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의 ‘결단’…환자방 전전 소아암 환자 위한 ‘4P하우스’ 마련
정부 지원 없이 발전기금만으로 건물 매입해 리모델링 양성자치료 6주간 무료 제공…"환자안전 위해 필요"
국립암센터가 양성자 치료를 받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소아암 환자를 위한 ‘쉼터’를 마련했다. 6주 정도 걸리는 치료 기간 보호자와 함께 무료로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오는 9월 국립암센터 ‘4P 하우스(Place for Paediatric cancer Patient who need Proton Therapy House)’가 완공되면 아픈 아이와 보호자는 고시원이나 ‘환자방’을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양성자 치료기가 설치된 곳은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뿐이어서 지방 암 환자가 양성자 치료를 받으려면 수도권으로 올라와야 한다. 특히 소아암 환자는 매일 5분씩 6주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매번 보호자도 함께여야 해서 치료 기간 머물 숙박시설을 찾아야 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 10년간 국립암센터에서 양성자 치료를 받은 환자의 55%가 지방 거주자였다.
이에 국립암센터는 4P 하우스를 마련하기로 하고 인근 2층짜리 건물을 매입했다. 총 연면적 209.98㎡(66.7평) 규모로 국립암센터를 도보로 오갈 수 있는 거리다. 건물 매입과 리모델링 등으로 8억원 정도 들었다. 모든 비용은 정부 지원 없이 국립암센터 발전기금에서 나왔다. 완공 후에도 유지 비용으로 연간 5,000만원 정도 필요하지만 환자에게 관련 비용을 받을 수 없다. 국립암센터는 한국소아백혈병협회와 협업해 양성자 치료를 받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소아암 환자가 4P 하우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립암센터 양성자센터 김주영 교수(방사선종양학과)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아 진료라는 게 참 어렵다. 너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의사는 그 인력 중 한 부분”이라며 “양성자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기에 진료비 부담을 적지만 그 외 투입되는 자원이나 환경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22년 8월 (재)국립암센터발전기금에 쉼터 마련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쉼터 조성 사업 후원 캠페인도 진행됐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환자가 멀리서 온다면 그 환자의 안전을 위해 주변에 숙소가 마련돼 있는지도 중요하게 본다”며 “사회적 배려 차원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소아암 환자의 심리적, 정서적 안정도 고려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도 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이기에 해야 하는 일이지만 정박 정부 예산 지원 우선순위에는 밀린다고 안타까워했다.
서 원장은 “국립암센터는 정부 산하 기관이다. 민간 병원과 달리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많은 병상을 배정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간 병원은 손해가 날 수밖에 없으니 병상 배정을 하지 못한다”며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한 조치여도 적자를 보면 책임져야 한다. 정부가 보전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기획재정부는 경제적인 효율을 우선으로 예산을 편성한다. 그러다 보니 예산을 신청해도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도 소아암 환자를 위한 쉼터 등이 필요하다고 알리는 것도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