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난제 '급성골수성백혈병', 정밀의학 통한 맞춤형치료 필요
급성골수성백혈병/골수형성이상증후군연구회 정준원 위원장② "AML 신약 급여 지연과 NGS 수가 후퇴…질환 이해도 높여야"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은 다양한 유전자 변이와 복잡한 치료 과정으로 인해 혈액암 중 가장 어려운 치료 분야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도 다양한 표적항암제의 도입과 함께 치료 성적이 일부 개선됐으나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약제는 미미한 수준이다.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완치를 위해 고강도 화학요법(7·3요법)과 조혈모세포이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청년의사는 대한혈액학회 급성골수성백혈병/골수형성이상증후군 연구회 정준원 위원장(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을 만나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최신 치료 지견을 살펴보고, 이 질환의 특성과 현 치료 환경에 따른 미충족 수요를 2편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앞서 정준원 위원장은 표적항암제 도입으로 진일보하고 있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에 대해 설명했다(①편: 표적항암제 도입으로 새로운 전기 맞은 'AML').
이어 정 위원장은 "AML은 질환의 이질성과 복잡성,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와 복합적인 클론성, 치료 반응의 차이, 재발 가능성 등으로 인해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밀의학과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ML은 하나의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함께 작용해 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하나의 유전자를 공격하는 표적치료만으로는 완치가 어려우며 재발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
정 위원장은 "뿐만 아니라 동일한 돌연변이를 가진 AML 환자들 사이에서도 치료 반응은 제각각"이라며 "이는 개별 환자의 면역 상태나 다른 유전적 요인들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AML은 치료 후에도 다시 재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초기 치료 과정에서 주요 돌연변이를 제거했더라도 잠재적으로 남아 있는 다른 돌연변이가 다시 활성화되어 재발하는 것으로, 이 경우 더 복잡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AML 치료에서 차세대염기서열검사(NGS)와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 두 기술은 AML의 이질성과 복잡성을 이해하고,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하며, 재발을 방지하는 데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된다"고 했다.
AML이 단일 유전자가 아닌 여러 돌연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만큼 NGS는 각 환자의 돌연변이 패턴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며, 특정 돌연변이(FLT3, IDH1/2, TP53 등)를 표적하는 약물을 선택하거나 재발 위험에 따른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절차라는 것이다.
또 정 위원장은 "MRD는 치료 후 체내에 남아 있는 소량의 암 세포를 측정하는 기술로, 백혈병 환자의 완치 여부와 재발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라며 "MRD가 음성인 환자는 재발 위험이 낮은 반면, MRD 양성인 환자는 재발 가능성이 높아, 이 경우 더 강력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조혈모세포 이식과 같은 추가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MRD 측정은 과거에는 주로 유세포 분석이나 PCR로 수행됐으나, NGS와 같은 정밀 분석 기술이 도입되면서 더 미세한 잔류 세포까지도 감지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MRD가 AML 치료의 주요 성과 지표로 자리 잡음에 따라 급여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 역시 MRD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치료제의 급여 심사 시 유효성이나 비용효과성을 평가함에 있어 정부는 골든 스탠다드로 '생존기간(OS)' 개선 데이터를 요구하는데,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한 완치를 목표로 하는 AML 치료에서는 OS 데이터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허가 임상시험에서 주요 유효성 평가지표로 MRD나 무진행생존기간(PFS)이 설정되는 AML 치료 신약의 경우, 국내 급여가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에서 AML 치료에 허가 받은 표적항암제의 경우 '베네토클락스'와 '길테리티닙'을 제외하면 급여권에 진입한 신약이 없는 상황이다. 1세대 FLT3 억제제인 '미도스타우린'은 노바티스가 급여를 포기했으며, 항 CD33 항체인 '겜투주맙오조가마이신'은 화이자가 수차례 도전 끝에 현재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소위원회 단계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 위원장에 따르면, NGS 및 MRD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로 인해 최근 국내 AML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정부가 NGS에 대한 선별급여 개정안을 발표하며, 폐암을 제외한 나머지 암종에서 환자 본인분담률을 50%에서 80%까지 높였기 때문.
다양한 유전자 변이에 따른 표적항암제가 다수 도입돼 있는 폐암을 제외하면 기존 NGS 수가가 비용효과성이 낮다는 판단에서인데, 이를 두고 정 위원장은 "NGS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낮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치료제 탐색을 위해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는 것도 NGS 기술 중 하나지만, 치료 후 MRD가 양성인지, 음성인지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NGS 기술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NGS 수가를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폐암의 경우 유전자 변이에 따른 표적항암제 선택에 NGS가 사용되지만, AML의 경우에는 치료제 선택은 물론이고 치료 후 평가와 이후 전략 수립에도 NGS가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정 위원장의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AML은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이질적인 질환이므로, 정밀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위해 NGS가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높은 검사 비용과 제한적인 보험 적용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약이 등장하더라도 급여 적용이 지연되면서 환자들이 최신 치료법을 적시에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AML이란 질환에 대한 정부의 이해와 관심이 높아져야 하며, 혈액암의 특성과 치료의 복잡성을 고려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