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휴진 선언한 '서울아산병원', 수술·외래 더 축소…중증 중심 재편
4일 기준 전년 대비 수술 49%, 외래진료 31% 감소 경증환자 1·2차 병원 적극 회송…단순 추적환자 축소 ”정부, 의료붕괴 방관“…의료전달체계 구축 등 촉구
오는 4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중증·응급·희귀난치성 질환 환자 중심으로 진료 일정을 재편한다. 뚜렷한 정부 정책 변화 없이는 경증환자는 진료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경증환자는 1·2차 의료기관으로 회송하고 단순 추적환자 진료는 대폭 축소한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3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붕괴가 시작되는 국가비상상황에서 지금보다 더 선별적이고 강도 높은 진료 축소와 재조정을 통해 중증·응급·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진료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요 진료·수술 일정 조정에 따라 휴진 첫날인 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되는 수술은 지난해 동기 대비 49% 줄고, 전주 대비 29% 감소한다. 외래환자 진료도 줄였다. 외래 진료는 지난해 동기 대비 30.5%, 전주 대비 17.2% 줄이고 신규환자도 42.1% 감축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중증·응급·희귀난치성 질환 환자 중심으로 진료 일정을 재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붕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울산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암등록본부에서 발표한 지난 2021년 암 발생자 27만명 중 13%인 3만6,000명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단돼 치료 받았다. 가장 사망률이 높은 폐암의 경우 지난 2021년 3,200여명이 서울아산병원에 등록된 것으로 보고됐지만 올해는 지난 6개월 간 1,10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강도 높은 근로환경에서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지만 의료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정상진료가 되고 있다고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할 뿐 대한민국 의료붕괴를 방관하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대로 가면 폐암 회피가능사망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다른 중증질환들도 마찬가지다“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중증질환 중심으로) 진료를 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의료붕괴를 막기 위한 역할을 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난치성 질환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암 환자와 중증·응급환자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상적인 의료상황과 비교한 통계를 발표하고 전시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 중복진료를 금지해 달라“면서 ”이미 시작된 지방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발표한 정책과 예산을 즉시 투입해 달라“고도 했다.
이어 환자들을 향해 ”정부의 폭력적인 의료정책 추진에 촉발된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해해 달라“며 ”이미 진단된 질환의 2차 소견이나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은 가급적 외래를 예악하지 말고 상급종합병원이 담당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양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국의료 몰락의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의료 정상화 그날까지 강도 높은 진료 재조정을 통해 환자들을 지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