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A의 간암 인사이트] 수술 않고 간암 치료하는 '국소치료술'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
간암은 2022년 기준 1위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일 정도로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정복'이라는 미션 아래 2017년부터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고 '간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간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암학회와 함께 <KLCA의 간암 인사이트>를 연재한다. 연재를 통해 전달되는 근거중심의 올바른 정보들이 간암을 정복하는데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간세포암은 간의 원발성 암 중에 80~90%를 차지한다. 때문에 간암이라고 하면 보통 간세포암종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간암 발생률은 다른 선진국가들에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B형 간염이 간암 원인의 60% 가량을 차지한다.
간암은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암종별 사망자수에서 2번째로 많은 수를 차지하기에 간암의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간암에는 생명 연장을 위한 보존적 치료와 완치를 목표로 하는 근치적 치료가 있다. 근치적 치료는 간암이 있는 부분을 제거하는 절제술과 간 전체를 바꾸어 주는 간이식술, 비수술적으로 간암 부위를 공격하여 괴사시키는 국소 치료법이 있다.
2024년 대한간암학회 발표에 따르면 간암의 처음 치료 방법으로 사용되는 치료술은 경동맥치료술, 간 부분 절제술, 국소치료술 순서로 빈도가 높다. 국소치료술은 마취를 하고 절개를 해야 하는 수술적 치료에 비해서는 회복과 입원 기간이 단축되면서, 크기가 작은 간암의 경우 생존율도 비슷하다. 하지만 재발률의 경우는 국소치료술이 수술적 절제술을 한 경우보다 높을 수 있고,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어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시술을 결정하게 된다.
올해 대한간암학회는 대한ITA영상의학회와 함께 간세포암종의 국소치료술에 대한 전문가 합의안을 발표했다. 간암의 국소치료술은 이러한 전문가들의 경험이 축적되어 간 부분 절제수술과 함께 간암 치료에서 중요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국소치료술은 간 기능이 아주 나쁘지 않고, 간절제술이나 간이식 같은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상황에서 하는 치료법이다. 간암 내부에 강한 에너지를 전달하거나 화학물질을 주입하여 간암을 괴사시키는 것이다.
교류 고주파 에너지로 주변에 분자들의 마찰을 유도해서 온도를 올리는 고주파열치료술(RFA), 극초단파 에너지를 이용하여 간암 주변 물분자의 진동을 증가시켜 온도를 높이는 극초단파열치료술(MWA), 고압가스로 저온을 유발시켜 간암의 괴사를 유도하는 냉동치료술(Cryoablation) 등이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고주파열치료술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고 치료 경험도 풍부하다.
고주파열치료술은 국내에 1999년부터 도입되어 2009년부터는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완전 괴사율이 95% 이상이고, 5년 생존율도 60%에 달해 적절한 간암을 선택 시에는 간절제술과 대등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고주파치료술 중에 간암이 혈관 근처에 위치하면 혈류에 의한 열감쇄 효과에 의해 종양을 태우는 효과가 떨어진다. 극초단파 치료는 고주파치료술보다 단시간에 더 큰 소작 범위를 유도할 수 있고, 주위 혈류 영향도 적은 강점이 있다. 냉동치료술은 고주파치료술과 비슷한 치료효과를 가지고 치료과정에서 통증과 주변 장기 손상이 적은 게 장점이다. 국소치료술은 지속적으로 발전된 방법과 기술이 개발되고 동시에 다른 치료와의 병행하여 더욱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국소치료술은 일반적으로 간암 크기가 3 cm 이하로 간암의 숫자가 3개 미만인 경우에 많이 사용하지만 간암이 1개라면 좀 더 큰 크기에서도 시행 가능하고 환자와 질환상태에 따라 치료 범위가 다르다. 국소치료술은 간암의 크기와 개수, 병기뿐 아니라 영상학적으로 보이는 종양의 위치, 환자의 간기능, 전신상태 및 기저질환, 이전 치료 과거력 등 여러 점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며, 최근에는 간암 치료 결정에 여러 과 의사들이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가 자주 수행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국소치료술 외에도 전신치료가 아닌 국소적인 병변 부위를 목표로 하는 치료로는 경동맥 치료법, 방사선 치료 등이 있다.
국소적 병변 치료에 활용되는 ‘경동맥 치료’
2024년 한국인 간세포암종 치료 패턴 변화(대한간암학회) 보고에 따르면 경동맥 치료 방법 중 경동맥 화학색전술(TACE)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경동맥 화학색전술은 수술이나 국소치료를 적용하기 어려운 간암 환자 중에서 전신상태가 양호하고, 영상검사에서 혈관침범 및 간 외 원격전이가 없는 경우에 시행한다. 일반적인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은 리피오돌과 항암제를 혼합하여 종양으로 혈관을 공급하는 간동맥을 선택적으로 차단시켜 괴사시키면서 동시에 종양 내 고농도의 항암제를 주입한다. 이를 통해 허혈성 변화와 항암 효과를 겸하여 종양을 공격한다. 경동맥화학색전술은 초기 간암에서 근치적 치료 목적으로 시행하기도 하며, 진행된 간세포암종의 경우에서는 보존적 치료에 비해 생존기간을 연장할 목적으로 시행한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체외 방사선치료 등 다른 치료와 병합하여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과 달리 입원기간이 길지 않고 부작용도 적은 편이나. 발열, 통증, 오심, 구토 등을 보이는 색전증후군이 시술 이후에 발생할 수 있다.
경동맥 치료술 중에는 종양 내에서 서서히 고농도의 항암제를 방출할 수 있는 약물방출미세구를 이용한 경동맥화학색전술도 있다. 이 방법은 색전증후군이 적게 발생하면서 대등한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크기가 작은 종양의 경우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경동맥방사선색전술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부착한 미세구를 간내 동맥에 주입하여 방사선을 통해 간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비용이 더 들고 시술 전 검사가 추가로 필요하지만 색전증후군 발생 위험이 큰 간암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간암 치료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방사선 치료’
최근에는 방사선 치료도 간암에서 중요하게 이용된다, 과거에는 방사선 치료가 넓은 범위를 조사하게 되고 간은 방사선에 취약한 장기여서 잘 사용되지 않았지만 세기조절 방사선 치료, 체부정위방사선 치료 등이 발전하면서 점차 원하는 부위에 고선량 방사선치료가 가능하게 되어 간암 치료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동맥 화학색전술에 추가적인 치료법으로 사용되거나 혈관침범 간암의 치료에도 적극 활용된다. 원자력의학원 보고(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에 간암 환자 중 약 27%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최근에는 양성자치료 및 중입자치료와 같은 입자치료방법으로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간암을 공략하는 치료가 도입되고 있다.
필요한 경우, 기존 간암의 국소 치료 외에도 경동맥 치료, 방사선 치료와 같이 다양한 치료방법을 여러 과의 전문의가 모여 다학제 협의를 통해서 치료하고 있다.
대한간암학회에서는 2022 간세포암종 진료가이드라인, 2023 경동맥화학색전술 전문가 합의의견, 2024 국소치료술 전문가 합의의견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적절하고 표준화된 간암 치료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현필 교수는 경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경희의료원에서 내과를 전공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전임의를 거친 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에서 2006년부터 간암 환자를 비롯한 간질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주 연구분야는 간경변증 합병증 관리 및 바이러스 간염과 간암 위험성이다. 미국 버지니아 메이슨 병원 방문 교수 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간암학회 26기 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대한간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등에서 교육, 의료정책 및 보험 관련 학회활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