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영의 위암 올댓가이드] 피로 암 예측?…위암표지자검사의 모든 것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2024-07-01     송교영 교수

건강검진에서 위암으로 진단돼 대학병원에 가면 다양한 정밀검사를 받는다. 1)피검사, 소변검사 등 '임상병리검사'와 2)엑스레이, 초음파, CT, PET-CT 등 '영상검사' 3)내시경을 통해 얻은 조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병리검사' 등이 그것이다. 

피검사 항목 중에는 암표지자(Tumor markers) 검사라는 것이 있는데 암검사, 종양표지자검사 등으로도 불린다. 암표지자는 쉽게 말하면, 암세포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질이나 암세포가 파괴되면서 흘러나온 내용물이라고 보면 된다.

암표지자는 암세포가 아닌 정상세포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는데, 우리 몸이 암에 대항하기 위해 일어나는 면역반응 과정에서 정상세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암표지자 수치가 높다는 것은 이것이 피 속에 많은 양이 있다는 것이며, 암이 우리 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암표지자는 대부분 단백질 성분으로 혈액뿐만 아니라 소변, 대변, 우리 몸의 다양한 체액, 그리고 암 자체에서도 얻을 수 있다. 실제 진료에서는 주로 혈액검사가 사용되며, 수술 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추적검사 때마다 하는 검사가 암표지자검사이다.

우리 몸에 생기는 암은 장기에 따라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검출하는 암표지자 또한 암 종류에 따라 각기 달라진다. 다른 말로 하면 각 장기별로 특정한 암표지자가 정해져 있고, 같은 장기에서도 다른 종류의 암이라면 다른 암표지자를 검사하게 된다. 

가장 잘 알려진 암표지자로는 AFP, CEA, CA125, CA19-9 등이 있다. AFP은 주로 간암과 고환암에서, CEA는 대장암에서, CA125는 난소암에서, 그리고 CA19-9는 췌장/담도암에서 주로 쓰이는 검사다. 위암에서는 CEA, CA19-9, CA72-4 등이 쓰인다.(그림 1)

그림1. 그래픽 제공=송교영 교수

암표지자검사 목적은 3가지다. 암의 진단을 위한 보조검사, 암 치료 과정에서 치료효과 판정, 그리고 암 치료 후 재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 등이다. 예를 들면 AFP는 간암의 진단을 위한 목적으로 쓰이는데 혈액검사에서 AFP가 증가돼 있다면 초음파나 CT를 하기 전에 이미 간암을 강력하게 의심하게 된다.

CA125 검사는 난소암과 같은 부인암 치료 과정에서 치료 효과를 판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검사로, 항암치료 과정에서 수치가 떨어지는지 관찰해 치료 효과 여부를 판단한다. CEA 검사는 대장암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데, 수술 뒤 추적관찰 과정에서 정상이던 수치가 증가했다면 재발을 의심해야 한다. 

암표지자검사는 약간의 혈액만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가 크며, 치료 후에도 방사선검사나 수술을 통해 암이 발견되기 이전에 재발을 진단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도 있으므로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간암=AFP”, “대장암=CEA”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위암에서는 어떨까? 불행하게도 위암에서는 아주 특징적이고 위암에서만 보이는 암표지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CEA, CA19-9, CA72-4 등을 이용하고 있는데, CT 같은 영상검사나 내시경검사에서 재발이 발견되기 전에 높은 수치를 보여 이른 시기에 진단을 하게 되는 경우를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암 환자에서 암표지자의 임상에서의 효용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암이 많이 진행돼 있어도 암표지자 검사가 정상일 수 있고, 암이 재발됐을 때도 증가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반대로 암의 재발이 없으나 비정상적으로 증가돼 있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흡연자인 경우, 특정 약제나 보조식품 등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가양성(假陽性) 소견을 보일 수 있어서 다른 검사를 종합해 잘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암에서 이같은 암표지자검사가 완전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술 전 CEA 수치가 정상이었으나 수술 후 지속적이고 크게 증가하는 경우에는 재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내시경검사나 영상검사 등을 해야 하며, 위암의 재발이 없다면 대장암 등 다른 2차암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추가 검사를 꼭 해야 한다. 증가한 암표지자검사 수치에도 불구하고 암 재발 여부를 확인하지 못 했다면 단기간 추적검사 차원에서 2~3개월 후 다시 검사해 수치 변화를 살펴야 한다. 

피 한방울로 암을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판정하거나 재발 여부를 알 수 있다면 침습적인 여러 검사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하기 때문에 암표지자를 찾아내고 이용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멀지 않은 시기에 위암에 특이적인 표지자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송교영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연수했다. 송 교수는 위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과 과장, 위암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위암학회, 미국소화기내시경외과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