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교차투여 불가 국정감사 도마위에 올라

중증아토피연합회 박조은 대표, 보건복지부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 "신약 출시돼도 환자가 쓸 수 있는 약은 처음 선택한 한 가지" 부작용이 있어도 효과 없어도 급여·산정특례 받으려면 교체 포기 전진숙 의원 "환자에 맞는 치료제 적기 사용 위해 대책 마련해야" 조규홍 장관 "교차투여 중요한 문제…심평원 적극 검토할 것"

2024-10-09     유지영 기자

부작용이 있어도, 효과가 없어도 건강보험이나 산정특례제도 적용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처음 선택했던 약을 맞아야 하는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불합리한 치료환경이 결국 국정감사 도마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8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중증아토피연합회 박조은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치료환경을 점검했다. 

전진숙 의원은 지난달 21일 세계아토피피부염의 날을 기념해 중아연과 공동으로 '중증아토피피부염의 치료환경 개선 방안'이라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전진숙 의원은 "의원실과 공동 주최한 중증아토피피부염의 날 토론회 때 들었던 환자들의 목소리에 마음이 많이 아프고 오래 기억에 남아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부르게 됐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중증아토피연합회 박조은 대표(사진 좌)

참고인으로 나선 박조은 대표는 "중증아토피피부염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피부의 가려운 정도가 아니고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가렵고, 아프고, 진물이 나고, 피가 나는 난치성 피부 질환"이라며 "최근 저를 만난 분들은 환자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해 주지만 치료 이전에는 심한 가려움과 진물 등으로 집 밖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조은 대표는 "중증아토피피부염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와 산정특례가 적용되면서 100만원 이상이었던 치료제를 7만원 선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이 6개까지 늘어났는데 환자들은 약이 있어도 다른 약으로 바꿔서 쓸 수 없다. 정부가 약을 바꿔 쓸 경우 건강보험과 산정특례를 적용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모든 약들은 가격도 효과도 모두 다르다. 어떤 약이 잘 맞을지는 직접 써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약제로 교체할 경우 연간 최대 1,700만 원 상당의 약값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신약들이 출시돼도 환자가 쓸 수 있는 약은 실제 환자가 처음 선택한 딱 한 가지"라며 "심한 부작용 또는 효과가 없어도 치료제를 변경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급여와 산정특례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치료를 중단하고, 상태를 악화시켜야만 한다"고 토로했다.

박조은 대표에 따르면 중중아토피연합회 소속 환자들 중에는 목이나 팔, 다리 등 접히는 관절 부분에 난 진물이 굳어 목을 움직이지 못해 식사조차 어려워 빨대로 죽을 먹거나 백내장, 망막박리 등으로 실명 상태인 환자도 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조차도 교차투여를 위해 그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그 방법을 스스선택하는 환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중증아토피피부염과 유사한 피부 질환인 건선 환자들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을 때 다른 약제로 바꿔 쓰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환자 입장에서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약을 계속 써야 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유사한 피부 질환에서는 가능한데 (오로지)중증아토피피부염에서만 안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9월 정책토론회 때 패널로 참석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담당자는 약을 바꿔 사용했을 때,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런 데이터 없이 질병의 교체투여가 허용됐던 사례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 데이터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은데, 데이터를 만들어서 검증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환자들의 목소리에 전진숙 의원은 복지부 조규홍 장관을 향해 "환자들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질병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들 때문에 너무나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면서 "중증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자신에 맞는 치료제를 적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치료제들의 교차투여가 허용돼야 한다고 보는데 장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아토피피부염 교차투여가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해를 못 했는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지금 근거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는 것 같다. 심평원에서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