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심하게 아픈 ‘통풍’(痛風) 환자에 20~40대가 절반
최근 10년 73% 급증…중장년층 전유물 아냐, 식습관 변화 원인
‘통풍’은 심한 통증으로 악명 높다. 바람에만 스쳐도 심하게 아프다는 의미에서 통풍(痛風)이라고 한다. 주로 엄지발가락에 많이 생기고, 발목과 무릎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중장년층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통풍이 최근 20~40대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를 보면, 통풍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30만 8,728명이었던 통풍 환자는 2023년 53만 5,100명으로 최근 10년 무려 73% 급증했다. 통풍 환자를 성별로 보면 2023년 기준 남성이 93%(49만 6,290명)를 차지했다.
특히 통풍 환자를 연령대로 보면, 20~40대 남성 통풍 환자들은 평균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10년 전 대비 20대는 167%, 20대 109%, 40대 83%가 늘어, 2023년 전체 통풍 환자 가운데 48%를 차지했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김유근 병원장은 “통풍은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 결정이 관절 연골과 힘줄, 주변 조직에 침착되는 질병으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며 “통증 강도가 굉장히 세서 통풍 발작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주로 밤이나 새벽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20~40대 ‘젊은 세대’ 통풍 증가 원인…식습관 원인
체내 ‘퓨린’ 성분은 필요한 곳에 쓰이고 나면 ‘요산’이라는 찌꺼기 물질을 남긴다. 요산 찌꺼기가 소변 등을 통해 다 배출돼야 하지만 다 배출되지 못하면 통풍이 생긴다. 혈액 속에 있는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 연골과 힘줄 등 주위 조직에 쌓여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바람만 스쳐도 아파 통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통풍 결절이 침착되면서 관절에 염증이 생긴다. 심하면 변형까지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요산 농도가 6mg/dL 이상이면 통풍을 일으킨다. ‘고요산혈증’이다. 퓨린이 많은 음식을 먹을수록 요산 농도는 높아진다. 퓨린은 주로 액상과당이 포함된 탄산음료를 비롯한 가공식품과 과일주스, 육류 중에 특히 살코기, 등푸른생선, 맥주에 많다.
비교적 젊은 20~40 연령대에 통풍 증가율이 급증한 것은 식습관 변화가 주된 요인으로 손에 꼽힌다. 잦은 음주와 배달음식,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등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 섭취는 늘고 장시간 앉아서 하루를 보내는 등 신체활동이 부족한 생활습관은 신진대사를 늦춰 비만을 일으킨다.
비만이 되면 혈액 내 올라간 요산 수치 배출이 낮아져 농도 수치는 더 올라가 통풍을 일으킬 수 있다. 신기능 저하 환자나 비만, 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이 있는 환자에게 통풍 발생 위험이 2~4배가량 높다.
또 운동하면서 섭취하는 단백질 보조제나 닭가슴살 등 육식성 식단도 요산 수치를 높여 젊은 연령층에 통풍을 유발할 수 있다. 다이어트와 바디 프로필 등을 위해 단백질로만 식단을 지속하면 요산 수치가 높아진다. 지나친 운동을 하다 통풍 발작이 생길 수도 있다.
통풍 증상 나타나면 약물치료…생활습관 관리 중요
통풍은 증상이 없는 무증상 고요산혈증 단계부터 시작한다. 급성 통풍성 관절염으로 통풍 발작이 오고, 치료하면 잠잠해지는 간헐기 통풍에 접어들었다가 관리를 못하면 전신에 요산이 쌓이는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발전한다. 초기에 증상이 없다가 첫 번째 통풍 발작 후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두 번째 발작이 생기고 이후 재발이 반복되며 증상이 악화한다.
무증상 고요산 혈증의 증상은 없다. 하지만, 혈액 속 요산 수치가 높아 우연히 혈액 검사를 했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통풍 발작이 오는 급성 통풍성 관절염은 통증을 줄여주고, 염증을 완화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요산 수치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엄지발가락이다. 초기는 발열감과 바늘로 찌른 듯한 통증을 느낀다. 통증은 밤에 심해져 몇 시간 내 사라지기도 한다. 몇 주 지속하기도 한다. 염증 발생 부위는 심하게 붓고, 빨갛게 변하기도 한다. 통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진다. 만성화되면 관절에 변형이 동반되고, 통풍 결절이 형성될 수 있다.
통풍 예방‧치료를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퓨린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가급적 적게 먹고, 곡류‧미역을 비롯한 해조류와 저지방 우유, 아메리카노, 사과‧바나나 등 퓨린이 적거나 요산 배출을 돕는 음식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요산 배출을 돕기 위해 하루 2ℓ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루 500㎎ 비타민C 섭취도 요산을 낮추는데 좋다. 통풍은 평생 요산 수치를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다. 요산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와도 식단 조절을 꾸준히 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작 대비를 위해 상비약 준비도 중요하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김유근 병원장은 “혈중 요산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수분 섭취를 늘려 혈중 요산을 정상 이하로 조절하는 장기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음식 조절로 요산을 만드는 퓨린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주의하고, 금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