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문가 10명 중 9명 “암 환자 NGS 검사 본인부담률 상향 반대”

대한암학회·청년의사, 암학회 회원 200명 대상 설문조사 본인부담률 높인 NGS 검사 선별급여 개정안에 ‘부정적’ NGS 검사 본인부담률 30% 적용 가장 적절 지적 임상적 유용성 따라 암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의견도

2024-07-01     유지영 기자

정밀의료의 발전으로 암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이 속속 개발되며 여러 암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에 정작 정부의 정책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임상 현장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그러나 건강보험재정에 한계가 있는 만큼 비용효과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있어 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와 대한암학회는 공동으로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암 학회 소속 200명의 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검사의 선별급여 개정안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는 암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항암제인 만큼 유전자 분석 검사를 통해 내 몸속에 있는 종양 변이 유전자를 찾는 게 필수적이다.

이에 암 치료 현장에서 NGS 검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이 되고 있다.

정부도 지난 2017년 NGS 유전자 패널검사에 대해 급여를 적용해왔다. 다만 NGS 검사가 고가이다보니 선별급여(1회에 한해 본인부담률 50% 적용) 항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암환자들은 1회에 한해 약 70만원 대에 NGS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 패널검사’ 관련 급여 고시를 개정하고 선별급여 혜택을 축소했다.

진행성·전이성·재발성 폐선암 환자에서는 본인부담률 50%를 유지한 반면, 그 외 진행성·전이성·재발성 고형암(폐선암 제외)과 형질세포종, 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골수형성이상, 골수증식종양, 악성림프종 및 유전성질환 환자에서는 본인부담률을 80%로 높였다. 

하지만 청년의사가 암학회와 공동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암 전문가들 대다수는 이번 선별급여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응답자 10명 중 9명(89.5%)은 정밀의료를 통한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에 NGS 검사가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했다.

현 시점에서 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NGS 검사'가 필요한 검사라고 생각하십니까.​

'현 시점에서 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NGS 검사가 필요한 검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매우 필수적이다(90명)', '필수적이다(89명)', '보통이다(17명)', '별로 필요하지 않다(4명)', '전혀 필요하지 않다(0명)' 순으로 응답했다.

암과 관련한 NGS 검사에 대해 현재 적절한 정책적(검사 범위, 환자 부담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반면 '암과 관련한 NGS 검사에 대해 현재 적절한 정책적(검사 범위, 환자 부담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110명)', '전혀 그렇지 않다(13명)'가 123명(61.5%)으로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그렇다(20명)'와 '매우 그렇다(5명)'는 12.5%에 그쳤다. 

또한 이번 ‘NGS 검사의 선별급여 개정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166명(83%)이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반면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20명(10%)에 불과, 국내 암 전문가들은 NGS 선별급여 방안에 대해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히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166명)들은 '효과적인 치료에 대한 접근성 보장(140명)', '진행암 환자들의 보장성 확대 필요(103명)', '한번에 여러 유전자 동시 검사로 효율성 증대(불필요한 검사 축소, 80명)',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 향상(74명)', '관련 산업 육성 및 미래의학 발전을 위해(63명)' 본인부담률을 높여선 안 된다고 답했다(복수 응답 가능).

NGS 검사의 본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복수 응답 가능)

반면 '긍정적' 혹은 '별 영향 없다'고 답한 응답자(34명)들은 '무분별한 처방을 제어하기 위해(17명)',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16명)', '임상적으로 도움이 되는 환자 수가 적어서(11명)', 'NGS 검사가 비용 효과적이지 않아서(9명)'를 본인부담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복수 응답 가능).

NGS 검사 본인부담률을 높이면 안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복수 응답 가능)

'NGS 검사 선별급여 정책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과반이 넘은 응답자가 '비용 부담 구조 개선(110명)'을 꼽았다.

그 외 '급여 대상 질환 세부조정(50명)', '검사 횟수 확대(10명)', '접근성 개선(26명)'이 뒤를 이었으며, '기타' 의견으로는 '검사 가능 기관 및 검사 수가 확대' 등이 제시됐다.

현 NGS 검사 관련 선별급여 정책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또한 '암 환자들에게 이상적인 NGS 검사 비용 부담률'로는 '환자 부담 30%(92명)'가 가장 많이 추천됐으며, 그 다음이 '환자 부담 5%(57명)', '환자 부담 50%(42명)', '환자 부담 100%(4명)' 순이었다. 이외에 임상적 유용성에 따라 암 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기타 의견도 제시됐다.

 암환자들에게 이상적인 NGS 검사 비용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같은 결과에 대해 서울의 모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의료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중요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일부 암종을 제외하고 3~4기 암에서는 NGS 검사가 꼭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환자들이 비용 부담으로 인해 좀 더 나은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