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인암 생존자가 암 극복 이후 건강하게 사는 법

[KSGO의 '부인암' Deep Dive] 대한부인종양학회 홍보위원회 권상훈(계명의대 산부인과) 교수

2024-09-25     부인종양학회 권상훈 교수

부인암은 여성의 생식기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이 중 자궁경부암, 자궁체부암, 난소암을 3대 부인암이라고 말한다. 저출산과 고령 임신, 서구화된 식생활 등의 영향으로 자궁체부암과 난소암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선별검사의 활성화로 조기발견율이 높지만 난소암의 경우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자궁체부암의 경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20~40대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부인암 전문가인 대한부인종양학회와 함께 <KSGO의 '부인암' Deep Dive> 연재한다. 부인암의 진단과 치료에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보건복지부 국가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연령표준화 자궁경부암, 자궁체부암 발생률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주요 암 각각 상위 6위, 7위에 해당한다. 여성에게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은 효과적인 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발생률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자궁체부암, 난소암의 발병은 증가하고 있으며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최근 10년 암 생존율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는데, 암 조기 검진 및 암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전체 암 5년 상대생존율은 72.1%에 달하며, 암생존자는 약 243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 국민의 4.7%를 차지하고 있다.(2021년 기준) 특히 부인암 중에 자궁경부암은 80.2%, 자궁체부암은 88.2%에 달한다. 

또한 암 자체보다는 만성질환 등 그 이외의 원인에 의한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암 치료 후 피로, 통증, 수면장애, 불안, 대인관계의 어려움, 사회복귀 등 다양한 문제들을 경험하게 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부인암 생존자의 치료 이후의 효과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부인과 암은 진단 후 성생활과 임신이 어려워져 여성성을 잃었다는 좌절감과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치료 후 대소변장애, 림프부종, 말초신경병증으로 인한 손발저림 같은 부작용까지 동반돼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다행이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한 번 잃어버린 여성성은 되돌리기 쉽지 않아 암 생존자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며 자살까지 생각하는 환자도 종종 있다.

Mullan(1985)에 의하면 암 경험자는 암 진단 이후 첫 번째 급성기 치료 단계(Acute Survival)에서 생존을 위하여 의학적 치료에 전념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암 진단으로 인한 충격과 죽음에 대한 불안을 경험한다. 급성기 치료 이후 추적관리를 받는 두 번째 생존단계(Extended Survival)에서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치료 이후 후유증, 쇠약해진 육체의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완치 이후 생존단계(Permanent Survival)로 암 경험자는 사회로 돌아가려 하지만 취업이나 보험가입 차별 등 암이라는 질병이 남긴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게 2차암이다. 2차암은 원발암 발생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나타난 다른 종류의 암을 의미한다. 암을 한 번 겪은 사람은 암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2차암 발생 위험이 높다. 여러 암을 부르는 안 좋은 생활습관을 여전히 가지고 있거나 처음 생긴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방사선·항암제에 의해 정상세포의 유전자가 변형돼 2차암이 발생하게 된다. 

예컨대 위암을 겪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위험이 1.4배 높고, 폐암을 겪은 환자는 두경부암 위험이 4배 높다. 대장암을 앓았던 사람은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1.5배, 유방암·부인과암 등 여성암 위험이 1.5~3배 높다. 부인과 암 중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은 비교적 재발이나 2차암 위험이 낮고 예후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난소암은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높고 재발·2차암 위험도 비교적 높다.

이러한 2차암에 대한 관리는 주기적인 검진, 기본적인 건강관리, 만성질환 관리, 예방접종을 통해 이루어진다. 주기적인 검진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6대 암에 대한 검진과 함께 부인과 전문의에게 지속적으로 받는 것을 추천한다.

건강관리는 금연, 금주 등과 적절한 운동, 올바른 영양 섭취가 필요하다. 치료 이후 쇠약해진 체력의 문제는 식이 요법과 지속적인 운동으로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질 좋은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가장 좋은 단백질 음식은 살코기나 생선, 두부, 달걀, 콩류 등이다. 비타민과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과 무기질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에 많이 들어 있으므로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매 끼니마다 섭취하는 것이 좋다. 기름, 소금, 설탕, 술, 그리고 염장이나 훈제 식품 등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고기는 기름이 적은 부위를 선택하고, 닭고기는 껍질을 제거한 후 이용해야 한다. 이때 튀기는 요리법보다 끓이거나 삶는 요리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과체중이라면 식이에서 지방의 양을 줄이고 활동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체중을 줄여야 한다. 

암 생존자의 규칙적인 운동 참여는 체력증진, 피로도 감소로 삶의 질을 높여준다. 미국 스포츠의학회에서는 암 생존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최소 2~3개월 동안 일주일에 세번 이상 중강도의 유산소 신체활동을 30분 이상을 권장하고, 일주일에 최소 2회 이상 8~15회 반복(적어도 1회 최대 반복의 60% 수준)으로 근력 강화 훈련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암학회에서는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신체활동(숨이 약간 차지만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정도)과 주 2회 이상의 근력운동을 권고하고 있다. 암생존자를 위한 운동(다니엘운동)은 자신의 체력에 따라 운동 강도를 선택한 후 각 동작을 10~15회, 2~3세트, 일주일에 2일 이상 하도록 권고했다. 기본 8가지 동작이 어렵다면 저강도부터 시작하고, 기본 동작이 익숙해지면 고강도 운동을 수행하면 된다.

만성질환이 있는 암생존자는 약물순응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어서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또한 면역 이상이 없는 암생존자는 기본적인 성인 예방접종 권고안에 따라 접종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암생존자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 재발하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라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기 때문에 성관계는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치의와 상담 후 건강한 성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상에 활력을 더하여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

부인과 암은 사회적으로 한창 활동할 시기에 발병하기 쉽고 여성성 상실로 인한 정신적·심리적 충격이 커 가급적 빨리 부인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협진이 필요하다. 부인과 전문의는 상담을 통해 난자동결 등 생식력 보존을 위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환자가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도울 수도 있다.

암생존자의 재취업의 실상은 2년간 추적 조사했을 때 53%의 환자가 암 진단 이후 직장을 그만두었고 이들 중 치료 후 재취업한 비율은 23%에 그쳤다. 다른 동료들이 암환자와 함께 일하는 것을 꺼려하며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더욱 노동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생활 유지와 직장복귀는 개인에게는 경제적 안정과 자아존중감을 회복시키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생산 활동이 가능한 암 경험자의 노동참여를 지지하여 사회적 손실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함으로 국가적으로 지원하여 할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장애인의 범주에 암환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질병력으로 인해 고용에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하여 암 경험자의 고용기회 평등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일상에의 복귀와 함께 반드시 정기적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재발, 이차암의 문제,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심리적인 지지를 받고 항상 긍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권상훈 교수

권상훈 교수는 계명의대를 졸업하고 산부인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계명대 동산의료원 산부인과 연구강사,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주임교수 및 과장을 지냈다. 임상시험센터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로봇센터장과 대외협력처 처장을 맡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 Georgetown University 산하 Lombardi cancer center 내 lab. research center에서 연수했으며, 대한폐경학회 대외협력위원, 대한부인종양학회 국제교류위원, 대한부인내시경학회 학술위원, 대한산부인과학회 학술위원, 대한만성골반통학회 이사, 대한비뇨부인과학회 정책위원장,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부회장, 대한단일공수술학회 학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