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혈우병, 중증도 따른 치료보다 '개인맞춤형치료' 필요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은진 교수에게 듣는 '혈우병' 혈우병 환자마다 자연출혈 유발하는 혈액응고인자 활성도 달라 약물반응도 모두 달라 약동학검사 기반 개인맞춤형치료 요구돼 출혈 의심될 때는 응급실 가기 전에 '응고인자주사' 먼저 맞아야 혈우병 환자, 운동 필수…모든 운동 가능하나 축구 시 헤딩 금물

2024-07-19     김경원 기자

혈우병(Haemophilia)은 X염색체의 긴 부위(장완) 끝부분에 위치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 응고인자가 부족해 출혈을 유발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다.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 8번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일 땐 '혈우병A', 혈액응고인자 9번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일 땐 '혈우병B'로 분류하는데, 출혈을 유발해 심각하게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혈우병A와 혈우병B는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런 까닭에 과거에는 생명 유지를 위해 수혈이 혈우병의 치료법으로 쓰인 적이 있지만 지금은 혈우병A와 혈우병B 모두 유전자치료제까지 개발돼 있을 만큼 치료환경이 급변했고, 이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혈우병 환자도 '개인맞춤형치료'를 통해 충분히 건강한 사람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혈우병 명의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은진 교수를 만나 혈우병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은진 교수. 사진 제공=대구가톨릭대병원

- 혈우병은 전 세계적으로 1만 명당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유전성희귀질환으로 알려졌는데, 국내도 비슷한가?     

혈우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초래되는 질환으로 인종이나 국가 간 차이 없이 1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한다. X염색체 열성유전을 하는 까닭에 남성 환자가 훨씬 많다. 그래서 혈우병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료진은 남성 5,000명 당 1명 비율로 생긴다고 많이 얘기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대략 5,000만명이라고 치고, 남자를 그 절반으로 보면 2,500만명이니 국내 혈우병 환자는 대략 5,000명은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현재 국내 혈우병 환자로 등록된 사람은 2,300명이 안 된다. 한국혈우재단이 매년 혈우병백서를 발간하는데,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 국내 혈우병 환자는 2,240명(혈우병A 1,789명·혈우병B 451명)으로 집계됐다. 모든 혈우병 환자가 현재 진단이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혈우병에서 진단이 큰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 

- 국내 절반 이상의 혈우병 환자가 미진단 상태인데, 왜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보는 것인가?  

혈우병은 X염색체의 장완 끝 부위 두 곳인 혈액응고인자 8번이나 9번을 만들라고 명령하는 F8 유전자이나 F9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유전자 이상도 종류가 있는데, 살짝 이상이 있는 경우가 있고 크게 이상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전자에 크게 이상이 있는 경우보다 살짝 이상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이 국내 혈우병 환자가 응고인자약제에 대한 항체 발생률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혈우병 환자의 항체 발생률은 25~30%로 보고되는데, 한국인 혈우병A 환자는 5%, 혈우병B 환자는 2%도 안 될만큼 적다. 항체는 우리 몸이 내 것이 아닌 게 들어왔을 때 만든다. 유전자 이상이 심한 사람은 내 몸에 내 것이 거의 없어서 항체를 많이 만드는데, 국내 환자는 유전자 이상이 심한 사람이 적어 항체 발생률이 낮다.  

또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를 살펴봤을 때도 현재 등록된 환자 중 중증 환자가 훨씬 많다. 혈우병A 환자 중 혈중 혈액응고인자 8번의 활성도가 1% 미만인 중증 환자 비율이 70%, 1~5%인 중등도 환자 비율이 15%, 5~40%인 경증 환자 비율이 15%이다. 혈우병B 환자도 혈중 혈액응고인자 9번의 활성도가 1% 미만인 중증 환자 비율이 50%, 1~5%인 중등도 환자 비율이 25%, 5~40% 경증 환자 비율이 25%이다.

이는 자연 출혈 위험이 높은 국내 중증 혈우병 환자들은 거의 다 발견이 되고 있고, 자연 출연이 거의 없는 경증 혈우병 환자들의 진단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군대생활을 하다가 외상을 입거나 나이 들어 치과치료나 폴립 제거 등을 하다가 지혈이 잘 안 되거나 수술을 앞두고 혈액응고검사를 하면서 이상이 확인돼 진단되는 혈우병 환자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경증 환자들이다. 

- 갑자기 심각한 뇌출혈과 같은 자연 출혈이 위험이 높은 중증 혈우병 환자나 그 보다 자연 출혈 위험이 낮지만 자연 출혈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은 중등도 환자는 어떻게 진단되고 있나?

혈우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산전진찰로 양수검사에서 태아의 혈우병 여부를 알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중증도와 상관없이 조기에 발견 가능한 상황이다. 혈우병 가족력이 없거나 양수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 중등도 혈우병 환자는 한 돌 이후 보통 세 돌 정도됐을 때 활동이 늘어나면서 약한 외상을 입으면서 흔히 발견된다. 눈에 띄는 출혈이 생기기 때문에 아이를 병원에 데려오면서 진단되는 것이다.

중증 혈우병 환자들은 보통 돌 전에 진단된다. 빠르면 엉금엉금 길 때쯤, 늦어도 아장아장 걸을 때쯤 진단이 거의 된다. 중증 혈우병 아기가 기면 그 자극으로 출혈이 생겨 무릎이나 발목 같은 곳이 잘 붓는다. 이때 아이들이 아파서 잘 안 움직이고 그 부위가 붓고 벌겋게 되고 열감이 있는 데다 옆구리 같은 다른 신체 부위에 멍이 같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부모가 이상을 느끼고 보통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온다. 

이때 모르더라도 걸음마를 시작할 때쯤 아기들이 곧잘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는데, 그때 고환 주위 엉덩이에 멍이 들어 부모들이 놀라서 병원에 아기를 데리고 와서 중증 혈우병 환아들은 거의 진단된다. 물론 자연분만 중 뇌출혈이 생겨서 혈우병을 진단받는 아이도 있지만 흔치는 않다. 또 커다랗게 혈종을 가지고 태어나 그 원인을 파악하면서 혈우병이 진단되는 아기도 있다.  

- 산전진찰을 통해 엄마 뱃속에서 혈우병이 확인된 태아의 분만은 어떻게 하나?

태아가 혈우병이 있다고 해서 출혈 위험 때문에 제왕절개 분만을 꼭 할 필요는 없다. 자연분만을 해도 되지만, 아이의 머리가 크다거나 난산 위험이 있다면 제왕절개 분만을 해야 한다. 또 산모가 혈우병 보인자일뿐 혈우병 환자는 아니더라도 간혹 보인자만 있어도 혈액응고인자 활성도가 정상보다 낮은 경우가 있다. 이때는 산모를 위해서도 제왕절개를 하는 게 안전하기 때문에, 제왕절개 분만을 권한다.   

- 혈우병은 X염색체 열성유전을 하기 때문에 여성은 혈우병 보인자이다. 그런 까닭에 유전학적으로 보면 여성 혈우병 환자는 없는 것이 맞는데, 여성 혈우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여성은 보통 혈우병 유전자를 가진 X염색체와 정상 X염색체 2개를 갖게 되는 까닭에 혈우병 보인자가 된다. 여성의 X염색체는 2개이지만 1개만 활동하고, 또 다른 X염색체는 비활성화 상태로 있는데, 대부분 정상 X염색체가 활성화된다. 그런데 간혹 정상 X염색체가 덜 활성화돼 혈액응고인자 활성화 비율이 40%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세계혈우연맹(WHF)은 2020년부터 이같은 혈우병 보인자 여성을 경증 환자로 분류하기로 했다. 

또 다른 경우에도 여성 혈우병 환자가 나올 수 있는데, 2개의 X염색체 중 정상 X염색체가 아닌 혈우병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X염색체가 활성화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것을 사람 이름을 따서 라이온화됐다고 한다. 혈우병 유전자를 보유한 X염색체가 활성화된 여성이라면 중증 혈우병 환자일 수도 있다. 

- 혈우병의 원인은 F8 유전자와 F9 유전자의 돌연변이인데, 이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초래되는 이유는 '친족 간 결혼'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그 이외에 밝혀진 이유들이 있나?

친족 간의 결혼도 있지만, 전체 혈우병의 25~30%는 사실 환자 대에서 생긴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그 경우이다. 빅토리아 여왕 위의 세대는 혈우병이 없다. 빅토리아 여왕의 X염색체에 돌연변이가 나타나 집안과 아무 관계 없이 F9 유전자에 이상이 온 것이다. 이같은 유전자 이상은 엄마가 35세, 아빠가 40세 이상일 때나 부모가 방사선 노출을 받는 직업에 있거나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를 받았을 때 생길 위험이 올라간다.   

- 혈우병A와 혈우병B에 특징이 있나?

혈우병A와 혈우병B는 사실 중증일 때는 증상이 다르다고 말할 수 없을만큼 비슷하다. 다만 응고인자의 성질을 보면 8번 인자는 '양'의 문제, 9번 인자는 '기능적' 문제가 많아 조금 다른 특징을 보인다. 양의 문제가 큰 8번 인자는 몸에 내 것이 많이 없으니 치료제에 대한 항체가 잘 생긴다. 9번 인자는 내 몸에 있기는 한데 기능적으로 미숙하거나 잘못된 것이어서 항체가 덜 생긴다. 혈우병A보다 혈우병B에서 항체가 덜 생기는 이유다. 

또 8번 인자는 피(혈장) 안에만 존재하지만, 9번 인자는 피 안에도 있고 혈관의 내피세포나 콜라겐과 결합돼 있기도 하다. 8번 인자는 피 안에 있다가 없어지기 때문에 반감기를 예를 들어 8~12시간이라고 치면, 9번 인자는 피 안에서 모자라면 혈관 안에 있던 게 떨어져 나올 수 있어 반감기가 24시간 정도로 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약제 개발에 있어서도 유리한 게 혈우병B이다. 사실 혈우병B는 약제 개발에서 앞서나갈 요건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분자가 작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유전자치료제가 먼저 개발된 것도 혈우병B이고, 반감기가 긴 약제들도 혈우병B에서 훨씬 더 많이 개발되고 있다. 

- 혈우병 진단은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통해 이뤄지며, 진단 뒤 혈우병으로 인한 환자의 몸 상태를 알기 위해 추가적으로 어떤 검사들을 하나?

혈우병이 의심되면 혈액응고검사를 해서 실제 혈액응고에 지연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후 우리 몸의 어떤 혈액응고인자에 문제가 있는지 보기 위해 혈액응고인자검사를 해 혈우병을 최종 진단한다. 혈우병은 유전성질환이어서 유전자검사를 하면 좋지만, 흔히 유전자검사를 하지는 않는다. 가족력이 있는 환아는 그 유전자가 그대로 내려온 것이어서 대개 어떤 유형인지 선대 환자로 알 수 있어 굳이 하지 않는다. 

때론 유전자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첫번째가 혈우병 원인 유전자 결함이 심해 자가 억제 인자가 잘 생기는 유전자 타입이면 처음에 치료를 시작할 때 치료제에 대한 항체가 생기지 않게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두번째로 면역력이 약한 6개월 미만 영아나 더 넓게는 1세 미만 영아까지 외부 자극에 대해 반응이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항체가 생길 수 있어 자가 억제 인자가 잘 생기는 유전자 타입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유전자재조합제제보다 혈장 유래 응고인자제제를 주는 것이 안전하다. 요새는 혈장 유래 응고인자제제나 유전자재조합제제가 크게 상관 없다고는 하지만, 유독 항체가 잘 생기는 유전자 결함이 있는 아이에게는 혈장 유래 응고인자제제를 먼저 써서 항체가 안 생기게 하는 게 좋다. 때문에 이같은 경우에는 아이의 케어를 결정하는데 유전자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모에게 설명하고 있다. 

또 혈우병이 진단되면 신체 검진을 해서 출혈이 의심되는 부위가 있는지 본다. 출혈 의심 부위가 없는데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 등이 떨어져있으면 초음파검사로 출혈 부위를 찾는다. 이때 MRI나 CT 검사를 해야 더 정확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검사가 어렵기 때문에 주로 초음파검사를 한다. 하지만 혈우병 환아의 의식이 약간 떨어져 뇌출혈이 의심되거나 아이 복부가 부어 올라 복부출혈이 의심되는 응급상황이면 빠르게 뇌나 복부 CT를 찍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혈우병은 자연 출혈로 연골이 쉽게 망가지고 뼈에 이상이 잘 나타나는데, 이런 이상이 생기는 괄절 부위가 환자마다 달라 혈우병으로 인해 쉽게 망가지는 관절을 '표적 관절'이라고 부른다. 혈우병 진단 시에는 손상된 연골이나 관절이 있는지도 X-ray를 찍어 확인한다.

- 중증 혈우병으로 외상 없이 자연출혈로 뇌출혈이나 복부출혈이 생겼을 땐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출혈 위험이 높은 혈우병 환자들은 일반 뇌출혈이나 복부출혈 환자와 치료법이 다른가?

그렇지 않다. 혈우병 환자의 경우 응고인자제제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만 다르다고 보면 된다. 혈액검사를 했을 때, 헤모글로빈 수치가 크게 떨어져 있으면 그만큼 출혈이 심각한 것이니 일반 뇌출혈이나 복부출혈 환자에게서처럼 진짜 수혈도 한다. 또 필요하면 혈관을 막는 시술이나 수술도 해야 한다. 

혈우병 환자여서 시술이나 수술이 힘들지 않나 생각하지만, 혈우병 환자에게 부족한 응고인자제제를 모두 채워준 다음에 시술이나 수술을 하는 것은 다른 환자들의 시술이나 수술 위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술이나 수술 30분 전에 응고인자제제를 맞으면 되는데, 혈액응고인자의 활성도가 가장 높을 때 시술이나 수술을 받게 하는 것이어서 가장 안전하다. 

- 혈우병 치료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자연출혈이 가장 흔히 나타나면서 혈우병 환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혈우병 합병증이 '혈우병성관절염'으로 아는데, 어떻게 치료·관리를 해야 하나?

건강한 사람은 보통 70대쯤 인공관절수술을 하는데, 혈우병 환자는 30~40대에 인공관절수술을 하는 사람이 있을만큼 혈우병 환자에게는 혈우병성관절염이 심각한 문제이다. 혈우병 환자의 출혈을 조절하기 위해 적정한 응고인자 농축 약제를 정기적으로 투약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응고인자 농도를 유지하는 '혈우병 표준치료'인 예방요법의 가장 중요한 목표도 관절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혈우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혈우병성관절염은 류마티스관절염과 퇴행성관절염의 원인요인이 다 있다. 자연출혈로 관절에 출혈이 생기면 피 안의 철분으로 인해 관절 내에 염증 작용이 일어난다. 우리가 철 성분의 못을 물에 빠뜨려 놓으면 녹스는 것과 같은 일이 혈우병 환자의 관절 내에 일어나는 것이다. 

혈우병성관절염은 이같이 염증성 반응으로 인해 일어나는 류마티스관절염과 유사한 화학적 악화도 나타나고, 나이들어 연골이 닳으면서 관절염이 진행되는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물리적 요인도 더해져서 정상인과 비교해 관절염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예방요법은 3가지로 분류하는데, 관절에 자연출혈이 한 번 있거나 아예 아예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 이때를 1차 예방요법이라고 하며 대부분의 중증 혈우병 환자에게 1차 예방요법이 아주 중요하다. 또 관절에 아직 손상은 없지만 관절출혈이 2번 이상 있었으면 관절 내 염증반응이 있다고 봐서 2차 예방요법이라고 하며, 이미 관절이 손상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할 땐 3차 예방요법이라고 한다. 

- 국내 혈우병 표준치료는 응고인자제제로, 출혈을 조절하기 위해 적정한 응고인자 농축 약제를 정기적으로 투약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응고인자 농도를 유지하는 '예방치료(유지요법, Prophylaxis therapy)'와 실제 출혈이 생겼을 때의 '출혈 시 보충요법(On-demand replacement therapy)'을 쓴다고 알고 있는데, 혈우병 상태 별로 어떻게 치료가 이뤄지고 있나?

중증 혈우병 환자의 치료는 현재 표준 예방요법이 가장 기본이다. 예전에 유럽에서 뇌출혈로 사망하는 혈우병 환자나 혈우병성관절염으로 다리를 절뚝이거나 심지어 절단해야 하는 환자를 봤더니 혈액응고인자 8번이나 9번의 활성도가 1% 미만인 중증 혈우병 환자로 활성도가 1~5%인 중등도 혈우병 환자와 삶이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1%까지는 만들어주자는 것이 예방요법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혈액응고인자 8번과 9번은 모두 단백질로, 우리 몸에 주입한다고 해도 일정 시간 지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혈우병 환자에게 8번 인자가 원래 0.1%밖에 없었다면 아무리 8번 인자를 40%까지 채워놔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0.1%로 돌아간다. 그래서 떨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계속 줘야 하는데, 지금은 8번 인자 같은 경우는 1주일에 2번 정도 꾸준히 주는 예방요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1%만 채우면 혈우병 환자 모두가 문제 없이 사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혈액응고인자 활성도가 5%가 넘은 경증 혈우병 환자는 자연출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예방요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경증 환자 같은 경우에는 치과 스케일링이나 암수술 등을 앞뒀을 때 치료 시작 30분 전에 60~80%까지 응고인자를 올려놓는 정도의 처지만 필요하다. 그러나 1~5%의 중등도 환자 중에서는 예방요법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 

실제 어떤 중등도 혈우병 환자는 혈액응고인자 활성도가 3% 미만으로 내려갈 때 자연출혈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 환자는 4~5%인데도 자연출혈을 한다. 이런 까닭에 중등도 환자 중에서도 중증 혈우병 환자 같이 자연출혈이 잦은 환자는 적극적으로 예방요법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똑같은 양의 혈액응고제제를 줬는데, 어떤 환자는 약물의 반감기(초깃값의 절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가 10시간인데, 어떤 환자는 12시간이다. 2%로 떨어지면 자연출혈이 생겨 혈액응고인자의 최저혈중농도를 2%로 맞춰야 되는 혈우병 환자들이 있을 때, 어떤 환자는 약을 준 지 48시간이 지났을 때 혈액응고인자 활성도가 10%를 유지하는데 어떤 환자는 2% 아래로 떨어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개인맞춤형 예방요법을 위해 혈우병 환자에게 약동학검사를 한다. 혈우병 환자마다 자연출혈이 유발되는 혈액응고인자의 최저혈중농도(trough level)를 맞춰주려는 것인데, 그러려면 주입하는 응고인자의 양을 늘리거나 간격을 짧게 해서 줘야 한다. 요즘 혈우병 치료는 개인맞춤형치료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 개인맞춤형치료는 이 치료가 필요한 모든 국내 혈우병 환자에게 쓰이고 있나?

사실 그렇지 않다. 중증 혈우병 환자의 경우는 여러 비용 대비 효과 연구를 통해 근거가 마련돼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제에 대한 반감기가 너무 짧거나 혈액응고인자 활성도가 1%가 안 되면 의료진이 근거자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내놓는 것으로 하고 이같은 개인 맞춤형치료에 급여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중등도 혈우병 환자에게는 통상적인 치료에만 급여가 적용되고, 개인맞춤형치료를 하면 급여가 다 적용되지는 않는다. 중등도 환자까지 약동학검사에 기반한 개인맞춤형치료가 이뤄지면 참 좋을 것 같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은진 교수. 사진 제공=대구가톨릭대병원

- 국내 혈우병 환자는 응고인자약제를 쓸 때 항체가 덜 생긴다고 했지만, 항체가 생기면 굉장히 치료가 어려워진다. 이때 시도하는 치료법이 항체가 생긴 응고인자를 장기간 자주 투약해 우리 몸에 관용을 유도하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다. 면역관용요법은 실제 어떻게 하는 것이고, 실질적인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되나?

항체는 내 몸에 없는 게 들어가 생긴 것이므로, 그것을 매일 계속 줘서 우리 몸이 '얘는 내 건가봐'라고 인식하게 하는 게 면역관용요법이다. 현재 국내에서 제일 먼저 시도되는 항체 치료법이기도 하다. 처음 응고인자약제를 10배가량으로 시작해서 점점 용량을 올리면서 치료하는데, 보통은 6개월, 길면은 1년간 매일 3~5분간 환자가 주사를 맞아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항체 환자는 면역관용요법이 80~90% 이상 성공할만큼 치료가 잘 된다. 하지만 면역관용요법은 매일 주사로 응고인자약제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혈우병 환자에게 쉽지 않은 치료이다. 항암주사를 맞을 때처럼 몸에 케모포트(Chemoport)를 심어서 몸에 주입을 하기 때문에 매일 병원에 가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혈우병 치료 때보다는 훨씬 자주 병원에 가야 하고 매일 주사를 맞는 것도 힘든 일이다. 

- 항체 혈우병 환자에게는 활성화 프로트롬빈 복합체 농축제제(aPPC) 혹은 7번 응고인자 농축 약제(rFVIIa)로 우회치료를 한다고 하는데, 어떤 원리로 치료가 되는 것이고 우회치료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우회치료는 면역관용요법과 달리 혈우병 환자의 출혈을 막기 위한 예방요법으로 이뤄지는 치료이다. 이들 치료는 도미노처럼 이뤄진 '인체 지혈 기전'에서 문제가 생긴 8번 인자나 9번 인자 부위를 우회하는 곳에 작용해 중간에 끊긴 인체 지혈 기전의 도미노 현상이 이어지게 하는 치료법인데, 문제는 항체가 생긴 환자는 훨씬 더 출혈 경향이 심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는 두 가지 약 중 어떤 약이 항체 혈우병 환자에게 맞는지 모른다. 어떤 항체 혈우병 환자는 활성화 프로트롬빈 복합체 농축제제가 잘 듣고, 어떤 환자는 7번 응고인자 농축 약제가 잘 듣는다. 더구나 출혈 조절이 잘 되다가 갑자기 굉장히 출혈이 심해져 입원해 두 가지 약제를 모두 번갈아 가며 써야 되는 환자가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항체 혈우병 환자는 출혈을 막는 예방요법이 어렵다.  

또 우회치료제는 8번 인자나 9번 인자보다 주입해야 하는 양이 많다보니 치료 시간도 늘어난다. 어떤 약제는 반감기가 2시간밖에 안 돼 출혈이 생긴 혈우병 환자의 경우에는 2시간마다 맞아야 하기도 한다. 더구나 약을 줬을 때 사람마다 흡수하는 게 다른데, 항체 환자의 경우에는 우회치료를 할 때 약의 흡수를 어느 정도까지 하는지 예측하지 못한다. 갑자기 과잉 응고현상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혈우병 전문 의료진들은 혈우병 치료에서 1번을 항체가 생기는 것을 막는 것, 2번을 혈우병성관절염을 예방하는 것을 염두해두고 치료한다. 또 이같은 출혈 경향이 심한 항체 환자의 치료의 어려움 때문에 최근 헴리브라(성분명 에미시주맙)가 각광 받는 것이다. 

- 혈우병A 신약 헴리브라가 기존 치료법 대비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헴리브라 치료의 한계를 꼽는다면 어떤 점인가?

헴리브라는 응고인자제제가 아니라 혈액응고인자 8번을 대신해주는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로 출혈 경향이 심한 항체 환자의 출혈을 막는데 효과적인 약제인데다 피하주사제제이면서 투여 간격도 길어 혈우병 환자에게 편의성이 높다. 하지만 헴리브라도 극복해야 할 한계가 있는데, 혈액응고인자 8번의 활성도를 나타내는 최저치 값이 헴리브라는 15~20% 정도로 유지된다는 게 그것이다.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축구 같은 활동적인 일을 많이 하는데, 적어도 축구를 하려면 혈액응고인자 8번의 활성도 최저치 값이 적어도 30% 이상은 돼야 한다. 때문에 활동적인 아이들은 헴리브라가 적합하지 않다. 또 헴리브라를 맞는 성인 환자 중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응고인자제제 등을 맞아야 한다. 출혈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확 높여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헴리브라만으론 힘든 것이다. 

- 미국과 유럽에서는 작년에 혈우병 유전자치료제까지 등장했고, 현재 반감기가 긴 응고인자약제와 비응고인자약제 개발도 활발하다. 앞으로 국내 혈우병 치료환경은 어떻게 변화될 것이라고 보나?

반감기가 긴 약제들이 나오고 피하주사제형의 비응고인자약제도 등장하면서 혈우병 환자들이 병원에 오는 날이 이전보다 크게 줄었고 편의성도 개선되고 있다. 현재도 이같은 약제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 더 혈우병 치료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혈우병치료제가 경구약제로도 개발됐으면 한다.

또 미국이나 유럽에서 혈우병A와 혈우병B 모두 유전자치료제가 승인됐지만, 한 번 치료에 40억원가량의 약값이 책정된 유전자치료제의 효과 편차가 현재는 큰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혈우병 유전자치료제가 국내 도입된다고 해도 당분간 보험 급여로 편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혈우병은 유전자질환이기 때문에 언젠가 유전자치료가 혈우병 완치라는 '꿈의 실현'이 되어줄 것이라고 본다.   

- 앞으로 국내 혈우병 치료·관리에 있어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혈우병 환자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온갖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오고 있다. 이를 위해 다학제진료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외국은 다학제진료가 혈우병에 이뤄지고 있다. 현재 우리 병원에서는 재활의학과와 협진을 통해 환자의 관절에 이상 있을 때 교수가 직접 초음파를 보면서 주사치료도 해주고 신발 깔창도 해준다. 또 치과와도 협진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이보다 더 확장된 개념의 다학제진료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 혈우병 보인자 엄마가 현재의 의학기술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방법은 없나?

없다. 현재는 산전검사를 통해 출산 등 앞으로를 대처할 수 있을 뿐이지, 의학적으로 조치해 건강한 아이만을 출산할 방법은 나와 있지 않다. 

- 혈우병 환자가 흔히 겪는 응급상황은 무엇이고, 이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특별히 다치거나 하지 않아도 머리가 아프거나 아이가 너무 가라앉거나 뭘 잘못 먹은 것도 아닌데 토하려고 하면 이것은 뇌에 자연출혈이 생긴 것일 수 있다. 이때는 병원에 빨리 와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먼저 환자가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응고인자 주사를 즉시 맞는 것이다. 응고인자 주사를 맞고 병원에 와야 자연출혈이 더 심화되는 것을 막아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이외에 다양한 부위의 자연출혈이 의심될 때도 병원에 오기 전에 먼저 응고인자 주사를 맞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돼야 하며, 평소 다니는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 응급실에 갈 때는 응고인자 주사도 반드시 챙겨서 가야 한다.   

- 혈우병 환자들은 동네치과에서 발치나 스케일링 같은 간단한 치료만 받으려고 해도 흔히 문전박대를 당한다고 하는데, 방법은 없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출혈 위험이 높은 혈우병 환자를 보는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에는 혈우병 전문 주치의에게 소견서를 받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소견서에 '발치 30분 전에 응고인자 주사를 맞으라고 교육했다. 발치 후 지혈 작용을 도와주는 약제인 도란사민을 처방하거나 도포해주면 된다'고 소견서에 담아주면 이런 점을 반영해 치료를 해준다.      

- 혈우병 환자의 건강을 위해 추천하는 일상관리법이 있나? 

출혈 위험 때문에 많이들 걱정하는데, 지금보다 더 활동적인 삶을 살았으면 한다. 혈우병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관절을 보호하려면 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근육 등 주변 조직을 더 강화해야 한다. 운동은 꼭 규칙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또 출혈 위험이 있으니 혈우병 환자는 이것저것 안 되는 운동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혈우병 환자가 해선 안 되는 운동은 없다고 본다. 다만 축구를 할 때 '헤딩'은 절대 안 된다. 뇌출혈이 생기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운동을 한 뒤 발목이 붓거나 할 수 있어서 걱정하는데, 이때는 예방요법 주사를 한 대 더 맞으면 된다. 원래 월요일과 목요일 예방요법 주사를 맞는데, 수요일에 축구를 하고 발목이 붓는다면 수요일에 맞고, 목요일에 맞을 주사를 금요일에 맞으면 된다. 주사를 과하게 맞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데, 반감기가 하루 지나면 떨어지기 때문에 맞아도 된다.  

- 마지막으로 혈우병 환우와 가족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혈우병은 이제 환자들이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는데 발목을 안 잡을만큼 치료 기술이 좋아졌다. 평생 이 병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힘들겠지만, 이 병이 환자들에게 '뭔가를 못하게 하는 병'이라고 인식되지 않았으면 하고, 실제로 '다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부모들도 아이의 출혈 위험 때문에 너무 걱정하는데, 주치의 처방대로 치료를 잘 받게 하면서 아이가 조금 더 활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지지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