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인체 산소공장 줄도산 초래 '폐섬유증' 치료환경 개선必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송진우 교수에게 듣는 '폐섬유증' 200여종 달하는 폐섬유증…약 50% 환자, 진행성 악화 경과 고령화·대기오염·비만 맞물려 국내 특발성폐섬유증 증가세 '면역항암제' 등 항암·방사선 치료 부작용으로 발병하기도 진행성 경과 폐섬유증 환자 평균생존기간 3~5년에 불과해 현재 2가지 항섬유화제 허가…부작용·비급여로 치료 제한 주요 사망 원인, 폐렴…백신 접종 필수·마스크 착용도 중요 호흡곤란 있어도 '운동' 필수…"신약 임상시험 적극 활용을"

2024-11-15     김경원 기자

폐섬유증은 폐에서 산소교환이 이뤄지는 허파꽈리(폐포)와 주변 혈관 사이를 포함한 간질에 폐의 산소교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드는 '섬유화'가 초래되는 희귀난치질환으로, 간질성폐질환이라고도 불린다. 폐섬유증은 특별한 발병 원인을 못 찾은 '특발성폐섬유증'이 전체 폐섬유증의 20~30%를 차지하며 이외에 200여종에 달하는 폐섬유증이 존재하는데, 전체 폐섬유증의 약 절반이 폐의 섬유화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진행성의 악화 경과를 보인다. 

인체 산소공장의 줄도산을 초래하는 진행성 경과의 폐섬유증의 대표주자는 특발성폐섬유증이다. 특발성폐섬유증 이외에 나머지 200여종의 폐섬유증 중 약 3분의 1도 특발성폐섬유증보다 진행 경과가 다소 늦지만 유사히 악화돼 현재는 '진행성폐섬유증'이라고 따로 구분한다. 세계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폐섬유증은 더는 아주 보기 드문 병이 아니라고 말하는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송진우 교수를 만나 '폐섬유증'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송진우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 폐섬유증은 종류만 무려 200여종에 달하는데, 어떻게 구분하며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폐섬유증의 종류는 무엇인가?

폐섬유증은 '원인'과 '형태'에 따라 200여종의 다양한 질환으로 구분된다. 제일 관심을 갖는 폐섬유증은 원인 없이 발병하는 '특발성폐섬유증'이다. 제일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나쁘기 때문이다. 전체 폐섬유증에서 특발성폐섬유증은 20~30% 정도이다. 나머지 70~80%는 특발성폐섬유증 보다 예후가 좋은 종류들인데, 그 중 3분의 1은 막상 특별성폐섬유증이 아니어서 안심했는데 치료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약이 안 듣고 특발성폐섬유증처럼 똑같이 나빠진다. 

지금은 이 그룹을 '진행성폐섬유증'으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 특발성폐섬유증을 제외한 폐섬유증의 진단 초기에 몇 년이 지나도 그냥 그대로 있는 경우와 나빠지는 경우를 지금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진행성폐섬유증으로 악화되는 환자들은 나이가 조금 더 많고, 남성 비율이 높으며, 흉부 CT를 찍었을 때 섬유화가 좀 더 진행된 경우가 많다. 또 조직검사를 했을 때 통상성 간질성 폐렴(UIP) 조직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좀 더 많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특발성폐섬유증과 가까운 특성이다.  

- 폐섬유증은 모두 폐 간질에 염증이 초래된 것이 주요 원인인가?

과거에는 모든 폐섬유증이 폐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섬유화 조직으로 바뀌고 '진행되는 양상의 폐섬유증'은 염증으로 섬유화 조직 범위가 넓어져 폐기능을 잃게 된다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모든 폐섬유증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게 알려져 있다. 특발성폐섬유증이 그런 경우다. 실제 폐섬유증 치료제로 항섬유화제가 도입되기 전 이같은 생각으로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에게 염증 억제를 위해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썼는데, 임상시험을 해보니 사망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와 조기에 임상시험이 중단됐다. 

지금은 특발성폐섬유증에 항염증치료를 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특발성폐섬유증으로 급성 악화라고 하는 원인 미상의 폐렴이 있을 때만 항염증치료를 한다. 또한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의 폐조직을 떼서 분석해보면 폐에 염증이 별로 없다. 지금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는 유전적으로 취약한 폐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추정하며, 현재 특발성폐섬유증의 원인의 40%는 유전자 변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까지 특발성폐섬유증 발병 연관 유전자도 13개가 확인된 상황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같은 외부자극에 정상적인 사람은 감기로 끝나는데,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는 폐 손상까지 야기된다. 폐에서 공기와 맞닿는 상피세포가 상하면 손상을 복구하려고 다양한 성장인자나 사이토카인 같은 물질들이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데, 이것들이 상처 회복을 위해 콜라겐을 만들어내는 섬유아세포들을 손상된 폐 부위에 자꾸 불러들여서 폐섬유화가 초래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유전자검사를 통해 확인한데 따르면, 특발성폐섬유증 발병 연관 유전자가 있는 환자들은 '텔로미어(염색체 끝부분의 염색 소립으로 세포 수명 결정)'가 짧아져 있다. 텔로미어는 노화와 연관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가 짧아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장치인데, 그것이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세포가 잘 죽는다. 즉, 이 말은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들은 조기 노화를 겪는다는 말이다.  

- 국내 빠른 속도의 인구 고령화가 특발성폐섬유증 발생에 영향을 미친 이유와 연관이 깊은 것 같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자 통계연보'에 따르면, 특발성폐섬유증 발생자 수는 2020년 3,737명, 2021년 4,450명으로 1년 새 약 20% 늘었는데, 국내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들이 이처럼 느는 이유가 인구 고령화 외에는 없나? 또 특발성폐섬유증 이외에 다른 종류의 폐섬유증 환자도 느는 추이인지 궁금하다. 

특발성폐섬유증은 실제로도 인구 고령화와 아주 밀접한 질환으로, 국내 전체 인구에서는 인구 10만명 당 40명 정도의 환자가 예상되지만, 65세 이상 인구로 국한하면 500~1,500명 당 1명 정도로 노인에게 아주 드문 병은 아니다. 사실 이 병은 50세 아래에서는 거의 안 생긴다. 특발성폐섬유증은 인구 고령화 이외에 최근에 대기오염 같은 환경 요인과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다.

또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의 70~80%는 현재 혹은 과거 흡연자로 알려져 있다. 또 비만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실제 쥐한테 고지방 식이만 줘도 폐섬유화가 생긴다. 섬유증이라는 병이 대사 변화와도 연관이 있어서 비만과의 연관성도 예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특발성폐섬유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현재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발성폐섬유증 이외의 다른 종류의 폐섬유증들도 전반적으로 늘고 있는 것 같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많이 발견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건강검진을 많이 하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코로나19 등으로 폐섬유증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면서 폐섬유증 증상이 없이 발견되는 환자도 꽤 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폐섬유증 환자의 약 30%는 무증상 상태에서 진단된 것으로 추계된다.

또 폐섬유증은 암 치료 과정에서도 생길 수 있는 병이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과정에서 폐 손상을 초래되는 것과 관련 있고, 특히 최근엔 면역항암제에서 폐섬유증이 잘 유발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에는 폐섬유증 환자를 넣지 않는다. 또 폐섬유증은 류마티스질환, 전신경화증 등에서도 발병 위험이 올라간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약 1%에서 폐섬유증이 생기는데, 이런 종류까지 감안하면 폐섬유증은 아주 드문 병은 아니다.  

- 특발성폐섬유증은 원래 원인이 없어 '특발성'이라고 한 것인데, 일부 발병 원인이 밝혀져 병명에도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인 것 같다. 특발성폐섬유증이 유전자와 연관 있는 병이면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의 가족에게도 발병 위험이 높나?

가족 중 특발성폐섬유증 환자가 있으면 현재 증상이 없는 사람도 특발성폐섬유증일 가능성이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높다. 최근 영국에서 폐섬유증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조사한데 따르면, CT 등으로 검사를 했을 때 폐섬유증 환자 가족의 30~40%가 폐섬유증이 없는 줄 알았는데 폐섬유증이 있었다. 가족 중에 폐섬유증 환자가 있다면 폐섬유증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 진행성폐섬유증 환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특정하게 되는가?

처음 폐섬유증 진단 뒤 1년 동안 치료·관찰했을 때, 폐기능이 의미있게 떨어지거나 증상이 나빠지거나 흉부CT에서 폐섬유화 범위가 넓어졌는지 3가지를 확인한다. 3가지 중 2가지를 만족했을 때, 진행성폐섬유증으로 분류한다.   

- 진행성의 악화 경과를 보이는 '특발성폐섬유증'과 '진행성 폐섬유증'은 예후가 폐암만큼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경과를 보이나?

기침과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오랜 기간 사라지지 않아서 병원을 찾은 폐섬유증 환자는 병원 방문 시점 기준으로 100명 중 50명의 환자가 3~5년 이내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진행성 경과의 폐섬유증의 중간 생존기간을 보통 3~5년으로 잡는다. 다만 무증상 상태에서 발견됐을 때는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의 생존기간을 훨씬 여유있게 생각할 수는 있다.

- 폐섬유증 환자는 현재 국내에서 어떻게 진단되고 있나?

폐섬유증 조기 진단 환자는 건강검진에서 흉부 CT나 폐기능검사를 하다가 보통 발견된다.  꽤 진행된 폐섬유증은 흉부 X-ray 검사로도 진단된다. 흉부 X-ray 검사나 폐기능검사에서 이상이 있을 때, CT를 찍어 폐섬유증을 보통 확진한다.

특발성폐섬유증일 때 CT를 찍으면 폐가 벌집 모양을 대부분 보이는데, 이런 모양일 때 조직검사를 해보면 90% 이상이 특발성폐섬유증이다. 이런 까닭에 현재는 CT에서 벌집 모양이 나온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는 폐 조직검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 이런 모양이 아닐 때는 조직검사를 하는데, 조직검사로 진단되는 특발성폐섬유증 환자 비율이 20% 정도이고, 약 80%의 환자는 병력과 CT로 확진한다.   

- 폐섬유증은 국내에서 무증상으로 진단되는 환자도 있지만,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있어도 진단받는데까지 시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진행성 경과를 보이는 폐섬유증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진단받을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폐섬유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과 호흡곤란이다. 흔히 기침과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찾아가면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기도질환으로 생각하는데, 기도질환은 약을 쓰면 거의 정상까지 좋아진다. 반면 폐섬유증은 흡입제를 써도 병이 진행 경과를 보인다. 약을 써도 반응이 없고 점점 숨이 차는 느낌이면 폐섬유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의 30~40%는 곤봉지라고 해서 손가락 모양이 특징적으로 변한다. 손톱과 피부 속의 손톱이 맞닿은 부분이 정상적으로 아래로 쑥 들어가 있는데, 곤봉지일 때는 스푼을 업어놓은 것처럼 볼록 튀어나온다. 또 의사가 청진을 하면, 폐렴 때 나오는 소리랑 비슷한 소리가 폐섬유증 환자에게 들린다. 열도 없고, 가래도 없는데 '이상하게 폐렴 소리가 들린다'라고 할 때는 폐섬유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 폐섬유증 진단 시 치료를 위한 중증도 평가는 어떻게 하나?

폐섬유증 진단 시엔 폐기능검사를 통해 '폐 용적이 얼마나 줄었나'와 '폐에서 공기가 얼마나 잘 통하나'를 본다. 폐 용적과 폐 확산능 2가지를 봐서 병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또 6분 도보검사로 폐섬유증 환자의 운동능력을 확인하고, 걷는 동안 산소포화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봐서 병의 중증도를 판단한다.

또 혈액검사로 KL-6(Kerbs von den Lungen-6, 제2형 폐포상피 표면에서 발현되는 고분자 당단백질로 세포 증식과 자극, 손상이 있을 때 농도 상승) 수치도 확인한다. 중증으로 진행될수록 KL-6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병이 얼마나 심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검사는 외래 진료 시 정기적으로 체크해 병의 악화를 판단하는데도 쓴다.   

- 폐섬유증은 류마티스질환 같은 '자가면역질환'이나 다발경화증 같은 다른 '전신질환'과도 연관돼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원인 파악도 중요할 것 같다. 

류마티스질환이 대표적으로 폐섬유증과 연관된 병이어서 혈액검사로 자가항체검사를 해서 류마티스질환의 증거를 찾는다. 혈액검사 이외에 환자의 관절도 확인한다. 또 자가면역질환인 레이노증후군이나 피부근염 등을 확인하기 위해 찬 공기에 손의 변깔은 변하지 않는지, 근육이 약해지지 않았는지 같은 병력도 자세히 살핀다. 이를 통해 연관질환이 의심될 때는 관절초음파검사 등과 같은 검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원인 질환 여부를 파악한다. 

송진우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 폐의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제' 피르페니돈과 닌테다닙이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로 국내 허가가 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어떻게 치료가 이뤄지고 있나?

특발성폐섬유증은 피르페니돈의 보험 급여가 조금 폭 넓게 잡혀서 진단 초기 폐기능이 정상이어도 이전 보다 증상이 나빠졌거나 폐기능이 정상범위 내여도 의미있게 떨어지면 쓸 수 있기는 한데, 약 부작용으로 '위험 대비 이익 비교'를 통해 일부 환자들에게 쓰고 있다. 피르페니돈은 폐섬유증이 나빠지지 않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분명히 장점이 있지만, 광과민성과 소화기계 부작용 등으로 약을 복용했을 때 햇빛도 차단해야 하고 입맛도 많이 떨어져서 삶의 질을 확 떨어뜨릴 수 있다. 

특발성폐섬유증의 악화 경과에 따른 피르페니돈의 효과를 인지하고, 부작용 대비 치료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는 진단 초기부터 쓰지만, 당장 부작용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경우에는 초기 치료가 어렵다. 요즘에는 피르페니돈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증상을 완하시켜주는 약제를 같이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율을 높이고 있고, 피르페니돈 오리지널 약제보다 제네릭 약제가 부작용 발생이 적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확인돼 제네릭 약제를 쓰기도 한다. 

과거에는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의 약 절반이 1년 뒤 약 부작용 때문에 피르페니돈을 끊었는데, 요즘은 이처럼 관리를 하면서 그 비율이 줄었다. 그래도 약 20%의 특발성폐섬유증 환자는 여전히 부작용을 못 견뎌 피르페니돈을 끊는다. 피르페니돈 이외에 또다른 항섬유화제인 '닌테다닙'도 써볼 수 있지만, 닌테다닙은 아직 비급여여서 한 달 약값이 300만원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다.

- 부작용 때문에 피르페니돈의 용량을 정량 3알에서 1~2알로 조절해도 폐의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제'의 효과를 볼 수 있나?

시판 후 조사 데이터를 보면 부작용 때문에 피르페니돈을 끊기보다 약을 1알이라도 먹는 게 도움이 됐다. 이 데이터를 보면 2년 동안 3알의 약을 모두 먹은 환자는 3분의 1밖에 안 됐다. 2알 섭취한 환자가 3분의 1, 1알 섭취한 환자가 3분의 1일이었는데, 1년 동안 경과를 살폈을 때 3알을 먹은 환자와 1알을 먹은 환자의 효과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약 복용 시작 후 6개월에서 2년 동안은 부작용 때문에 힘들 수 있는데, 용량 조절을 통해 1알이라도 유지하고 이후 용량을 늘려서 효과를 비슷하게 가져갈 수 있다. 

-  특발성폐섬유증 이외의 폐섬유증은 어떻게 치료, 관리를 하나?

초기 폐섬유증 환자는 3~4개월에 한 번씩 병의 경과를 살핀다. 이미 진행된 환자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기반의 치료를 한다. 초기 폐섬유증 환자들도 경과가 나빠지면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치료를 한다. 이같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나빠지는 그룹이 '진행성폐섬유증' 환자이다. 진행성폐섬유증은 현재 쓸 수 있는 약이 닌테다닙인데, 닌테타닙이 아직 비급여서 치료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비급여 닌테다닙을 못 쓰느 환자에게 신약 임상시험 참여를 권한다. 다행히 최근 신약 개발이 많이 늘어서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를 시도해볼 기회가 많아졌다. 또 진행성폐섬유증은 특발성폐섬유증과 자연 경과가 비슷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피르페니돈도 진행성폐섬유증에 유사한 약효를 낼 것으로 보고 인정비급여제도를 통해 병원 별로 신청해 환자에게 처방하기도 한다. 

다만 진행성폐섬유증 환자에게는 피르페니돈이 비급여다. 비급여 피르페니돈 오리지널 약값이 한 달에 80만~90만원 정도다. 제네릭 약값은 이보다 싸지만 항섬유화제는 한두 달 써서 해결되지 않고 적어도 2년 이상 써야 해서 약값 부담이 있다. 또 임상시험을 통해 진행성폐섬유증 환자에서 피르페니돈의 효과도 밝혀야 한다. 이외의 대안은 없기 때문에, 진행성폐섬유증에서 '닌테다닙 비급여'는 제일 답답한 문제다.    

- 닌테다닙은 피르페니돈만큼 부작용이 심하지 않은가? 닌테다닙도 주의할 점이 있으면 알려달라.

닌테다닙은 혈관형성억제 작용이 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시판 후 조사 데이터를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도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닌테다닙을 제한적으로 쓴다. 심혈관질환이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환자에게는 쓰지만, 심혈관질환이 안정적으로 관리가 안 되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닌테다닙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설사다. 닌테다닙 복용자 10명 중 6명은 설사를 경험하기 때문에, 음식 조절이 좀 중요하다. 유제품이나 밀가루를 먹으면 설사가 잘 유발된다. 설사를 안 할 때는 유제품이나 밀가루를 먹어도 상관 없지만, 설사를 할 때는 이런 음식을 피하는 것이 도움된다.   

- 폐섬유증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로 '폐이식'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치료 대상은 어떻게 되고, 치료했을 때의 성적은 어떤가? 

폐이식은 약물치료를 해도 병이 진행되는 65세 미만의 폐섬유증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폐기능검사에서 노력성 폐활량이 50% 미만, 폐 확산능이 40% 미만으로 떨어진 것만으로 폐이식 등록은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증자 대비 이식 대기자가 많아서 65세 이상 폐섬유증 환자는 가산점이 없어 실질적으로 하기 어렵다. 또 실제 폐이식은 섬유화가 많이 진행돼 중환자실에 있는 65세 미만 환자에게 거의 이뤄진다. 

폐이식 후 5년 생존율은 우리나라는 50~60%로 다른 나라에 비해 성적이 나쁘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의 폐이식 후 5년 생존율은 60~70%로 조금 더 높다. 

- 폐섬유증 환자에게 잘 생기는 합병증이 급성 악화라고 불리는 원인 미상의 폐렴과 기흉, 폐고혈압 등으로, 이들로 인해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안다. 폐렴, 기흉, 폐고혈압으로 의심되는 상황일 때, 환자가 어떻게 대처하길 권하나?  

열이나 기침 정도의 증상일 때는 먼저 가까운 동네병원에서 X-ray를 찍고, 혈액검사를 해서 단순 감기인지, 폐렴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호흡곤란 증상이 갑자기 생겼거나 숨 찬 정도가 평소보다 심해진 경우에는 폐렴 등의 합병증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 응급실로 와야 한다.  

- 폐섬유증 환자는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폐섬유증 환자에게는 운동을 적극 권한다. 저산소증이 있는 환자라도 휴대용 산소를 쓰면서 운동을 하라고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움직여야 하는데, 근육이 빠지면 숨이 더 차기 때문이다. 숨 쉬는 것도 근육이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근력 유지가 중요하다.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과 함께 상체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

또 폐섬유증의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이 '급성 악화'이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 독감백신, 폐렴구균백신, 코로나19백신 모두를 꼭 맞아야 한다. 이 병은 대기오염과도 관련성이 있어서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 착용을 권한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도 감염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 마지막으로 폐섬유증 환자나 가족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폐섬유증은 어려운 병이지만, 다행히 지금 약물 개발이 굉장히 활발해서 조절할 수 있는 병으로 다가가고 있다. 현재 2가지 약이 국내에서 폐섬유증을 조절할 수 있는 약제로 쓰이지만 각각 부작용, 비급여라는 문제가 있다. 이럴 때는 신약 임상시험을 적극 활용해보길 권한다. 국제폐섬유증지침에서도 폐섬유증에 진단됐을 때 임상시험에 대해 열어놓고 주치의와 의논하도록 돼 있다. 이를 잘 고려해 치료를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