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똥 쌌다고 전부 ‘치질’ 아냐…위암‧대장암일 때도 ‘혈변’ 나타날 수 있어

혈변에 가슴통증‧빈혈‧체중감소 등 증상 원인 다양…검사 받아야

2024-06-14     이창호 기자

# 직장인 김모(40) 씨는 최근 대변을 볼 때마다 피가 비쳐 병원 항문외과를 찾았다. 김 씨는 의사로부터 소화기내과 진료를 함께 받아볼 것을 권유받고 덜컥 겁을 먹었다. 의사는 김 씨의 치질이 1단계로 수술할 정도는 아니나 빈번한 혈변이 있는 만큼 위장관 질환 감별을 위해 소화기내과 진료를 권유했던 것이다.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와 영양소 흡수 후 남은 찌꺼기는 대변을 통해 배설한다. 이때 식도와 위십이지장소장대장 등 소화관을 순서대로 거친다. 이들 소화관에 여러 이유로 출혈이 생겨 항문으로 배출되는 것을 혈변이라고 한다.

소장과 직장대장 등 하부 위장관에 출혈이 생기면 위산과 섞이지 않아 선분홍색을 띈다. 상부 위장관 출혈은 위산과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반응해 흑색을 보인다.

하부 위장관에 혈액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세균에 의해 색이 검게 변할 수 있다. 상부 위장관 역시 출혈이 많거나 급속히 발생해 위산과 반응할 시간이 없는 경우 밝은 적색으로 배설되는 만큼 색으로만 감별하기는 쉽지 않다.

혈변은 원인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다. 혈변을 보고 의심할 수 있는 질환으로 위궤양과 십이지장 궤양, 식도 정맥류, 대장 게실증, 혈관형성 이상, 염증성 장질환, 위암대장암치질 등이 있다.

혈변만 나타나는 경우 외에도 핏덩어리와 점액, 피 섞인 설사 등 형태가 다르다. 여기에 복통과 흉통구토체중감소현기증발한창백저혈압빈맥 등 전신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출혈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를 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위대장내시경 등 여러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위장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짜고 매운 음식과 지방이 많은 음식, 술 등을 삼가고 물과 양질의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 적절한 운동과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등 평소 신체 정신적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도록 한다.

40세 이상은 2년에 한번 위내시경검사를, 50세 이상부터는 5년에 한번 대장내시경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게 바람직하다. 이때 가족력이 있거나 기타 질환이 있다면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 후 내시경 주기를 선택하도록 한다.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임태원(소화기내과 전문의) 과장은 혈변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치질을 생각하는데 혈변 원인 질환 가운데 하나일 뿐 다양한 의심 질환이 있는 만큼 환자가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의사로부터 진단받고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