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같은 치료 필요한데 소아만 신약 급여…"성인도 급여를" 

세브란스병원 이유미 교수에게 듣는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 PHEX 유전자 변이로 FGF23↑→콩팥서 인산 재흡수장애 유발 만성 저인산혈증 탓 저성장·잦은 골절·뼈통증·기력 저하 등 초래 현재 인산염 치료,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악순환 유발 가능성↑ FGF23 타깃 신약 '부로수맙'으로 저인산혈증 교정 가능하지만‥ 현재 소아만 부로수맙 급여…모든 환자 적극적 치료할 수 있어야

2024-10-11     김경원 기자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H, X-linked hypophosphatemia)은 X염색체에 위치한 PHEX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섬유모세포 성장인자(FGF23)가 인체 내에 많아지면서 콩팥(신장)에서의 인산(phosphate) 재흡수장애를 초래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다. FGF23 수치의 상승으로 인한 콩팥에서의 인산 재흡수장애는 결과적으로 우리 몸에 만성적인 저인산혈증을 초래한다. 

우리가 먹는 모든 생물에 인산이 들어있고 우리 몸에 들어온 인산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 중 콩팥에서 인산 재흡수가 이뤄지는 까닭에 정상적으로 인산은 우리 몸에 부족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XLH로 콩팥에서의 인산 재흡수장애가 생기면 우리 몸은 인산 부족 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뼈가 물러지고 근육병을 앓는 것보다는 약하지만 몸을 잘 쓰지 못한다. 

인산이 부족할 때,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인체 구성성분 상당수가 인산인 까닭이다. 칼슘만 있고 인산이 없으면 뼈가 충분히 딱딱해지지 않는다. 뼈만이 아니다. 모든 세포는 인지질 세포막에 싸여 보호를 받는데 인지질 막도 인산이 핵심 구성성분이며, 인체 에너지원인 ATP(Adenosine triphosphate, 아데노신3인산)마저 3개의 인산으로 구성돼있다. 

이것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필수적인 핵산의 구성성분의 하나도 인산이고, 인체 모든 시그널 전달에도 인산이 영향을 미친다. 또 산염기 조절과 체내 혈액학적 변화에도 인산이 간여하는 까닭에 XLH로 우리 몸에 만성적 저인산혈증 상태가 되면 성장장애로 인한 저신장, 골연화증, 잦은 골절만 겪는 것이 아니라 홀로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마저 어렵게 된다. 

다행히 XLH를 초래한 원인인 'FGF23'을 억제해 콩팥에서 인산이 깨진 독에서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신약 '부로수맙(제품명 크리스비타)'이 나와있지만, 현재 부로수맙은 소아·청소년에만 건강보험 급여가 되고 성인에게는 비급여다. 성인 XLH 환자에게도 부로수맙 급여가 절실하다고 말하는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대한내분비학회 산하 희귀질환연구회 회장)를 만나 XLH에 대해 들어봤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 건강한 사람의 혈액 내 인산 수치는 2.5~4.5mg/dl인데, XLH 환자는 어느 정도의 수치를 보이고, 이같은 저인산혈증 상태로 인해 몸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나?

XLH 환자들은 보통 혈액 내 인산 수치가 1.0~2.0mg/dl로, 굉장히 낮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인산은 우리가 먹는 모든 생물에 다 들어있어서 항상 우리 몸에 많아서 문제지, 제대로 먹는 사람은 부족할 수 없는데 XLH 환자들은 이처럼 떨어져 있다. XLH에서 저인산혈증이 생기는 이유는 인산 배설 과정 중 콩팥에서 다시 인산을 85~95% 끌어들여 재흡수하는 채널을 담당한 FGF23이 올라가 그 채널이 닫힌 결과다. 

FGF23이 많으면 콩팥에서 인산 재흡수 채널을 닫아 인산이 한 번 빠져나가면 다시 흡수되지 못하고 나가버린다. 웬만해선 인산이 체내 부족할 수 없는데, FGF23이 많아지면 만성적 저인산혈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때는 우리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된다. 인산 수치가 0mg/dl이면 사람이 죽는데, XLH 환자들은 1.0~2.0mg/dl로 살아있긴 하는데 힘이 한 개도 없다. 인산 부족으로 근육에 힘을 쓸 수 없고, 뼈도 무른 까닭이다.

XLH는 PHEX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인 까닭에 태어나서부터 저인산혈증 상태이지만 본격적으로 문제가 나타나는 건 아이가 앉고 걸으면서 인체 무게를 지탱하는 때다. 길 때인 생후 6~10개월에는 움직이기는 하는데 활달하지 않은 정도인데, 앉고 걸을 때부턴 힘을 제대로 못 받아 잘 못 걷고 다리도 O자 다리(내반슬)로 휘게 된다. 더 지나면 활동적이 되면서 뼈에 금이 가고 실제 골절로 가는 경우도 있다.

골절이 되면 뼈 통증도 생겨서 많이 아플 수 있다. 또, 나이가 들면 골관절염도 생긴다. 또 이가 꽂혀있는 턱뼈도 인산 부족으로 무기질화가 잘 안 돼 크랙(실금)이 많이 나게 되는데, 크랙을 통해 입 안의 균들이 침투해 들어가 치주농양이 아이 때부터 잘 생긴다. 또 소리 전달 경로(외이도-고막-이소골-달팽이관) 중 이소골 문제로 청력장애도 생기고, (인체 에너지원인 ATP에도 문제가 초래돼) 몸에 힘이 없다. 

이같은 만성적 저인산혈증으로 인한 인체 변화는 굉장히 죽을 만큼의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데, 사실 XLH 환자들은 굉장히 힘들다. XLH 환자 중에는 두개골이 일찍 닫히는 두개골조기유합증으로 신경학적 증상을 겪는 환자도 있는데, 두개골조기유합증은 저인산혈증 보다 FGF23 시그널과 관련돼 초래되는 문제로 현재 추정된다. 또 통증이 심한 인대병도 FGF23 시그널로 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 XLH는 유전적 구루병을 초래하는 원인 중에서 가장 흔하지만 극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병인데, 국내 XLH 환자는 어느 정도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로 지난 2003년부터 2018년까지의 국내 특발성 저인산혈증 환자를 파악하는 논문을 지난해 냈는데, 국내 특발성 저인산혈증 환자가 총 15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특발성 저인산혈증에는 XLH가 포함돼 있는데, 특발성 저인산혈증 환자의 80~90%는 XLH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현재 성인 XLH 환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진단되고, 어떤 상태일 때 이 병을 의심해볼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구루병(비타민D 부족으로 뼈에 변형을 초래하는 병)이나 골형성부전증(유전자 이상으로 뼈가 부실해지는 희귀질환) 등으로 알고 지내다가 세브란스병원에 와서 XLH로 진단된 성인 환자가 10명쯤 된다. 어렸을 때부터 저인산혈증으로 저신장과 잦은 골절 같은 문제를 겪었지만 칼슘과 비타민D 섭취만 해왔고 잘 움직이지도 못 하고 사회생활도 못 하면서 악화일로를 겪다가 심한 골다공증 원인을 찾다가 진단된 것이다.     

현재 진료 중인 XLH 환자 중 73세 환자는 12년 전 처음 세브란스병원에 왔는데, 온 팔다리에 채웠다 뺄 수 있는 기브스를 하고 있었고, 심한 골다공증성 골절 원인을 골형성부전증으로 알고 있었다. 또 다른 30대 초반 XLH 환자는 출산 후 수유를 하다가 골절이 됐고 젊은 나이에 심한 골다공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원인을 파악하다가 진단됐다. XLH는 증상 스펙트럼이 넓은 질환이어서 환자 상태가 사실 다양하다.  

XLH는 설명되지 않은 잦은 골절과 통증을 겪는 사람 중 혈액검사를 했을 때 혈액 내 인산 수치가 떨어져 있고 보상작용으로 알칼리성 인산 분해 효소인 알칼리 포스파타제(ALP) 수치가 증가돼 있을 때 의심해볼 수 있다. 또 XLH 환자는 골다공증약 '비스포스네이트'를 써도 계속 뼈가 부러지고, 혈중 인산 수치도 더 떨어진다. 비스포스네이트는 잘못 쓰면 인산 수치가 더 낮아지기 때문에, 사실 XLH 환자에게 쓰면 안 되는 약이다. 

- 현재 XLH를 확진하기 위한 검사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혈액 내 FGF23 수치가 올라간 것을 확인하면 XLH를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데, 이 검사는 현재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고 미국 메이요클리닉에 검체를 보내야 한다. 그 비용이 40만~50만원이 들기 때문에 지금은 임상연구로만 검사를 하고 있다. 미국에 검체를 보내는 것 외에 200만원 정도되는 키트를 구입해 몇 명을 모아 검사하는 방안도 있는데, 이것도 현재는 임상연구용으로만 하고 있다.  

또 PHEX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는 유전자검사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지만, 선별 급여로 검사비 부담이 있기 때문에 병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에게 다 권하기 어렵다. 지금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진단검사의학과와 내분비내과가 의기투합해서 신의료기술로 FGF23검사를 1~2년 안에 정규검사로 하는 방안을 셋업하고 있다. FGF23이 올라간 것이 확실히 확인된 환자에게만 유전자검사를 해 XLH를 확진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혈액 내 인산 수치가 떨어져 있고 ALP 수치가 증가돼 있으면서 잦은 골절 병력이 있을 때 주로 이곳에 오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의 환자의 병력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는 3분 진료를 할 수 없어서 15분 심층진료를 따로 한다. 그간의 환자 의무기록을 모두 가져오게 해서 다 본다. 이후 배제할 질환들을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등으로 모두 소거한 다음에 XLH만 남을 때 유전자검사를 하고 있다.   

이유미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 XLH 신약인 부로수맙은 국내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만 급여가 돼 있어 성인은 치료 접근성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성인 XLH 환자의 치료는 현재 어떻게 하고 있고, 현재 치료의 미충족 의료수요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부로수맙이 성인 XLH 환자에게는 급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밑 빠진 독에 인산을 쏟아붓는 격의 치료를 하고 있다. 적어도 3개월마다 혈액 내 인산, 활성 비타민D 수치 등을 확인해 경구용 무기 인산염(20~60mg/kg/일)과 활성 비타민D 유사체인 칼시트리올(20~40ng/kg/일)·알파칼시돌(30~50ng/kg/일)을 투여하는데, 이같은 치료에도 혈액 내 인산 수치가 2.0~2.5mg/dl로 정상이 되지는 않는다.

사실 인산을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기 때문에 성인 XLH 환자에게 지금보다 인산을 더 많이 먹일 수도 없다. 또 오래 인산을 복용하면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겨 자잘한 돌들이 콩팥 등에 많이 만들어진다. 이같은 돌은 너무 조그맣기 때문에 몸에서 빼내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콩팥 기능이 떨어져서 나중에 투석할 수도 있다. 또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 오면 너무 아파서 환자들이 움직이지 못한다. 

인산염 복용으로 인한 이같은 부작용 때문에 외국에서는 청소년시기 XLH 환자가 인산염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성인 환자에게 이뤄지는 치료는 밑 빠진 독에 엄청난 물을 퍼부어 독 중간쯤 물이 차게 하는 꼴인데, 이처럼 많은 물을 퍼붓듯 하면 센 압력으로 결국 독에 손상이 가는 것처럼 환자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때문에 XLH 근본 원인인 FGF23을 타깃한 부로수맙으로 성인 환자도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부로수맙은 밑 빠진 독에 돌을 괴어주는 치료로, 인산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환자에게 더는 인산을 주지 않아도 저인산혈증을 교정해준다. 이로 인해 환자는 더는 골절되는 일을 겪지 않게 되고, 기존 치료로 인한 합병증 위험도 낮아지기 때문에 완전히 삶의 질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XLH는 평생 앓는 질환이다. 그런데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만 부로수맙 급여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성인 환자에게도 부로수맙을 급여화해 여러 문제가 더 생기기 전에 적극적 치료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기존의 생긴 저신장이나 결석 같은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지만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아 성인 XLH 환자들이 집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았던 것에서 벗어나 직장생활 등 정상적인 삶도 살 수 있다.  

- XLH 환자에게 활성 비타민D 유사체를 인산염과 같이 주는 이유가 비타민D가 부족한 상태인 까닭인가?

XLH 환자들은 영양학적 측면에서 비타민D는 부족하지 않지만, FGF23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XLH 환자들 몸에 활성형 비타민D 수치는 낮아져 있다. 그것이 XLH의 또 하나의 악화 요인이다. 그래서 XLH 환자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활성 비타민 D 유사체(칼시트리올·알파칼시돌) 보충이 굉장히 중요하다. 

- 인산염 장기 투여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인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은 현재 어떻게 치료하고 있나?

수술로 부갑상선을 일부 떼는 치료도 하지만, 인삼염을 계속 복용하면 남아있는 부갑상선이 다시 커져서 수치가 다시 올라가기 때문에 또 수술할 수 있다. 한 환자는 혈액 내 부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원래 10~60pg/mL가 정상인데, 2,000pg/mL  상태로 처음 진료실에 왔다. 결국 (4개의) 부갑상선 중 3개 반을 떼어냈는데도 부갑상선호르몬 수치가 300pg/mL였다.

인삼염을 계속 주면 부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더 높아지는데다,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 된 상태 자체가 혈액 내 인산 수치를 더 낮춰서 악순환이 초래된다. 이 때문에 이 환자는 결국 비급여로 부로수맙 치료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의 사회사업팀과 한국혈액암협회의 보조를 받아 고가의 부로수맙 치료를 비급여 상태로 시작했지만, 비급여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한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 XLH 환자는 저인산혈증으로 골절 빈도가 잦은데, 뼈 상태가 좋지 않아 일반적인 골절 환자의 치료와 달리 더 치료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골절된 곳에 쇠를 박아 넣어야 하는데, XLH 환자는 뼈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잘 안 낫는다. 골절된 뼈가 붙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뼈 결합도 잘 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골절 수술 후 입원기간도 XLH 환자는 다른 골절 환자와 달리 더 길다. 때문에 의료비용도 더 많이 나가고 환자 간병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아 사회적 비용도 같이 올라간다. 이런 차원에서 XLH가 악화되지 않게 적극적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XLH 환자에게 권하는 건강관리 방법이 있다면?

무엇보다 XLH를 잘 이해하고 약을 잘 복용하면서 제때 병원에 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을 지켜야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해결해줄 수 있는 까닭이다. 또 힘이 없고 통증이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려고 하는데, XLH 환자들은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 안 움직이고 계속 누워있으면 근력도 약화되면서 근육이 빠지고 뼈도 같이 마르는 악화일로를 걷는다.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운동을 꼭 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성인 XLH 환자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의 성인 XLH 치료환경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현재의 치료를 열심히 받았으면 한다. 모니터링을 잘 하면서 현재의 치료를 잘 받으면 훨씬 좋아질 수 있고, 앞으로 성인 환자에게도 부로수맙 치료에 급여까지 되면 굉장히 좋아질 것이다. 그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