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잦은 '수술 가능 폐암' 새 해법…수술 전과 후 모두 '면역항암제'를
면역항암제 '비급여'…현재 주로 수술 전이나 후에 면역항암제 사용 인천성모병원 조장호 교수 "빨리 급여 돼 많은 환자에게 도움 되길"
수술한 다음 항암치료를 했음에도 재발이 잦은 '폐암'에서 새로운 치료해법이 제시됐다. 바로 폐암 수술 전과 수술 후 모두 면역항암제를 세포독성항암제와 병행해 쓰는 것이 그것이다. 현재는 세포독성항암제와 병행한 면역항암제 치료가 수술 전에 이뤄지거나 수술 후에 이뤄지는 방식인데, 수술 전과 함께 수술 후에도 써야 폐암의 재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장호 교수는 대한폐암학회 유튜브 채널 '폐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조기 폐암 진단이 되면 수술을 첫번째로 하는 경우들이 현재에도 많이 있지만 수술 후에 재발을 많이 하는 게 폐암의 특징이기 때문에 재발 확률을 줄일 수 있냐를 끊임없이 연구해왔다"며 "그 방법으로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는 방법과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해서 미세전이 등을 방지하고 수술 후 치료 결과를 더 좋게 하는 방법들이 전통적으로 많이 행해져왔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그러던 중 면역항암제가 개발되면서 폐암에서도 수술 전과 수술 후에 어떤 역할들이 있을지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이뤄졌고 수술 전과 수술 후에 모두 다 효과가 좋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됐다"며 실제 지난해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팀이 폐암에서 수술 전 항암치료로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부명 니볼루맙)와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 병합요법 연구를 통해 수술 전 항암치료로 면역항암제를 병행했을 때 치료 성적이 향상된 결과를 내놨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 병합요법이 폐암 '수술 전'이나 '수술 후' 둘 중에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수술 전에도 하고 수술 후에도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면서 이 치료법이 수술 가능한 폐암에서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장호 교수는 "면역항암제를 수술 전에 수차례 치료하고, 수술 후에도 치료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효과를 거두고자하는 목적"이라고 이 치료의 목적을 짚었다.
실제 수술 가능한 비소세포폐암에서 수술 전과 수술 후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썼을 때의 효과를 분석한 글로벌 연구논문을 조 교수는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 논문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폐암 치료에 허가된 약제를 기준으로 조장호 교수가 선택한 논문이다. 국내에서 면역항암제 옵디보는 비소세포폐암 수술 전에만 쓸 수 있는 약제이고, 키트루다는 수술 전후 모두에 쓸 수 있도록 현재 허가된 면역항암제이기 때문에 키트루다를 수술 전후에 쓴 논문을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조 교수는 "이전에 치료받지 않았고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이 된 수술이 가능한 2기, 3기B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대상으로, 실제 이 치료에 적합한 환자들"이라며 "이 연구에서는 키트루다와 일반 항암제와 병용요법을 시행한 군과 키트루다를 사용하지 않고 플라시보(가짜약)를 쓰면서 일반 항암제는 똑같이 투약한 1대 1 비교연구를 했는데, 총 수술 전에는 4번의 항암치료가 들어갔고, 수술 후에는 총 13번까지 투약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서 추적 관찰 2년 시점의 무사건생존(암이 나빠지거나 재발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얼마나 약효가 오래 기간이 지속됐는지를 보는 지표) 비율이 키트루다 병용군은 62.4%, 플라시보 병용군은 40.6%로 나왔다. 조장호 교수는 "두 치료군 간의 무사건생존이 약 20%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키트루다를 추가한 것이 얼마나 효과가 뛰어난지 보여주는 자료"라고 짚었다.
또한 2년 간의 전체생존기간에서 보면 전체생존율이 키트루다 병용군에서 80.9%, 플라시보 병용군은 77.6%였다. 추적기관이 2년에 불과한데도 키트루다를 사용한 환자의 생존율이 약 3% 높은 상태로 나온 것이다. 조 교수는 "후속 데이터를 기다려볼 수 있는 충분한 긍정적 데이터"라고 평했다. 고대안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임채홍 교수도 "이 정도의 수치가 나오는 연구가 굉장히 드물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전체 생존율 면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키트루다를 수술 전과 수술 후에 모두 썼을 때, 또 다른 연구 지표도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수술조직을 분석했을 때 남아있는 암세포가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의 '병리학적 완전 관해(pCR)' 비율이 키트루다 병용그룹은 18.1%, 플라시보 병용그룹은 4.0%로 나온 것이다.
조장호 교수는 "폐암 치료성적을 분석해보면 병리학적 완전관해인 환자들이 훨씬 더 오래 생존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나타난다"며 "키트루다 병용그룹과 플라시보 병용그룹의 병리학적 완전관해 비율이 4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키트루다를 썼을 때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를 장기간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수술조직을 분석했을 때 암세포가 10% 미만으로 남아 항암치료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주요 병리학적 반응률'도 키트루다 병용그룹에서 약 30%로, 플라시보 병용그룹의 11.0%와 약 3배 차이가 났다. 조 교수는 "결국 키트루다를 사용한 군이 어떤 평가 분석을 하더라도 다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며 "키트루다를 수술 전과 수술 후에 쓰는 것이 효과가 좋은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는 면역항암제가 폐암 환자1년 가까이 투약됐는데, 부작용 면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장호 교수는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은 일반항암제 부작용과는 조금 다른데, 갑상선항진증, 갑상선저하증 등 호르몬 불균형이 약 5~10%에서 나타났다. 면역항암제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 폐렴인데, 이번 연구에서는 폐렴의 발현율이 약 5%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정도의 폐렴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면역항암제에 더해 세포독성항암제도 들어갔는데, 충분히 다 관리가 가능한 정도의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조 교수는 "항암치료할 때 너무 힘들고 밥도 못 먹고 몸무게도 빠지는 문제가 면역항암제에선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고령 환자에 적극적으로 면역항암제 치료를 추천하고 훨씬 더 치료가 용이한 것 같다"며 "다만 이 약제는 국내 허가는 받았지만, 비급여이다. 진료현장에서 아직까지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못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 좋은 약제들이 빨리 보험 급여가 돼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