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아토피 교차투여 허용 힘 모으는 '중아연-덴마크대사관'
환우회 영향력 큰 덴마크…덴마크대사관, 국내 환우회 운영에 관심 중아연 운영진 초청해 간담회…교차투여 허용, 정책 제안 이슈 반영
중증아토피 환우회인 중증아토피연합회와 덴마크대사관이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교차투여 허용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현재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들의 경우 건강보험 및 산정특례 적용 하에서는 교차투여가 허용돼 있지 않아 환자들이 약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4주 이상의 1차 국소치료제 후 3개월 이상의 전신 면역억제제 치료 실패라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덴마크대사관은 지난 19일 대사관저에 중아연 운영진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증아토피 환우들의 어려움을 청취하는 한편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는 중증아토피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는 약제간 교차투여가 화두였다.
중아연 박조은 대표는 "최근 몇년 새 효과가 좋은 생물학적제제나 JAK억제제가 여러개 출시돼 듀피젠트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던 지난 2018년에 비해 치료환경이 개선됐지만 다양한 치료제들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여전히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어떤 약이 잘 맞을지는 직접 써봐야 알 수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와 산정특례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부작용이 있어도, 효과가 없어도 처음 선택한 치료제를 써야 하는 게 국내 중증아토피 환자들이 처한 현실"이라며 "이같은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치료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중증아토피 치료제간 교차투여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간 1회 허용으로만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계열간으로 국한하지 않고 계열내 교차투여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이 6개지만 이들 약들은 가격도, 효과도 모두 다르다"면서 "아토피의 경우 같은 약제라도 개인별로 치료효과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자신에 맞는 치료제를 찾으려면 계열간, 계열내 교차투여가 모두 허용돼야 한다. 계열간 교차투여로 제한하는 것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교차투여 허용을 위해 건의도 해봤고, 국회의원실과 함께 정책토론회도 열어봤지만 정부에서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솔직히 듀피젠트 급여를 위해 거리로 나섰던 2018년처럼 다시한번 국회 앞으로 모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같은 중증아토피 환자들의 호소에 덴마크대사관은 환우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협력할 때 적극 제안하겠다고 했다.
덴마크대사관에 따르면 최근 덴마크보건청은 심평원, 공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과 정책협의를 해오고 있다. 내년에는 복지부, 공단, 심평원 등과 워크샵을 가질 예정이다.
덴마크대사관 매즈 프리보그(Mads Friborg) 보건&의료 참사관은 "덴마크에서는 환우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오늘 중아연과 간담회를 가진 이유도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한국의 환우회 목소리를 담고 싶어서다. 내년 복지부 등과 워크샵을 가질 예정인데 중증아토피 환자들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교차투여가 허용돼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매즈 프리보그 참사관에 따르면 덴마크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환우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정도로 환우회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현재 200개가 넘는 환우회가 있으며, 이들 중 102개 환우회가 'Danish Patients'라는 환자단체로 구성된 기관에 소속돼 있다. Danish Patients에는 무려 90만명 환자들이 가입돼 있다.
매즈 프리보그 참사관은 "Danish Patients의 경우 환우들을 교육하고 상담을 해주는 것 이외에도 인식 개선 캠페인 등 사회적, 문화적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며 "더욱이 보건의료 관련 법안을 제안하거나 개정할 때 의료계는 물론 환우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그 때 Danish Patients 회원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고 이를 법안에 반영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덴마크가 환우단체 등과 협력을 하는 이유는 모든 데이터가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의사들에게는 질병을 연구하는 데 좋은 리소스가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덴마크도 환우회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게 20년 전부터"라며 "20년 전에는 덴마크에서도 병우언에서 환자들의 목소리를 채택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신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일방적이었는데 이제는 환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어떻게 할지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으로 (의료계가)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덴마크 기업인 레오파마도 함께 자리를 했다. 레오파마는 중증아토피치료제인 '아트랄자'를 보유하고 있다.
레오파마 관계자는 "현재 중증아토피 치료제간 교차투여 허용방안이 계열간으로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 되면 듀피젠트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 임산부나 수유부의 경우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더라도 맞을 수 있는 치료제가 없게 된다"며 "이들에 대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계열간 이외에도 제한적이라도 계열내 교차투여가 허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임산부, 수유부 등의 경우 JAK억제제에서는 허가돼 있는 치료제가 없다. 때문에 아트랄자가 허가되기 이전 중증아토피 환자들의 경우 같은 생물학적제제인 듀피젠트를 맞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