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불가 위암,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로 수술 가능 상태로 바뀐다!

위암 수술 가능 영역으로 넘어오는 경우 늘어

2024-08-19     김경원 기자

최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위암 치료에 본격 활용되면서 수술 불가 영역의 위암 치료 성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위암의 고식적 항암치료는 예전에는 세포독성항암제만으로 이뤄졌다. 최근에는 세포독성항암제를 근간으로 위암 조직의 '생체표지자'에 따라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형돈 교수는 'KSMO TV_그암이 알고 싶다'에서 "최근에 위암 항암치료가 좋아졌다. 예전에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와 같은 무기가 없을 때는 고식적 항암치료의 평균 기대 여명이 1년 정도였는데, 지금은 치료하다 보면 2~3년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고식적 항암치료'는 완치가 어려운 상황을 전제로 한 항암치료를 말하며, 원격 전이가 있는 전이성 위암, 수술 후 재발한 위암, 췌장·복막과 같은 장기를 침범해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위암에서 이뤄진다. 모두 수술이 불가해 항암치료로 암의 범위를 줄임으로써 종양의 진행을 늦추고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형돈 교수는 "위암이라고 다 같은 암이 아니고 이제 여러가지 무기를 어떻게 잘 적용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며 "또 처방할 수 있는 표준치료도 있지만 현재 임상연구 중인 여러가지 좋은 치료들도 있다. 그런 치료들도 굉장히 유망하다.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수술 불가 영역의 위암 치료성적의 변화를 예견했다.

최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위암 치료에 본격 활용되면서 수술 불가 영역의 위암 치료 성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현재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위암 조직에 면역염색을 해서 생체표지자(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확인해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표적항암제의 대표적 생체표지자는 HER2이며, 면역항암제는 PD-L1, MSI 등이 있다. 위암조직에서 이같이 생체표지자가 있으면 그에 맞춰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를 추가로 적용해 치료 성적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김형돈 교수는 "표적은 암세포에서는 과발현이 되는데, 정상세포에는 없어서 암에서 발현한 표적으로 타깃했을 때 항암 효과는 증대시키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며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치료 원리를 설명했다. 

실제 67세 위암 환자는 폐전이, 림프절전이, 복막전이 등 위암 전이 범위가 컸고 배에 물이 찰만큼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바이오마커에서 PD-L1 수치가 5 정도로 높은 수준이고 MSI 양성으로 나와 면역항암제를 세포독성항암제에 더해 치료했는데 2년 넘게 생존하고 있다.  

이 환자를 직접 치료한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환자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 처음엔 항암치료를 안 하고 싶어했다. 복수를 뽑고, 바이오마커 검사를 다 했는데 MSI-HIGH가 양성으로 나왔다"며 "이 경우에 면역항암제에 굉장히 반응이 좋을 수 있다. 환자에게 자신감있게 면역항암제를 하면 많이 좋아질 것이니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한 번 하고 나서 복수도 거의 다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항암치료에 반응이 좋은 경우에는 컨디션이 나쁜 환자의 몸 상태가 빠르게 개선된다. 항암치료를 하면 보통 컨디션이 나빠진다고 생각하는데, 그 반대인 것이다. 김인호 교수는 "복수가 있어서 잘 못 먹었는데, 복수가 다 빠져서 먹는 것도 너무 많이 늘고 컨디션도 너무 많이 좋아졌다"며 "항암치료를 하면 컨디션이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반응이 좋을 경우에는 굉장히 컨디션도 좋아진다. 이 환자는 면역항암치료 진행 후 2년 넘게 잘 살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세포독성항암제에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를 더해 위암을 치료할 경우, 위에 암세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까지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김형돈 교수는 "복막전이가 있어서 수술이 안 된 환자인데, 생체표지자 HER2가 양성이었다. 표적항암치료를 6~7개월 하면서 CT에서 보였던 여러가지 병변들, 위에 있는 병, 복막에 있는 병이 보이지 않았다"며 "수술을 하면 어떤가 해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을 다 하고 난 뒤 병리검체로 결과를 확인해보니 암세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항암치료로 인해서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또 "MSI-HIGH였던 경우로, 처음에 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국소적으로 진행돼 있어서 수술로 절제하지 못했다.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 조합으로 치료를 시작했고 경과가 좋아져서 다시 수술을 시도해 완전 절제가 됐는데, 병리검사 결과를 보니까 암세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뛰어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로 최근에는 수술 불가 위암이 수술 가능 위암 영역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김인호 교수는 "전환수술이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예전보다 항암제가 많이 좋아져서 전이가 있는 상황에서도 결국엔 수술까지 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