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세계아토피피부염의 날’…교체투여 목소리 높이는 의료진
최응호 회장 “교체두여, 환자 치료 선택권 높이고 건보재정 절감” 21일 전진숙 의원·중아연 주최 정책토론회…학회, 교체투여 지지
최근 들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 치료제들이 늘면서 치료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질환이 있다. 바로 중증아토피피부염이다.
아토피피부염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지난 2020년 사노피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후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는 물론 화이자의 ‘시빈코’(성분명 아브리시티닙)‘, 레오파마의 ’아트랄자(성분명 트랄로키누맙)‘까지 속속 급여가 되면서 약제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의료진이나 환자들 사이에서는 중증아토피를 치료할 수 있는 무기가 많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약제간 교체투여 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맞춤 치료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처음 쓴 약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더라도 약을 바꾸게 되면 건강보험과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약제로 변경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다른 약제로 변경해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 동안 1차 치료제를 투여하고 EASI(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 23 이상이라는 기준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급여로 연간 최대 1,700만원 상당의 약값을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중증아토피 치료제들의 교차투여를 허용하는 것은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이에 오는 9월 21일에는 중증아토피 환우들로 구성된 중증아토피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후원하는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치료환경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가 개최된다.
9월 14일 세계아토피피부염의 날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는 불합리한 급여기준으로 약제사용에 제약이 따르는 중증아토피 치료에서 개선될 점은 무엇인지 아토피피부염학회와 중증아토피 환자들. 그리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정책토론회에 앞서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를 이끌고 있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피부과 최응호 회장을 만나 교체투여 허용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 최근들어 중증아토피 치료제들이 빠르게 급여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증아토피 치료환경이 좋아진 것 같다.
중증아토피는 치료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옛날에는 돈이 있어도 해결 안 되는 환자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데 요즘 중증아토피는 고가의 약제들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더욱이 해외에서 임상을 하고 있던 신약들이 대부분 들어와 급여까지 되고 있다. 또 산정특례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어 환자의 부담도 10% 밖에 되지 않는다. 산정특례제도 때문인지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고가의 중증아토피 치료제를 많이 쓰는 나라에 들어있다고 하더라.
문제는 신약 도입, 건강보험 적용, 산정특례제도 허용과 같은 좋은 치료환경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는데 여전히 제약이 따른다는 데 있다.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간, 그리고 같은 계열 치료제끼리도 교체투여가 허용돼 있지 않다.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약제를 써보는 과정이 필요한데 중증아토피 치료제들의 경우 그 과정이 막혀있다. 다른 약제를 못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적용을 포기하고 비급여로 써야 한다. 과연 비급여로 평생 치료를 할 수 있는 환자들이 몇 명이나 되겠나.
- 교체투여가 막혀있으니 치료제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등과 환자의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아무래도 듀피젠트를 가장 많이 처방하게 된다. 가장 오래됐고, 많이 처방이 된 약제인 만큼 임상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간혹 예상 외로 효과가 적거나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이 있다. ‘일단 다른 약으로 바꿔보자, 그런데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등과 같은 1차 치료제를 3개월간 써야 한다’고 하면 환자들 대부분은 ‘완벽하진 않아도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다’고 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돈이 부담된다, 다른 약으로 바꿔달라’고 하지 않는데 ‘지금 이 상태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하는 환자에게 약의 효과가 덜하니, 부작용이 있으니 다른 약으로 바꿔봅시다 할 수 있겠나. 결국 효과가 없더라도, 부작용이 있더라도 가장 비싼 듀피젠트를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분명 손실이 아닐 수 없다.
- 그렇다면 교체투여 허용이 건강보험 재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학회 자체적으로 재정 영향 분석을 해본 적이 있다. 교체투여가 인정되지 않았을 때 중증아토피 치료비로 연간 43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들어가는데 교체투여가 인정된다면 25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이 되더라. 얼핏 계산하더라도 180억이라는 연 42%의 재정절감 효과가 예상됐다. 물론 교체투여 비율은 해외논문을 근거로 한 예측치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체투여를 허용하면 건강보험 재정면에서는 분명히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다.
- 교체투여 허용 시 문제가 생길 우려는 없나.
생물학적제제를 쓰는 류마티스 질환에서는 약제간 교체투여를 허용하고 있다. 류마티스 환자들의 경우 고령이 훨씬 많기 때문에 부작용 가능성이 높은데도 말이다. 부작용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허용하고 평균 나이가 30대인 중증아토피의 경우 교체투여를 허용하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 아토피의 경우 어떤 약이 나에게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같은 것은 없나.
아직까지 중증아토피피부염에 대한 바이오마커는 없다. 다만 아토피 환자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어떤 사람한테는 뭐가 좋다는 게 확률적으로 높아질 테니 향후 아토피 치료에도 AI가 도입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유럽은 이미 3~4년 전부터 환자의 정보를 넣으면 AI가 학습을 통해 어떤 약을 1순위로 투여하도록 정해주는 ‘프리시전 메디신(Precision medicine)’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환자의 정보를 많이 넣을 수 있어야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라도 교체투여가 허용돼야 한다.
- 마지막으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보면 아직도 한방이나 민간요법에 매달려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가 과학 민도가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새 정부 들어 국가정책에서 과학이 소외되고 있는 점에서 선진국이나 선두 주자로 나갈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 과학적인 사고를 못하다보니 민간요법이나 한방을 찾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뚜렷한 치료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다보니 비과학적인 방법들이 자리를 차지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치료환경이 달라졌다. 그런 점에서 2~3년 내 한의원에서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보는 것도 과거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