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숨 찬 거라고? NO…고령화사회 부각되는 '대동맥판막협착증'

70세 이상 1%·80세 이상 3%가 앓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청진기로 의심·심장초음파검사로 확진…시술·수술로 치료 고령·동반질환 시엔 시술 효과적…"시술 95%, 치료 잘 돼"

2024-07-04     김경원 기자
숨 차 하는 노인의 모습.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나이가 들어서 숨이 찬 증상이 생기면 노화 탓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이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심장의 판막 중 하나인 대동맥판막이 닳아서 열리고 닫힐 때 삐걱거려서 숨 찬 증상을 초래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이 그것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고령화사회에서 중요한 질환"이라며 "통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의 1%, 80세 이상은 3%에서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발견된다"고 짚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나이가 들어 잘 생기는 이유가 있다. 심장의 판막이라는 구조물은 잘 열리고 잘 닫혀야 피가 앞으로 잘 가고 뒤로 새지 않는데, 이것을 오래 쓰면 닳아서 열릴 때 삐걱삐걱 거리는 상태가 잘 되는 것이다. 이때 숨 찬 것 이외에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강시혁 교수는 "대동맥판막이 잘 열리지 않으니 피가 앞으로 충분히 못 나가서 운동할 때 기운이 없다고 느낄 수 있고, 더 진행한 경우에는 피가 앞으로 못 나가면서 뒤로 고여서 폐에 물이 차거나 온몸이 붓는 증상들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날 때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처음부터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

강 교수는 "숨 찬 원인이 사실 여러가지가 있어서 처음부터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의심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그냥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져 숨이 찬 경우도 있고, '폐가 안 좋아서 숨이 찬 거 아닌가. 담배를 끊어보면 좀 나으려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다양한 숨 찬 원인이 있지만,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증상이 생겼을 때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이 병의 여부를 배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강시혁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생겨서 증상이 일단 생기고 나면 2년 안에 50% 정도의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생기는 단계가 되면 반드시 치료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바로 너무 증상이 악화됐을 때 오면 치료를 해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까닭이다. 

강시혁 교수는 "질환을 오래 앓은 환자는 사실 체력을 많이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늦지 않게 병원에 와서 적절하게 진단하고 시술하면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진단도 어렵지 않다. 강 교수는 "경험 많은 의사들은 청진하면 소리가 들린다"며 청진기를 통해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고, 심장초음파검사를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이 가능한 질환이라고 짚었다. 

현재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치료법은 수술이나 시술로 낡은 판막을 교체해주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이다. 심장을 건드리는 치료법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해서 고령이나 여러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치료가 어렵다고 흔히 오인하는데, 그렇지 않다.

전신마취를 하고 인공호흡기를 단 상태에서 뛰는 심장을 멈춰 놓고 심장을 열어서 낡은 판막을 잘라낸 다음에 인공 판막을 집어넣고 한땀 한땀 꿰매는 방식의 수술만이 아니라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관을 넣어서 판막을 교체하는 시술도 가능한 까닭이다. 

경피적판막치환술(TAVI, 타비)이라고 불리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시술법은 대부분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굵은 관을 넣은 뒤 혈관을 따라 대동맥에서 심장까지 위치시켜서 '뛰고 있는 심장'에 판막을 넣어 재빨리 교체하는 치료법이다.

타비는 요즘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수면마취로도 가능하다. 더구나 10~20년의 경험을 통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춘 채 하는 수술 못지 않게 좋은 치료 성적를 내는 치료법으로 국내 자리잡으며 동반질환 등으로 수술이 어려웠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에게 대안이 되고 있다.  

강시혁 교수는 "타비는 대부분 80세 이상 환자들에게 하고 있고, 100세에 근접한 90대 후반 환자도 시술을 안전하게 잘 받는다. 나이가 많은 것, 동반질환이 있는 것은 시술 치료의 고려사항이 아니다"라며 "고위험 환자는 수술보다는 시술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술할 때 위치를 잘 잡는 게 중요한 까닭에 여러가지 검사들을 통해 판막의 크기나 위치를 잘 정해놓고 시술에 들어가야 한다.  강 교수는 "이 시술은 고위험 시술이기는 하다. 시술 전에 검사도 많이 하고 시술받을 수 있는 환자인지 판단하고 고민하는 과정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95%가량은 큰 문제 없이 시술을 잘 받고 퇴원한다"고 말했다.

타비 시술의 결과는 어떨까? 강시혁 교수는 "시술하고 나서 숨 찬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시술 후 관리가 특별히 필요한 건 별로 없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5일에서 일주일 이내에 보통 퇴원을 하고, 요즘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당일 퇴원도 하고 있을만큼 시술 후 환자들이 잘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시술 후 항혈전제를 잘 챙겨먹는 것 이외에 크게 일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강 교수는 "인공판막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게 아니어서 혈전이 생길 위험은 있다.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 한 가지는 꼭 복용하고, 그 외에 동반질환이 있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약물치료는 전하고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강시혁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숨이 차면 '그냥 나이 들어 이러려니' 생각하지 말고 검사를 한 번 받아보고, 치료방법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잘 상의해 보기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