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료 치사율 50% '수막구균감염', 이달부터 국내 백신 커버리지 확대
국내 첫 수막구균B 백신 '벡세로' 16일 의료기관 공급 수막구균 혈청군B, 최근 국내서 가장 우세…"예방 필요"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50%에 달하는 데다 초기엔 독감과 구분이 어렵고 병원에서 진단검사도 쉽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려운 '수막구균감염'에 대한 국내 백신 커버리지가 이달부터 확대된다.
한국GSK는 16일 국내 최초의 수막구균 혈청군B 백신 '벡세로'의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16일부터 국내 의료기관에 벡세로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현미 교수는 "수막구균감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50%의 환자가 사망하고, 적절한 항생제가 들어가도 8~15%의 환자가 사망한다"며 수막구균 자체의 독성이 강해 항생제를 써도 사망자가 나오는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막구균감염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수막구균감염으로 뇌수막염과 패혈증 등을 앓고 회복한 생존자 10명 중 1~2명은 뇌손상, 청력 손실, 사지 상실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앓는다.
더구나 수막구균감염은 병원에서 진단조차 쉽지 않다. 일단 초기 증상이 발열, 근육통, 두통 등 독감과 유사한데다, 일단 항생제를 복용한 환자에게는 세균배양검사를 해도 균이 나오지 않고, 항생제 복용을 하지 않은 환자에게조차 균 배양이 어렵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강현미 교수는 "수막구균감염은 골든타임을 놓쳐서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환"이라며 초기 증상 발현 후 24시간 이내 사망할 수 있을만큼 질병의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인체에 수막구균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수막구균 혈청군은 A, B, C, W, X, Y 6가지로 꼽히며, 2010년 이후 수막구균 혈청군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혈청군B로 지목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유럽과 대만, 호주 등에서도 혈청군B가 수막구균감염의 '문제아'로 떠오른 지 오래다.
강현미 교수는 "수막구균은 국가마다, 지역마다 유행하는 혈청군이 다 다르지만, 어릴수록 수막구균 혈청군B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2015년 국내 청소년의 수막구균 보균 비율 조사에서도 혈청군B가 가장 흔했다"며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에서 검출된 수막구균 혈청군 중에서도 혈청군B가 가장 많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까닭에 혈청군B를 커버리지할 수 있는 수막구균백신의 필요성이 최근 국내 증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수막구균 혈청군B를 예방할 수 있는 벡세로가 출시된 것이다.
하지만 벡세로는 수막구균 혈청군B만 예방이 가능하며, 다른 수막구균 혈청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가 수막구균 백신을 추가로 접종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다가 수막구균 백신은 A, C, W, Y 4가지 혈청군을 예방할 수 있는 멘비오, 메낙트라, 멘쿼드피 3가지가 있다.
강 교수는 "수막구균감염에 대한 고위험군일 때는 2가지 백신을 다 권장한다"며 면역저하자나 보체 결핍자, 미숙아 등이거나 집안 사람 중 수막구구균감염에 걸렸거나 밀집된 공간에 생활하는 사람 등을 고위험군으로 짚었다. 이어 "두 가지 백신을 다 접종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최근에 수막구균 혈청군B가 중요 혈청군이니 벡세로도 맞을 수 있는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유럽에서 최초 승인된 벡세로는 접종 효능이 높은 백신으로 꼽힌다. 영국의 영아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75%의 질병 감소 효과가 보고됐다. 또 포르투갈에서 벡세로 도입 이후 5년 동안 79%의 수막구균감염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더불어 대유행 상황에서도 벡세로의 효능이 입증된 상황이다. 캐나다 퀘벡에서 B형 혈청군에 의한 수막구균감염 유행이 발생했을 때, 대규모 벡세로 접종으로 수막구균 감염증 발생이 87% 감소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한국GSK 의학부 방준 이사는 “영국, 포르투갈, 캐나다 등에서는 수막구균 혈청군B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통한 질환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다"며 "영국, 미국 등 14개국에서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된 백신"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SK 백신사업부 권현지 전무는 "수막구균 혈청군은 호발하는 지역이나 시기가 다르고 예측이 힘들다"며 치명적인 수막구균감염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두 가지 백신을 통해 폭넓게 수막구균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