폐를 절제하는 수술을 할지, 말지 여부는 폐를 절제했을 때 환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위험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고려해 수술 후 얻는 이점이 더 많다고 판단될 때 수술한다"고 짚었다.
또 원인이 밝혀진 폐섬유증은 원인 질환의 치료가 주요 치료법이다. 권 교수는 "대표적으로 류마티스질환과 관련된 폐섬유증은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치료를 통해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 검증된 도움되는 활동이 있는데, 바로 운동이다. 권병수 교수는 "폐섬유화 환자라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호흡곤란 정도가 낮고 운동능력과 삶의 질은 좋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라며"병원에서도 호흡재활프로그램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면 참여해봐도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