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성대장염치료제 'JAK억제제' 약제 간 교차투여 급여 인정 필요
[페이션트 스토리] 궤양성대장염환우회 이민지 회장 인터뷰 같은 JAK억제제라도 기전 달라 효과낼 수 있지만 인정 안돼 "급여 안 돼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치료 자체 힘들어지기도"
궤양성대장염(Ulcerative Colitis, UC)은 대장에 얕은 궤양성 염증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체내 면역계가 대장을 공격해 궤양성 염증이 만들어지면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급박변, 설사, 혈변, 복통 등이 초래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데, 심각한 급성 장염을 앓을 때와 유사한 고통이 치료를 해도 잘 조절되지 않아 만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대장암 발병 위험마저 큰 폭으로 올라간다.
이런 까닭에 궤양성대장염 환우들은 대장에 궤양성 염증이 완전히 사라져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완전관해'에 도달하는 것이 치료 목표이지만, 완전관해에 도달하는 것은 사실 자가면역질환에 쉽지 않다. 현재 이 치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궤양성대장염 환우들은 처음 항염증제를 주로 쓰고 이후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등을 시도하며, 이러한 약제의 효과가 부족하거나 약 부작용이 심할 때는 생물학적제제, 표적치료제를 통해 치료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약제들을 써도 완전관해에 도달하지 못하는 궤양성대장염 환자도 사실 적지 않게 존재한다. 이때는 생물학적제제, 표적치료제의 약제를 바꿔 치료하는 것이 필요한데, 다행히 그간 항종양괴사인자(TNF)제제에 더해 항인테그린제제, 항인터루킨제제, 야누스키나제(JAK)억제제, S1P수용체조절제 등 궤양성대장염 신약들이 꾸준히 나오고 보험 급여까지 빠르게 적용되면서 과거보다 완전관해에 도달하는 궤양성대장염 환자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신약이 나와 보험 급여까지 이뤄졌지만 실제 궤양성대장염 환자에게 치료 장벽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JAK억제제인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를 쓰고 있는 궤양성대장염 환자 중 부작용이 있거나 치료 효과가 부족할 때 같은 JAK억제제인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로 약을 바꿔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현재는 같은 JAK억제제로 교차투여할 경우에 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젤잔즈를 쓰던 환자는 린버크를 쓸 수 없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궤양성대장염환우회인 UC사랑회 이민지 회장(35세)은 "현재 쓰고 있는 표적치료제 JAK억제제에 효과가 없더라도 다른 JAK억제제에 효과를 보일 확률이 있는데,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벽에 막혀 있다"며 "한 번 JAK억제제 약제를 처방받으면 그 약에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바꿔야 해도 같은 계열의 JAK억제제에 대한 보험 급여를 적용받지 못하게 돼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치료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짚었다.
생물학적제제, 표적치료제는 면역·염증 조절에 관여하는 타깃에 작용하는 약제인데, 한 계열의 약제라고 해도 사실 주로 타깃하는 물질이나 면역·염증을 억제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실제 젤잔즈는 JAK1과 JAK3를 주로 차단하는데 반해 린버크는 JAK1에 대한 선택적 억제제로 JAK2, JAK3에 비해 JAK1을 강력하게 억제한다. 또 같은 JAK억제제 간 교차투여가 되는 자가면역질환이 국내 없는 것도 아니다. 실제 건선과 강직성척추염에서는 JAK억제제 간의 교차투여 시 보험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같은 자가면역질환인데도 궤양성대장염에서는 JAK억제제 간의 교차투여에 대한 급여가 허용되지 않아 환우들의 치료제 선택에 제한이 생기고 있다. 이 회장은 "궤양성대장염에 쓰이는 표적치료제인 JAK억제제의 교차투여에 대한 보험 급여가 빠르게 이뤄져 환자가 좀 더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며 더 나은 치료환경을 만들어가려는 UC사랑회의 설립취지에 맞춰 지속적으로 의료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궤양성대장염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의 자조모임으로 시작된 UC사랑회는 2005년 궤양성대장염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환우회로 공식 창립했다. 그 당시 이슈는 산정특례로, 평생 치료가 필요한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치료비를 줄이는 것이었다. 당시 UC사랑회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대정부활동을 했고, 그 덕에 2006년 6월부터 궤양성대장염에 산정특례가 적용됐다. 또 생물학적제제 보험 급여에도 목소리를 내며 국내 궤양성대장염 치료환경 개선에도 일조해왔다.
지난 2022년부터 UC사랑회를 이끌고 있는 이민지 회장은 국내 더 나은 궤양성대장염 치료환경 변화를 위해 의료제도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 함께 질환 인식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처음 UC사랑회에서 환우캠프를 진행해 환우 간 질환정보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데 더해 올해 5월엔 '세계 염증성장질환의 날'을 맞아 전문 의료진을 초빙해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온라인 강좌도 처음 주최했다.
이 회장이 환우회 활동으로 질환 인식 개선에 힘을 주는 이유가 있다.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정보 부족이 궤양성대장염 환우가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는 환경과 깊숙히 관계돼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체득한 까닭이다. 그녀는 2011년 대학교 4학년 때 지속적인 복통과 급박변, 혈변 등으로 6개월 가까이 고통받다가 동네 항문외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진단명은 '궤양성대장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서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는 물론이고, 산정특례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민지 회장은 "궤양성대장염에 대해 처음 제대로 알았다면 대학병원에서 전문 의료진에게 좀 더 잘 치료를 받고 관리도 잘 됐을 텐데, 처음 진단 당시에는 궤양성대장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궤양성대장염 증상으로 굉장히 오래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궤양성대장염이 당시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산정특례까지 적용되는 큰 병인지도 2015년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보게 되면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동네 항문외과 원장이 갑자기 바뀐 것이 계기가 돼 대학병원으로 옮기면서 그녀는 궤양성대장염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그 결과 단시간에 그간 힘들었던 궤양성대장염 증상들이 사라지는 관해에 도달했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3분 진료라는 한계 속에 병이 잘 조절되는데 궤양성대장염 약을 꾸준히 투약해야 하나 의문을 느끼며 한 달간 약을 끊은 것이 다시 8년이라는 긴 시간을 힘들게 보내는 사건으로 이어지며 궤양성대장염 바로알기가 얼만큼 중요한지 인지하게 됐다.
이 회장은 "그 이후 치료를 받으면서도 궤양성대장염 활동기 증상이 비주기적으로 반복돼 8년 간 급박변, 혈변, 설사 등에 시달렸다"며 "작년까지 스테로이드제제와 면역조절제 치료를 했는데,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아 현재는 먹는 약, 좌약,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궤양성대장염 관해 상태에서 다시 활동기 상태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이민지 회장은 병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오프라인 행사를 찾아다니게 됐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연달아 대한장연구학회가 주최하는 '해피바울' 행사에 참여하면서 그녀는 궤양성대장염환우회인 UC사랑회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궤양성대장염을 어떻게 치료·관리해야 하는지 같은 환우 간 경험을 나누고 싶어 2018년 UC사랑회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게 됐고, 그것이 또 다른 계기가 돼 그녀는 2019년부터 회장을 포함해 총 7인의 집행부로 꾸려진 UC사랑회에서 총무로 활약해왔고 지금은 회장으로 1,400여명이 참여하는 환우회를 이끌고 있다.
이민지 회장은 고혈압과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가 필요한 '궤양성대장염'을 환우들이 제대로 치료·관리하기 위해서는 '의료제도'와 '의료정보' 두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야 한다는 것을 깊게 인지하기에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궤양성대장염 환우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러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적극 참석하는 것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줄어든 환우회 정기모임과 함께 네이버밴드, 오픈카톡방 등에서 환우 간 접촉도 활성화하려고 한다.
이 회장은 "궤양성대장염 환우 간 서로의 경험담과 병에 대해 대처하는 법 등 여러가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정기모임도 활성화하고, 내년에는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를 초빙해 세미나를 열어볼 계획도 갖고 있다"며 많은 환우들이 UC사랑회를 중심으로 모여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병을 제대로 치료·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