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 뻣뻣하고 엉덩이 통증…‘조조강직’ 오면 “이것”

관절‧눈 등 온몸에 염증반응 ‘강직성척추염’…조기 진단‧치료 중요

2024-11-17     이창호 기자

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가 뻣뻣하고 엉덩이에 통증을 느끼면 척추 디스크 질환을 먼저 의심하기 쉽다. 이때 병원을 찾아도 뚜렷한 병명은 나오지 않고, 다른 증상이 함께 오면 전신성 염증 질환인 ‘강직성척추염’ 전조증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에 생기는 일종의 만성 관절염이다. 단순히 척추와 관절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신체 곳곳에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다. 서구는 인구 10만 명당 연간 0.5~8.2명이 발병한다. 유병률은 0.2~1.2%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강직성척추염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5만 5,375명이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 질환이나 기타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잘못된 진료과를 찾는 경우도 많다. 초기부터 강직성척추염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2019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환자들이 강직성척추염으로 정확하게 진단받기까지 평균 40개월 이상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류마티스성 질환…‘조조강직’과 관절‧눈‧피부 등 여러 곳에 증상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에 생기는 염증으로,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성 질환’의 일종이다. 발생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백혈구 항원 가운데 하나인 ‘HLA-B27’ 유전자를 보유하면 발병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척추염’이라는 명칭에서 노인성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20~40대 젊은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10대 후반에도 나타날 위험이 있다.

대표 증상은 ‘조조강직’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몸이 뻣뻣하게 굳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증상이다. 주로 허리와 엉덩이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어나 활동하면 증상이 호전되고, 통증은 휴식이나 잠을 잘 때 오히려 심해진다.

척추뿐만 아니라 신체 여러 기관에서 염증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무릎과 발목‧발가락‧아킬레스건‧어깨 등 다양한 관절 부위에 염증을 일으킨다. 또 안구 포도막염과 피부 건선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드물게 콩팥 기능 저하와 염증성 장염, 심장판막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척추 강직이 시작되면 가슴 확장 장애로 폐 기능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강직성척추염이 지속해서 악화하면 허리가 대나무처럼 굳어버리는 ‘대나무 척추’(Bamboo spine)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강직성척추염이 진행하면서 척추 내 염증조직이 뼈로 천천히 바뀌고, 이 과정에서 연골 내 골화로 뼈인대골극이 자라난다. 이에 따라 척추뼈가 통째로 붙게 되고, 허리를 굽히고 펴기 어려운 것은 물론 척추 골절이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진단에만 40개월 걸려…조기 진단‧치료가 관건

강직성척추염은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하는 질병이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다른 질환으로 인하거나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진단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조강직 증상과 허리통증 등 강직성척추염 의심 증상이 지속할 때는 즉시 신경외과, 척추 관절 전문 병원 등을 찾아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강직성척추염은 환자가 겪는 증상을 비롯해 허리와 흉곽 상태와 유연성을 체크하는 다양한 신체검사를 진행하고, 방사선 촬영과 MRI 촬영도 병행한다. 또 강직성척추염은 만성 염증질환인 만큼 염증 수치와 류마티스 인자 등을 찾아내는 혈액 검사를 한다.

허리뼈 유연성을 확인하는 ‘쇼버’(Schober) 검사와 흉곽 팽창을 확인하는 ‘흉곽 팽창능 검사’가 대표 신체검사다. 목뼈까지 염증이 침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후두에서 벽의 거리 측정’(occiput-to-wall) 검사를 하기도 한다.

강직성척추염은 관절을 유연하게 만들고,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이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한다. 염증수치가 지속해 높으면 이를 감소시키고 장기적인 관절 변형을 지연시키는 ‘TNF 차단제’(종양괴사인자억제제)와 ‘IL-17 차단제’(인터루킨 억제제) 등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신경외과) 대표원장은 “강직성척추염은 만성질환인 만큼 한번 발병하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종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조기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시행하면 일상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며 “증상을 방치하거나 임의로 치료를 멈추지 말고, 전문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꾸준히 따라가면 병 진행을 막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