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유치원 교사가 백일해 접종 받아야 하는 이유

무증상 성인이 직접 전파원 될 수 있어 백일해 전년 대비 120배 증가, 유행 조짐

2024-06-14     이창호 기자

백일해(百日咳)‘100일 동안 기침을 계속한다는 뜻을 지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영유아처럼 면역력이 없는 집단의 경우 1명이 12~17명을 감염시킬 만큼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

현대 의학기술 발달로 예방접종이 보편화하면서 백일해 발생 사례는 과거에 비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어린이를 중심으로 백일해가 매섭게 유행하면서 세계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내 백일해 발병 최대치를 기록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통계를 보면, 올해 23주 기준(62~68) 국내 누적 백일해 감염자는 1,635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14) 대비 약 120배 수준이다. 연령대별로는 10~19세 사이 청소년이 전체 환자의 약 78%로 가장 많다.

백일해는 건강한 성인에게 치명적이지 않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이 감염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치명적이다. 백일해 증세가 보이면 빠른 시일 내 검진을 받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백일해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1명이 17명까지 감염, 전파력 막강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균’(Bordetella pertussis) 감염으로 발생하는 제2급 법정 감염병이다. 감염경로는 주로 호흡기 분비물이나 비말을 통한 전파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집단생활 공간에서 발생할 위험이 크다. 유증상 감염자의 침콧물이 묻은 물건을 통해서도 간접 전파가 가능하다.

영유아와 같이 면역력이 없는 집단에서는 1명이 12명에서 17명을 감염시킬 만큼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 백일해는 실제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손에 꼽힐 정도로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자칫하면 생명에 지장이 갈 수 있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백일해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7~10(최소 4-최장 21) 정도다. 대표 증상은 기침과 발열인후통콧물 등이다. 증상이 심각하면 발작성 기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감기 증세와 비슷해 단순 감기로 알고 방치되기 쉽다. 일주일 넘게 기침을 지속하고, 기침 끝에 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백일해를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증상은 크게게 카타르기(catarrhal stage) 발작기(paroxysmal stage) 회복기(convalescent stage) 3단계로 진행한다. 잠복기 이후 처음 증상이 나타나는 감염 초기 카타르기 단계에는 콧물눈물, 경한 기침 등 상기도 감염 증상이 1~2주간 보인다. 백일해균 증식이 가장 왕성해 전염력이 매우 강한 시기다.

중반 발작기에는 발작성 기침과 기침 후 구토, 무호흡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확진자들 증세를 보면, 전형적인 백일해 임상 증상 없이 가벼운 기침으로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회복기에는 발작성 기침 횟수나 정도가 호전되고, 천천히 나아진다. 보통 2~3주 후 회복하지만 개인차에 따라 상기도 감염으로 발작적인 기침이 나타나기도 한다.

무증상 성인이 감염원 되기도아이 만나기 전 백일해 검사받아야

영유아에게 백일해 증세가 나타나면 검진을 통한 치료를 진행하면 된다. 이에 비해 성인은 백일해에 감염됐어도 무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생아나 영유아 감염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와 접촉할 일이 많은 성인이거나 영유아 자녀를 둔 가족은 사전에 종합적 진단과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백일해는 특징적인 기침 양상으로 진단한다. 환자와 접촉한 병력과 말초혈액 검사, 흉부 방사선 검사, 비인두 분비물에 대한 배양과 PCR 검사 등으로 검진할 수 있다. 증상이 미비하거나 무증상인 성인은 PCR 검사(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 Real-time PCR)를 통해 간편하게 백일해 감염 여부를 파악해볼 수 있다.

초기 감염 단계에서도 균을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배양 방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 확진 판단 후 치료가 가능하다.

한편 최근 백일해뿐만 아니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흡기 감염병은 감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명확한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폐렴원인균 또는 호흡기 바이러스 다중 진단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송성욱 전문의는 최근 10년 만에 백일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무증상 성인 감염자가 영유아에게 백일해를 전파시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감염자와 접촉했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성인은 백일해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