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파드셉 뛰어넘는 치료제 나오기 힘들 것"
서울아산병원 박인근 교수, 파드셉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서 피력 항암화학요법 외 옵션 부재했던 요로상피암에 허가…아시아 최초 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높은 치료효과 제공…생존율 개선 기대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요로상피세포암 1차 치료제로 허가된 상황에서 이를 대조군으로 해 생존기간 31개월 넘는 치료제가 앞으로 나오기는 힘들 겁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1차 치료제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지난 29일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이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의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 적응증 확대를 기념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 전략의 대전환'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인근 교수에 따르면 요로상피암은 소변이 생성되고 이동하는 통로의 가장 안쪽 점막인 요로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방광암, 신우암, 요관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방광에서 요로상피암의 90%가 발생하고 10%가 상부요로에서 발생한다.
박 교수는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방광암은 발생률 10위로 우리나라에서 흔한 암은 아니지만 최근 인구고령화 등으로 발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전이가 되지 않은 비근침윤성 방광암의 경우 치료 성적이 좋지만 전이성 방광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1%에 불과할 정도로 생존율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방광암에서는 지난 30년간 1차 치료법으로 백금 기반 화학요법이 처방돼 왔다. 2000년대 들어 시스플라틴과 젬시타빈 병용요법이 나왔지만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비해 더 뚜렷한 효과가 없었기에 1차 표준치료에서는 마땅한 옵션이 없어 환자와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가 컸다.
박 교수는 "시스플라틴이나 카보플라틴을 사용하면 무진행 생존 기간(PFS)이 약 6~8개월 정도로 나타나는데 이 약들은 신경 독성이나 골수 독성 때문에 계속 투여가 어려워 대개 4주기에서 6주기 정도 사용한 후 휴지기를 가져야 한다. 2010년 이후 면역항암제가 나왔지만 단독요법의 경우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요로상피암에도 다양한 혁신 신약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치료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그 중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허가되면서 전이성 요로상피암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파드셉의 1차 치료 허가 근거가 된 EV-302 임상연구를 소개하며,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파드셉 3.15개월, 화학요법 16.1개월로 2배 정도 늘어난 놀라운 효과를 보여줬고 객관적 반응률 또한 파드셉이 67.7개월, 화학요법은 44.4%로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면서 "이러한 결과로 지난해 ESMO(유럽종양학회)에서 기립박수가 터져 나온 바 있다"고 전했다.
부작용 등 안전성 면에서도 "항암화학요법에 비교해 다른 특성을 보였지만 용량조절과 일시 중단 등으로 관리가 가능했다"면서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요로상피암으로 진단된 환자에 1차 치료 최우선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파드셉을 1차 치료에 쓸 경우 2차 치료에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어지는 게 아닌지 묻는 질문에 "2차에 다시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백금 기반 화학요법을 2차 치료에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파드셉 이후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약제들의 경우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을 대조군으로 쓰게 될 텐데 파드셉의 생존기간 30여개월을 뛰어넘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한동안은 1차 치료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예상"이라고 했다.
다만 "파드셉이나 키트루다 모두 아직은 급여가 안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부분을 아스텔라스에서도 감안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한국아스텔라스제약 의학부 박경아 이사는 "가능한한 급여를 통해 환자들의 약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건강보험 급여화 전략에 대해서는 "어느 회사가 급여 신청을 주도할 것인지,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지, 전략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다만 파드셉에 대해서는 아스텔라스가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최근에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후 유지요법으로 허가된 머크의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와 비교했을 때 어떤 선택이 유리한지 묻는 질문에 대해 박인근 교수는 “뭐가 정답이다 답을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 이 환자가 나중에 바벤시오에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파드셉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고 피력했다.
박 교수는 “바벤시오는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아니다. 1차 치료 후 병이 진행하지 않은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있다"라며 "처음 치료를 시작했을 때 PD(질병진행)가 아니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PR(부분관해)이나 SD(안정병변)인 경우에도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치료 후 4주에서 10주 동안 병이 진행되지 않은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얼월드데이터를 보면,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1차 치료를 시작한 환자 중 약 50%만이 바벤시오 치료로 이어진다. 따라서 바벤시오를 사용해 생존 기간이 30개월에 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 이 환자가 나중에 바벤시오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며 “개인적으로는 선택을 하지 않고 1차 치료로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바벤시오가 훌륭한 약이지만, 바벤시오는 선택적인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약이고 파드셉은 처음부터 선택없이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