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언제 오나 기도만 할 수 없어"…간호사 역할 커지나
세브란스노조, 교섭안에 '임상전담 간호사' 제도화 포함 "전공의 돌아와도 예전과 달라…대비 시작해야"
정부가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 등 진료지원 간호사 활용을 공식화한 가운데 병원 현장에서도 진료지원 간호사 활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마감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전체 모집 인원 중 7,645명 중 총 104명이 지원했다고 1일 발표했다. 지원자는 인턴 13명, 레지던트 91명으로, 지원율은 1.4%에 불과했다.
정부는 앞서 전공의 공백의 대책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을 내놓고 이를 위해 진료지원 간호사 지원이 상당 부분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으로 진료지원 간호사가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병원 현장에서도 간호사 활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공의가 당장 없는 것도 문제지만, 설령 돌아와도 정부가 근무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예전보다 진료지원 간호사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관계자 A씨는 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올해 교섭 요구안에 임상전담 간호사(진료지원 간호사) 제도화를 위한 TF 구성을 포함했다”며 “임상전담 간호사가 되려면 어떤 자격 혹은 선발 기준이 필요한지부터 교육 과정 등을 노사가 협의해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전공의들이 복귀하더라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상전담 간호사가 맡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모든 간호사가 준비되진 않은 만큼 체계적인 임상전담 간호사 선발·교육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가 못 돌아온다고 해서 ‘언제 돌아오나’ 기도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많은 것들이 변할텐데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시작된 무급휴직을 종료한다는 병원도 있었다.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전공의 업무를 일부 대신하면서 병상 가동률이 일정 부분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고려대의료원 노조 관계자 B씨는 “무급휴직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되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11일 이후에는 무급휴가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병상 가동률도 어느 정도 올라오면서 병원이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폐쇄 병동을 제외하고는 가동률이 80% 정도로 올라온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오지 않기로 한 것은 이미 끝난 이야기다. 병원은 어쨌든 살아남아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병원도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와 함께 일하는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현장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선 경험이 많은 전문간호사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제도화 등 법적 보호 문제가 해결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간호사 C씨는 “병원에서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진료지원 간호사에게 위임하는 범위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사고가 터질 경우 업무를 위임했던 의사들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에 더 조심하는 것”이라고 했다.
C씨는 “현재 병원에서 각 진료과 요청에 따라 전문간호사가 전임의처럼 콜을 받는 등 방안을 논의 중으로 알고 있다"며 “각 진료과가 현장을 잘 아는 만큼 이같은 내용을 협의한 후 중앙에 보고하면 검토 후 승인하는 방식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선 “법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C씨는 “법적 문제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병원이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