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성인만이 아니라 아이에게도 생겨
‘소아부정맥’, 뱃속 아기부터 신생아도 발병…냉각절제술로 치료
# 김모(48) 씨는 요즘 열 살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다. 아이는 작년부터 가슴이 빨리 뛴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래도 별일 아닌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다. 그러다 아이는 최근 어지럼증과 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했다. 김 씨는 아이 손을 잡고 병원 응급실을 찾아 ‘상심실성 빈맥’을 진단받았다.
‘부정맥’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빨리(빈맥) 뛰거나 느리게(서맥) 뛰기도 하고, 혼합된 양상을 보이는 등 맥박에 문제가 있는 상태다. 주로 불규칙한 맥박을 보이는 심방세동과 예기치 않게 빠른 심장박동이 느껴졌다가 멈추는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심장이 갑자기 주저앉는 것 같은 ‘심실조기수축’이 많다.
보통 부정맥을 어른들의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정맥응ㄴ 소아청소년은 물론 뱃속 아기와 신생아에게서도 발병한다. 성인은 휴식할 때 분당 심장 박동수가 60회 미만이면 서맥이고, 100회보다 빠르면 빈맥이다. 소아청소년은 성인보다 빠른 심장 박동수를 보이나, 연령에 따라 세분화된 정상 범위가 있어 나이에 따라 다르게 평가한다.
소아부정맥의 발병 원인은 다양하다.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선천적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어 심장 수술을 받은 이후 생길 수 있고 심근병증‧심근염 같은 질환을 앓고 나서 생길 수도 있다. 구조적으로 정상 심장인 경우에도 어느 시기든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소아부정맥은 방치되면 심장 기능을 악화시키고, 부정맥 종류에 따라서는 갑작스럽게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영유아는 일반적인 소아 감염성 질환과 증상이 유사해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아이가 잘 먹지 못하거나 토하는 증상, 처지거나 활동량이 감소하는 증상, 이유 없이 보채는 증상을 보이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영유아는 증상을 직접 표현할 수 없어 보호자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부정맥이 수일 이상 지속하고 나서 비특이적 양상으로 진단하는 경우도 많다.
소아청소년은 증상이 있어도 부모가 자녀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증상 중 하나로 오인하기도 한다. 흉통을 포함한 불편함, 운동하면 힘이 빠지거나 심장이 빠르게 뛰는 느낌,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실신 등을 보인다면 즉시 병원을 가야 한다.
소아부정맥을 진단받았다면 적극 치료해야 한다. 신생아나 영유아 시기에 생긴 부정맥은 약물치료를 우선 한다. 체중이 15㎏ 이상 학령기에는 부정맥 종류와 안전성‧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냉각절제술이나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전극도자절제술’은 사타구니에 있는 혈관을 통해 특수한 전깃줄을 심장 안에 위치시켜 부정맥 발생 부위를 찾아 고주파로 없애는 시술 방법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이나 빈맥 위치에 따라 심장의 주요 전도체계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위험성이 높으면 냉각절제술을 시행한다.
‘냉각절제술’은 상심실성 빈맥에 주로 적용 가능한 시술이다. 비정상적 전기신호 통로를 찾아 영하 30℃로 냉각, 주변 주요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는지 안전성을 확인한다. 이후 영하 80℃까지 낮춰 전기신호 길을 국소적으로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특히 소아청소년은 연령이 어릴수록 심장 크기가 작아 전극도자절제술로 치료할 때 시술 중 합병증의 위험이 성인에 비해 높을 수 있다. 냉각절제술은 시술 안전성이 높고, 소아청소년에게 적합성이 높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시술법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주성 교수는 “냉각절제술은 소아 상심실성 빈맥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다. 부정맥을 앓고 있지만 위험해서 시술할 수 없던 소아청소년도 냉각절제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시술할 수 있다”며 “부정맥 시술법마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소아부정맥 원인이 되는 질환과 시술 방법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의료진에게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