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무기한 휴진' 시작한 세브란스병원…일부 진료과 '한산'

휴진 첫날 여전히 많은 환자…정신과 등 한산 분만실, 중환자실 등 필수업무 유지로 혼란 줄여 안석균 비대위원장 "휴진 중단 여부 정부에 달려"

2024-06-27     김주연 기자

무기한 휴진이 시작된 27일 오전 세브란스병원은 여전히 붐볐다. 교수들이 일반병동을 비롯해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유지업무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진료과 외래 진료실은 한산했다.

연세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결정에 따라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시술을 중단하거나 진료 일정을 조정한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중단한 이후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무기한 휴진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세브란스병원은 예고한대로 이날부터 휴진을 시작했다.

연세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시작한 27일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로비는 환자들로 북적였다(ⓒ청년의사).

이날 세브란스병원 3층 로비는 평소와 같이 환자들로 북적였다. 그 외 이비인후과, 척추류마티스통증센터를 비롯해 소화기내·외과 외래의 진료실 앞에도 대기하는 환자들로 가득 찼다. 암병원 로비도 접수를 위해 대기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다만 신경과·신경외과 진료실 앞은 한산했다. 신경과와 신경외과가 함께 진료하는 뇌신경센터 대기실에는 환자 한두 명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날 오전 정신건강의학과, 피부과, 성형외과 외래진료실 앞에는 대기 환자가 없었다.

환자들도 병원 이용에 큰 불편은 없다고 했다. 진료 전 채혈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환자 A씨는 “지난 5월에 진료를 접수하려고 했는데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내원하게 됐다”면서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진료가 밀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환자에게 정상 진료한다고 안내한 것 외에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 휴진 참여율을 파악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로비 등에 DID(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 Digital Information Display)나 배너 등으로 환자들에게 정상진료한다고 안내한 것 외에 특별히 취한 조치는 없다”고 했다.

그는 “휴진 참여율을 파악해야 대응책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 같다”며 “참여율 자체가 현저히 낮은 상황이면 딱히 대책을 세울 이유는 없지 않은가. 오늘(27일)이 첫날인 만큼 앞으로 추이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의대 비대위는 환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중환자실, 분만실, 응급실 등 필수업무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다만 휴진이 진료과 등 특정 단위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교수 개인의 선택으로 진행되는 만큼 휴진 규모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안석균 비대위원장은 “(휴진 상황에서도) 필수업무를 유지하고 있어 큰일이 벌어지거나 그러진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무기한 휴진을 이어가면서도 필수업무를 유지하며 혼란을 방지하고자 한다”며 “진료과 단위가 아닌 교수 개인이 휴진을 결정하는 만큼 규모를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안 비대위원장은 무기한 휴진이 중단될지 여부는 정부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전공의와 의대생과 직접 대화해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안 비대위원장은 “환자와 국민에게 송구하다. 그러나 이 사태를 끝내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사태의 핵심은 정부가 잘못 예측해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정부에 사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며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과 대화해야 한다. 교수들은 대화 상대가 아니다. 교수들은 협상안 등을 낸 적도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서울의대에 이어 가톨릭·성균관의대도 휴진을 유보한 상황에 대해서는 “맥락과 병원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무기한 휴진에 나서는 것은 연세의대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