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다발성경화증, 발병 초기부터 효과적 치료제 써야 한다
국립암센터 신경과 김호진 교수에게 듣는 '다발성경화증' '자가면역 염증반응' 지속돼 뇌·척수·시신경에 손상 초래 병 진행 증상 뚜렷이 보이지 않아도 손상 진행될 수 있어 제대로 치료 안 하면 장애 누적돼 삶의 질↓·사회적 비용↑ 대부분 초기엔 재발-완화형·후기엔 진행형 형태로 나타나 10%, 병 초기부터 눈에 띄게 악화…진행형일 땐 예후 나빠 급여 기준 탓 질병 활성도 따른 처방 어려워 개선 필요해 "꾸준한 운동, 질병 예후에 영향…규칙적인 운동 권고돼"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은 자가면역 염증반응과 신경퇴행성 손상으로 인해 뇌, 척수, 시신경 같은 중추신경계의 신경섬유와 그 피막인 '수초'가 손상되는 희귀질환이다. 반복적인 자가면역 염증반응으로 신경섬유와 수초가 지속적으로 손상되면 중추신경이 점차적으로 망가지면서 크고 작은 장애가 누적되며, 결국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우리사회가 짊어지게 될 사회적 비용도 더불어 늘어난다.
과거 다발성경화증은 병 초기 주된 병리가 염증이고 재발로 인한 신경학적 손상이 장애의 주된 원인으로 간주돼왔지만, 최근엔 신경퇴행성 손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장애 누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발병 초기부터 고효능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신경면역질환 명의 국립암센터 신경과 김호진 교수(대한신경면역학회장)를 만나 변화된 다발성경화증 치료 트렌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다발성경화증은 수초가 자가면역세포에 의해 특징적으로 손상되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문제가 초래되는 병인가?
다발성경화증은 자가면역세포에 의해 중추신경계의 신경(축삭)과 이를 둘러싼 수초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특히 뇌, 척수, 시신경 같은 중추신경계에만 문제가 발생하며 말초신경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중추신경계는 컴퓨터로 비유하면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 처리 장치)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다발성경화증이 시신경에 영향을 미치면 시야에 문제가 생겨 뿌옇게 보이거나 일부 시야가 보이지 않거나, 색감이 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뇌의 왼쪽에서 오른손을 조절하는 곳에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마비가 오거나, 움직임 조절이 어려워지며, 감각이 없어질 수도 있다. 척수에 다발성경화증이 발생하면 팔다리의 움직임이 어려워지거나, 감각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대소변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다발성경화증의 자가면역 염증반응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중추신경계 손상을 유발했다가 회복됨에 따라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났다가 완화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질환이 점차 진행하면서 이러한 염증성 손상과 신경퇴행성 손상이 누적되면서 축삭이 심하게 손상되면 신경학적 증상의 회복이 어렵고, 영구장애로 남게 된다.
- 다발성경화증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
다발성경화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감각이상으로, 환자의 40% 이상에서 나타난다. 감각이상은 신체의 어느 부위에든 나타날 수 있으며, 초기 감각이상 증상은 대게 1~2주 내에 회복될 수 있어 환자들이 이를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후 시신경 등 다른 부위에 다발성경화증이 발생했을 때, 병력 청취 과정에서 초기 감각 이상 이벤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다발성경화증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 다발성경화증 증상인 감각이상이 회복됐다는 것은 수초가 다시 회복됐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비록 100% 회복되지 않더라도 수초가 신호가 전달될 정도로만 회복되면 신체 기능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MRI 등을 통해 수초에 다발성경화증 신경면역반응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이러한 손상이 누적되면, 추후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신경과 수초가 손상되기 전에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초기부터 매우 효과적인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트렌드로 치료 방향이 변화하고 있다.
- 한 번 다발성경화증의 신경면역반응이 일어난 곳이 다시 손상이 잘 된다는 것인가?
그렇다. 뇌는 견고한 막인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으로 보호되고 있는데, 이 장벽이 한번 손상되면 그 손상 부위는 이후에도 쉽게 면역세포들의 추가적인 침투를 허용하게 된다. 다발성경화증에서는 반복적인 공격으로 인해 점차 BBB가 약해지며, 이로 인해 병의 진행이 가속화될 수 있다.
- 남성 보다 여성 환자가 2~3배 많은 다발성경화증은 국내 환자가 얼마나 되고, 최근 발생 추이가 어떻게 되나? 또 다발성경화증은 20~40대에 주로 발병하지만, 모든 연령대에 발병 가능한 질환으로 안다. 국내 환자들의 연령대 분포도 궁금하다.
다발성경화증은 국내에서 인구 10만명 당 3.2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근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면서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이 질환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는 있지만, 10세 미만은 극히 드물고, 60세 이상의 고령층에게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 10대부터 40대 중후반 사이에 발생하며, 특히 30대가 발병 피크 연령대이다.
- 다발성경화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여러가지가 지목되고 있다.
다발성경화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요인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인종적 차이가 큰데, 유럽계 백인에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많으며, 특히 북유럽계 백인에게서 가장 높은 유병율을 보인다. 인구 10만명 당 250~300명꼴로, 우리나라보다 거의 100배 높은 수치를 보인다.
겨울이 길고 낮이 짧은 북부 지방에 유병율이 높은 것과 관련해 일광과 비타민D가 다발성경화증 유병률과의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외의 환경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치는데, 예를 들어 인도에 사는 인도인에게는 다발성경화증 유병률이 낮지만, 영국에 사는 인도인은 유병률이 백인과 비슷하게 올라가 있다. 그런데 한국인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병률 차이가 크지 않다.
또 다발성경화증이 과거에는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이 있다고 여겨져 왔고, 처음 개발된 약제도 항바이러스제인 '인터페론 베타'였다. 그러나 현재 이 병과 연관성이 입증된 바이러스는 엡스타인바바이러스(EBV)뿐이다. EBV 단백질 구조가 수초와 비슷한 부분이 많으며, EBV는 면역세포에 수년 이상 잠복 감염을 일으키며 면역세포들을 활성화시킨다.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자기 수초를 EBV로 착각해 공격하는 것으로 현재 추정한다.
그런데 EBV는 어릴 때 침 같은 구강 분비물로 전파돼 쉽게 감염되며, 대부분의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EBV에 감염된 모든 사람에게 다발성경화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EBV가 활성화될 때 특정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에게 이 사이클이 강화되면서 자가면역반응을 유발해 질환을 촉발하는 것으로 현재는 추정하고 있다.
이외에 1형 당뇨, 류마티스관절염, 루푸스 같은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환자에서 다발성경화증 위험이 다소 높지만, 일반인과의 차이는 크지 않다. 또 다발성경화증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조금 높아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위험이 매우 낮아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국내의 다발성경화증 환자 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흡연도 다발성경화증의 진행과 재발에 연관성이 알려져 있는 까닭에, 발병 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 다발성경화증 최초의 치료제인 인터페론 베타가 다발성경화증 재발 억제에 도움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페론 베타는 다발성경화증 치료에서 바이러스를 직접 억제하는 효과가 아니라, 우리가 초기에는 알지 못했던 다른 면역계의 작용을 통해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현재 알려져 있다. 이를 비아그라의 사례와 비교할 수 있는데, 비아그라가 처음에는 심장질환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이후 발기부전치료제로 사용되게 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마찬가지로, 인터페론 베타도 처음에는 항바이러스제로 인식됐지만 다발성경화증 치료에서의 효과는 면역계의 복잡한 기전에서 비롯된 것이다.
- 다발성경화증은 과거에는 재발이 3번 이상 됐을 때야 진단되는 경우가 흔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어떤가? 또 조기 진단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크게 향상됐고, 질환에 대한 정보 접근도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이와 함께 다발성경화증 진단 기준도 과거보다 훨씬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진단이 과거보다 현재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증상을 처음 느낀 뒤 진단까지 5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1년 이내에 대부분 진단된다. 특히 다발성경화증 전문 의료진이 있는 병원에서는 첫 발병 시 바로 진단되기도 한다.
다발성경화증의 질환 초기의 특징은 중추신경계 문제로 의심되는 어떤 기능장애나 감각이상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발생했다가 호전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호발 연령인 젊은 환자에서 새로운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면 가능한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중추신경계 이상이 의심되는 증상인 경우 신속히 MRI를 찍어 다발성경화증에 부합하는 병변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발성경화증은 단일 검사로 확진이 어려운 질환이므로 임상 증상, 경과, MRI검사, 뇌척수액검사 등을 통해 다발성경화증이 아닌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꼼꼼히 배제하는 것이다.
- 다발성경화증을 나누는 유형이 있는 것으로 안다. 크게 재발-완화형, 진행형 등으로 분류하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경과를 과거에는 명확하게 유형을 구분했지만, 현재는 이를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질환 초기에는 대부분이 환자가 재발-완화형에서 질환이 10년 이상 진행하면 2차 진행형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질환 초기부터 진행성 질환 병리가 나타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이 단계를 구분하지 않고, 연속적인 과정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약 10%의 환자는 처음부터 재발 없이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1차 진행형에 속한다.
이 경우에는 재발-완화형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약제는 재발-완화형으로 발현하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이며, 이러한 약제들은 대부분 1차 진행형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1차 진행형 다발성경화증에 대해 유일하게 승인된 약제는 B세포 표적치료제 하나뿐이고, 그 치료 효과가 아직 만족스럽지 않아 여전히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상황이다. 또한 2차 진행형 환자들에게 승인된 약제도 있지만, 치료 효과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병의 유형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 다발성경화증은 유형에 따라 치료 접근을 나눠서 하나?
일차 진행형과 재발 완화형으로 발현하는 환자들은 각각 유형에 따라 치료 접근이 다르게 이뤄져야 한다. 재발-완화형의 경우 최근 외국의 전문가들은 질환 활성도와 관계없이 발병 초기부터 고효능 치료제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질환 활성도가 높은 환자의 경우에도 고효능 치료제로 바로 시작하는 것에 제약이 많다. 이는 현재의 국내 치료제 급여 기준이 중등도 효과 약제를 먼저 사용해 보고, 그 효과가 부족할 때 고효능 치료제로 전환하도록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등도 효과 약물 사용하면서 불충분한 치료 효과로 인해 신경 손상이 계속 진행되더라도, 그 진행이 임상적으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고효능 치료제로의 전환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한번 손실된 신경의 기능은 회복되기 어려운만큼, 이러한 지연은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치료를 피하려면 일괄적인 급여 기준이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현재는 아주 초기의 다발성경화증이면서 임신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는 치료 효과 보다는 임신에 더 안전한 약물치료인 자가주사치료를 우선하고, 질병이 좀 심한 사람이라면 병원에 오는 빈도가 좀 더 잦더라도 자가주사치료보다 센 약을 쓰는 식으로 치료 접근을 한다.
- 다발성경화증이 갑자기 확 나빠진 급성기 치료는 어떻게 하나?
급성기 다발성 경화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3~5일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그러나 급성기 치료는 갑자기 발생한 신경학적 증상의 회복을 위한 것이며, 만성적인 질환의 염증반응을 조절할 수 없다. 따라서 급성기 스테로이드 치료 후 장기적인 질환 조절 치료가 필수적이다.
- 다발성경화증에서 병이 빠르게 악화되는 '재발'을 환자가 빨리 알아채는 것이 질병의 진행이나 장애를 적게 하는데 도움이 되나? 또 재발일 땐 어떻게 의료이용을 하는 것이 좋나?
다발성경화증 환자가 재발을 빨리 인지하고, 급성기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그 스피드의 중요성이 뇌졸중 치료처럼 분초를 다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심한 재발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빠른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는 저림증 같이 새롭게 생긴 증상(Positive 증상) 보다 마비나, 시력저하처럼 이전에 유지하던 신체 기능이 사라지는 증상(Negative 증상)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고, 실제로 환자들에게도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교육하고 있다.
만약 신체 기능이 저하된 것이 뚜렷하고 그것이 24시간 이상 지속됐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경우 재발로 인한 신경학적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때 가까운 시일 내 외래 방문이 가능하다면 바로 응급실로 달려갈 필요는 없다.
- 재발 전조 증상이 없다고는 하지만, 환자들이 전조 증상이라고 착각하는 증상도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증상을 많이 오인하나?
환자들이 흔히 재발의 전조 증상이라고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발열'이다. 체온이 올라가면 수초의 전도율이 떨어져 수초가 많이 손상된 경우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재발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열이 내려가면 이러한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기능장애가 원상태로 복구된다. 이는 열이 없이 수일에 걸쳐 염증이 심해져 발생하는 실제 재발과 구분이 필요하다.
- 다발성경화증은 희귀질환 중 신약 접근성이 높은 질환에 속하는데, 이를 통해 최근 예후가 과거에 비해 얼만큼 달라졌나?
과거에는 다발성경화증이 발병하면 결국 장애를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며, 이는 시간의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고, 필요한 경우 보다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2차 진행형으로 전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이 많아졌다. 다만, 이러한 상태가 평생 지속될지, 아니면 50~60대에 이르면 결국 퇴행이 시작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이러한 조기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거의 60대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현재 다발성경화증 치료의 주요 목표는 조기에 효과적 치료를 통해 2차 진행형으로의 전환을 막는 것이다. 실제 2010년 새로운 임상연구에 참여한 다발성경화증 환자 중에는 이미 10년 동안 아무 장애 없이 질병 경과를 유지하는 환자가 다수 있다. 요즘 외래에서 환자들을 보면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데, 오래 전 진단된 환자는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다른 환자는 환자임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 기능에 큰 문제가 없다. 이러한 차이는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다발성경화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 다발성경화증은 완치 가능성도 보이는 질환인가?
다발성경화증에서 완치하기 위해서는 면역세포를 새롭게 생성하는 골수를 이식해야 한다. 이는 컴퓨터를 포멧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환자의 면역체계를 완전히 재설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골수이식은 기회감염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현재의 질환 조절 치료제들이 다 효과가 불충분해 질환 진행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 제한해 치료하고 있으며, 아직 국내에서는 다발성경화증 환자에서의 골수이식은 급여적응증이 되지 않는다.
다발성경화증은 이제 조기에 진단하면 질환의 조절이 가능하다. '완치'와 '조절'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6개월에 한 번 맞는 약이나 1년에 한 번 맞는 약, 1년에 10일만 먹는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질환으로 인한 신경손상을 최대한 막고, 수년 이상 장애의 진행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기전의 치료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어, 보다 완전한 조절이 가능한 시기가 다가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는 완전조절이 가능한 환자가 80~90%는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다발성경화증은 재발 시 고농도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대퇴골두무혈성괴사 같은 스테로이드치료 부작용도 잦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비율로 환자에게 발생하고 있고 이를 줄일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다.
1,000명 중 약 10명의 환자에게 대퇴골두무혈성괴사가 발생하고, 반복적으로 장기간 스테로이드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그 위험성이 더 높다. 그런데 전문센터에서 치료받는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은 이러한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덜 겪는다. 이는 스테로이드 치료가 필요한 실제 재발을 가짜 재발로부터 감별해 가능한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제 사용 빈도를 줄이고, 고용량 스테로이드치료를 증상의 강도에 따라 꼭 필요한 기간만 사용 후 경구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질환 조절 치료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 다발성경화증은 비타민D 부족이 영향을 미치는데, 이 부분은 현재 병원에서 어떻게 관리하나?
주기적으로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혈중 비타민D 수치를 측정해서 부족하면 비타민D를 처방한다.
- 자가면역질환 이외에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흔히 위험이 올라가는 질환이 있나?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은 우울증, 고혈압, 심장병 같은 흔한 질환의 발생 위험이 다소 높다. 특히 우울증이 상당히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데, 이는 직접적인 신경염증으로 인한 손상 때문인지, 다양한 신경계 기능 이상과 치료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한 심리적인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심한 우울증을 보이는 환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게 권고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거의 루틴으로 전담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진료를 맡고 있다.
또 고혈압과 심장병 발병 위험이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은 약 2배 정도 높다. 신경면역질환 환자들이 잘 지켜야 될 건강수칙은 만성질환 환자의 건강수칙과 동일하다.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운동, 스트레스관리,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면 지방간과 비만을 예방하고, 혈압을 낮출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건강 생활습관은 면역세포의 불필요한 활성화를 억제해 수초를 공격하는 일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강력하게 권하는 일상 건강관리법이 있나?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을 오래 진료하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운동으로 인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그러므로 규칙적인 운동을 권장한다.
또한 중요하게 강조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금연인데, 다발성경화증에서 니코틴이 병을 악화시키는 데 관여한다는 여러 근거자료가 많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에게 금연의 중요성을 강하게 설득하고 있으며, 반드시 금연할 것을 권한다.
- 마지막으로 다발성경화증 환우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발성경화증 치료와 관리는 긴 마라톤 경주와 같다. 평생에 걸쳐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큼, 작은 문제들에 일일이 연연해 지치지 않아야 한다. 또 다발성경화증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 목표와 꿈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환이 삶 전체를 잠식하지 않도록 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동시에, 질환의 조절을 위해 꾸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의료진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질환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치료제들이 크게 발전하면서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의 미래가 밝아지고 있다. 다발성경화증 환우와 가족들에게 이 병이 삶의 일부일 뿐, 삶의 전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