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든 암 중 가장 유전성 높은 암 '갈색세포종·부신경절종'

[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 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박민정 교수

2024-09-20     박민정 교수

현재 알려진 희귀질환의 종류는 8,000종 이상이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의 5%에 불과하다. 더욱이 희귀질환은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진단방랑을 겪기 일쑤다.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내분비희귀질환연구회가 연재하는 <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내분비희귀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코너로 희귀질환 극복에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편집자주>

갈색세포종 및 부신경절종(pheochromocytoma and paraganglioma: PPGL)은 크롬친화세포에서 발생하는 신경내분비종양으로 매년 100만명에 2~8명 정도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이들은 위치와 발생기원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부신수질이나 부신 외 복부의 교감신경조직에서 발생한 교감신경성 PPGL, 두경부 및 흉부의 부교감신경조직에서 발생한 부교감신경성 PPGL로 나뉜다.  

교감신경성 PPGL은 카테콜아민이라는 물질을 대량 방출하는데, 80%는 부신수질에 위치하며, 나머지는 척추주변 교감신경절에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위치가 대동맥 분지나 하장간동맥 근처이다(the organ of Zickerkandl). 부교감신경성 PPGL은 4% 정도만이 카테콜아민을 분비하며 미주신경을 따라 분포한다.

이 질환의 증상은 매우 다양해서 발작적인 고혈압 혹은 고혈압과 저혈압이 반복되는 급격한 혈압변동, 급작스러운 두통이나 두근거림, 발한, 홍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체중감소, 피로, 안절부절 못하는 증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격한 활동을 하거나, 외상을 입거나 수술을 받게 되는 등 특정 상황에서 갑작스런 증상 발작이 나타날 수 있으며, 발작이 발생한 경우 카테콜아민 과다 분비로 인해 심각한 고혈압, 부정맥, 심부전과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PPGL의 진단은 혈액과 소변에서 카테콜아민 농도를 측정하고, CT나 MRI와 같은 영상의학적 검사로 위치를 파악하여 내리게 된다.  혈액 및 소변 카테콜아민 결과에 따라 PPGL의 생화학적 특성을 노르아드레날린 타입, 아드레날린 타입, 도파민 타입으로 나눌 수 있으며, 부교감신경성 PPGL의 경우에는 관련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위 검사에서 종양의 크기가 5cm보다 크거나 노르아드레날린 타입, 가족력이 있거나 다발성 내분비종양 신드롬을 갖고 있는 경우 18F-DOPA PET이나 68Ga-DOTATATE와 같은 기능적 영상검사를 시행하여 종양의 전이나 다발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PPGL은 국소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갈색세포종의 10%, 부신경절종의 25%에서 다른 곳으로의 전이가 발견되는 만큼 적절한 검사가 필요하다. PPGL이 주로 전이하는 곳은 임파선, 폐, 간, 뼈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의 근치적 치료는 수술적 절제이다. 평소 증상이 없던 환자일지라도 수술적 절제 시 악성고혈압이나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술 전 적절한 약물처치가 필요하다. 수술 후에는 소변 및 혈액의 카테콜아민 검사를 추적하여 수술적 절제가 잘되었는지 확인한다. 

중요한 것은 변이유전자 보유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약 17%의 PPGL이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어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모든 환자에서 적어도 10년은 추적관찰이 필요하며, 고위험군, 즉 변이유전자를 지니거나, 발병연령이 어리거나,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부신 외의 위치에 종양이 있는 경우에는 평생 추적관찰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같이 PPGL의 성격에 유전자 변이 여부가 큰 연관이 있는데, 35% 가량의 유전성을 지닌 종양으로, 현재까지 20개의 관련 유전자가 알려져 있으며 모든 암 중에서 가장 유전성이 높은 암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유전자는 크게 1군, 2군, 3군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변이유전자에 따라 특징적인 암의 성격과 예후를 지니므로, 이 질환을 진단받은 경우 유전자 변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자 검사에서 변이를 발견하게 된다면, 직계가족은 해당 변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해 보는 것이 좋다. 1군에 속하는 유전자는 SDHA, SDHB, SDHC, SDHD, VHL, FH으로, 노르아드레날린을 주로 분비하며, 유전자마다의 특성은 약간씩 다르지만 대체로 다발성으로 나타나거나, 전이나 재발의 경향이 더 높다. 이 중에서 VHL의 경우 본히펠린다우 증후군(Von Hippel Lindau syndrome)이라는 신장암, 망막이나 뇌의 혈관종 등을 다발적으로 나타내기도 하여, 이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관련된 질환에 대한 전반적인 검사도 필요하다. 

한편 2군에 속하는 유전자는 RET, NF1,MAX, TMEM 127 등으로 주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며, 전이나 재발의 경향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RET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 2형 다발성내분비선종(Multiple Endocrine Neoplasia, type2: MEN2)에서 동반되는 갑상선 수질암, 부갑상선증식증 동반여부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3군에 속하는 유전자는 MAML3 융합유전자와 CSDE1의 체성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전이 및 재발 발생률이 높으며,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이 질환이 재발한 경우 영상 검사 등으로 질환의 범위를 확인하고, 수술적 절제를 할 수 있는 병변인 경우에는 최대한 수술로 절제하고, 어려운 경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치료들을 제한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질병의 진행속도 등에 따라 전문가와의 상의가 필요하겠다. 

이 질환은 최근 영상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지만, 증상이 심해져 영상검사를 시행하기 전까지는 발견이 어려우며, 진단이 늦어진 경우에는 심각한 심혈관계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나 가족력이나 관련 증후군이 있는 경우에는 조기에 검사를 받아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전이성 PPGL 환자에서 수술 이외의 치료방법에 건강보험 지원이 제한적인 만큼 이 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적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 

박민정 교수

박민정 교수는 고려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하고 고대의료원 내과에서 전공의를 수련했다. 고대의료원 및 서울대병원에서 내분비내과 전임의를 거친 후 현재 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임상조교수로 재직중이다. 부신, 뇌하수체, 골다공증 및 당뇨 질환 등을 진료하고 있다. 대한신경내분비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대한골다공증학회, 대한당뇨병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