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앙카연관혈관염 가임기 여성엔 '리툭시맙' 1차 약제돼야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원 교수에게 듣는 앙카연관혈관염 피부·폐·콩팥·뇌·장 등 전신에 뻗은 혈관 침범 가능…14% 환자 사망 콩팥 망가져 투석 시작했어도 조기 진단되면 투석 중단 가능하기도 '현미경적'·'육아종증'·'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3종으로 구분 리툭시맙, 현미경적·육아종증 다발혈관염에선 '1차 약제'로 돼 있어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엔 2차 약제…1차 약제, 불임 위험有 "모든 환자에 1차 약제로 리툭시맙을…가임기여성엔 꼭 적용되길"
앙카연관혈관염은 면역세포 중 하나인 호중구 세포 안에 존재하는 단백을 '적군'으로 인식하는 우리 몸의 육군인 항체 '앙카(ANCA, 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항호중구세포질항체)'로 인해 초래되는 희귀자가면역질환이다. 앙카는 혈관에 존재하다가 면역이상으로 주로 작은 혈관인 '모세혈관'의 벽을 공격해 염증을 유발한다.
앙카는 우리 몸에서 모세혈관이 가장 많이 분포한 '피부'의 모세혈관을 공격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폐, 콩팥(신장), 뇌, 말초신경계, 심장, 장, 점막, 눈, 코, 귀 등의 모세혈관 벽에 염증을 초래해 각종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앙카로 인한 혈관의 염증 조절에 실패한 경우 뇌출혈, 장파열,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앙카연관혈관염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투석할만큼 콩팥이 나빠진 뒤 진단되기도 하는데, 투석을 시작했더라도 염증으로 혈관이 완전히 전소될 만큼 망가진 것이 아니고 염증이 활활 불 붙어있는 상황에서만 조기 진단되면, 한 번 시작하면 신장이식 전까지 평생 지속해야 하는 투석을 그만 둘 수도 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혈관염클리닉을 오픈한 세브란스병원에서 323명의 앙카연관혈관염 환자에 대한 단독 코호트를 운영하며 매년 수십 편의 연구 논문을 쏟아내고 있는 앙카연관혈관염 명의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원 교수를 만나 국내 앙카연관혈관염의 진단과 치료 현실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앙카연관혈관염은 앙카라는 항체가 혈관에 존재하다가 면역조절의 이상이 발생하면서 모세혈관의 혈관벽을 주로 공격해 염증을 유발하는 희귀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모세혈관 외에 다른 혈관은 타깃이 되지 않나? 또 주로 어떤 장기의 혈관 벽에 영향을 미치며, 실제 어떤 문제들이 환자들에게 나타나나?
앙카연관혈관염은 약 90%가 산소·영양분과 이산화탄소·노폐물이 교환되는 모세혈관에서 나타나며, 약 10%가 중간 크기의 동맥 혈관에서 초래된다. 앙카가 대동맥 같은 큰혈관을 공격하는 일은 전혀 없다. 또 모세혈관에서는 정맥(세정맥)과 동맥(세동맥) 모두 공격받는데, 중간혈관에서는 특이하게 동맥만 침범하고 정맥은 침범하지 않는다.
이런 특징 탓에 앙카연관혈관염이 가장 많이 초래되는 장기는 '피부'다. 피부에 모세혈관이 가장 많아서 빈도가 높은 것이다. 그 다음으로 폐, 신장 침범이 많고, 뇌, 심장, 말초신경계, 장 등도 많이 공격받는다. 피부에 침범하면 손가락·발가락에 심하면 괴사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주증상은 팔·다리에 그물모양의 작은 발진, 반점이다.
또 앙카가 폐에 침범하면 폐결절, 폐포 출혈, 객혈을 초래하기도 하고 콩팥을 공격하면 투석을 할만큼 콩팥이 나빠지기도 한다. 또 뇌를 공격해 뇌출혈 같은 뇌졸중을 초래하기도 하고, 심장근육에 뻗어있는 모세혈관을 공격해 심근염을 초래해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장이 공격당하면 복막염이 초래되기도 한다.
세브란스병원 앙카연관혈관염 코호트에서 앙카연관혈관염 사망률은 13.9%였는데, 사망자의 80~90%가 3년 내 사망했다. 진단 1년 내에는 앙카연관혈관염 자체로 사망하는 환자가 많고, 1년 뒤에는 전신 합병증으로 사망하거나 스테로이드 등을 오래 써서 감염으로 사망하거나 뼈가 약해져 척추골절이 생겨 와병 중 사망하는 환자가 많다.
- 앙카는 피부·폐·신장·뇌·심장·말초신경계·장 외에도 점막에 침범해 구강궤양·성기궤양도 유발하고, 눈에 침범해 포도막염·공막염·시력소실을 초래하기도 하며, 귀·코·인후를 공격해 청력소실·부비동염·기관지협착 같은 문제도 유발하고, 중추신경계에 침범해 뇌수막염·간질발작 등도 초래한다. 또 근육이나 관절에 침범해 근육통과 관절염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같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앙카연관혈관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확한 원인은 대부분 모른다. 영국에서는 코카인이 잘 알려진 원인의 하나이기는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코카인으로 인해 앙카연관혈관염을 앓는 환자를 본 적이 없다. 감염이나 자가면역질환, 천식 같은 알러지성질환도 연관됐다고 하는데, 현재 밝혀진 앙카연관혈관염의 병리기전을 보면 굉장히 많은 면역반응들이 포함돼 있어 모호하다.
또 갑상선약제 PTU(프로필티우오라실)도 앙카연관혈관염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의학교과서에 적혀 있는데, 이 성분이 호중구 안에 들어있는 항원과 비슷해 교차반응을 초래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요즘은 PTU를 잘 안 써서 PTU 때문에 앙카연관혈관염을 앓는 환자는 본 적이 없다. PTU를 쓴 환자 중 혈액검사에서 앙카 양성으로 나온 환자가 2명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앙카연관혈관염으로 진단되지 않았다.
- 앙카가 혈액검사에서 나왔는데, 최종적으로 앙카연관혈관염이 아니었다는 것은 앙카가 이 병을 앓지 않는 사람에게도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앙카가 정상적으로 있을 수 있고, 실제로 나쁜 일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것을 우리가 거짓말 양성 '위양성'이라고 한다. 실제 나이가 많은 노인에서 앙카검사를 했을 때, 앙카 위양성이 나오기도 하고, 소화기질환 같은 내과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도 앙카 위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앙카 위양성이 많은 대표적 질환이 '궤양성대장염'이다.
- 앙카가 우리 몸에 생기는 기전은 무엇인가?
앙카연관혈관염을 일으키는 항체 '앙카'는 우리 몸을 지키는 육군 같은 존재로, 적군인 항원을 인지해야 생긴다. 앙카가 항원으로 인지되는 물질인 '단백'은 호중구(중성구) 세포질 안에 있어서 사실 아무 일이 없으면 앙카는 생기지 않는다. 현재는 2가지 이유로 앙카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하나는 인체 세포가 죽어가는 '자연사' 중 조금 다른 대사가 포함돼 있는 세포의 자연사 과정에서 이 단백이 나와 생기는 것이다.
세포의 자연사 과정에서 나온 물질에 대해선 '면역관용'이라는 인체 작용으로 항체가 안 만들어지는데, 감염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관용이 잘 되지 않을 땐 그 단백 물질을 적군으로 인식해 항체 '앙카'를 만들 수 있다. 또 패혈증 같이 우리 몸에 심각한 감염이 있을 때 우리 몸의 육군인 '호중구'가 폭발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데, 이때도 이 단백이 전쟁 중 전사하는 과정에서 호중구 세포질 안에서 나와 앙카가 만들어질 수 있다.
즉, 앙카가 적군으로 인지하는 '단백'이 호중구 세포질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상황과, 그것을 내 것으로 인식하는 면역관용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스트레스적인 상황일 때 앙카가 생길 수 있는 것으로 현재는 보고 있다.
- 앙카연관혈관염은 현미경적 다발혈관염(microscopic polyangiitis), 육아종증 다발혈관염(granulomatosis with polyangiitis),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eosinophilic granulomatosis with polyangiitis) 3개 혈관염으로 크게 분류하는데, 그 기준은 무엇이고 이에 따라 앙카연관혈관염이 각각 어떤 양상을 보이나?
3가지 분류에 따라 주요 앙카 침범 부위가 다르고, 연관 질환이나 예후 등이 다르다. 우선 현미경적 다발혈관염은 피부, 폐, 신장, 신경을 주로 침범한다.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일 때는 눈, 귀, 코 같은 곳에 침범이 잘 돼 이비인후과질환이나 안과질환 형태로 많이 나타나고, 기관지 연골도 잘 침범한다. 특히 기관지 연골의 모세혈관을 침범하면 연골이 좁아진다. 연골은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환자는 튜브를 꽂고 살아야 한다.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은 눈, 귀, 코, 기관지 연골 이외에도 피부, 폐, 신장도 잘 침범한다.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은 대부분의 환자가 천식이나 부비동염 같은 알레르기질환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고, 이런 환자에게는 피부와 심장, 신경, 폐 침범이 많다. 또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의 예후는 현미경적 다발혈관염,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보다 좋다. 세브란스병원 앙카연관혈관염 코호트 내 323명의 환자 중 45명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환자는 단 1명밖에 없었다.
- 앙카연관혈관염을 세부 질환으로 나눴을 때 모두 다발혈관염으로 명명하는데, 실제 앙카연관혈관염에서 앙카는 여러 혈관을 침범하나? 또 여러 장기의 혈관을 침범하는 것으로 병이 진행되는지도 궁금하다.
현재는 대부분의 앙카연관혈관염 환자가 1~2곳 기관을 침범했을 때 대학병원을 찾아 진단받고 있고, 진단되면 치료하기 때문에 병이 진행될수록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떤 환자는 4~5곳의 기관이 침범된 상태로 오기도 하는데, 앙카연관혈관염이 진행돼 침범한 장기가 늘어난 것인지, 처음부터 4~5곳의 기관 모두를 침범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치료를 안 하면 침범 장기가 늘 가능성은 올라간다고 본다.
- 앙카연관혈관염을 앓는 국내 환자는 어느 정도 되고, 주로 어느 연령에서 발병하는지 궁금하다.
서울대에서 2010년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 조사한데 따르면, 현미경적 다발혈관염 환자는 635~925명,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환자는 115~135명이었다. 심평원 기준이기 때문에 잘못 진단된 환자도 있고, 진단이 안 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대략 추계하기는 현미경적 다발혈관염 환자와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환자를 합쳐 1,341명쯤 되지 않을까 본다.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환자는 심평원 자료로 추계를 뽑기 어려운데, 과잉 진단된 환자들이 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앙카연관혈관염 코호트에서 현미경적 다발혈관염 환자는 184명(57.0%),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환자는 76명(23.5%),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환자는 63명(19.5%)이다. 또 앙카연관혈관염 환자는 주로 50~69세로 병원 코호트에서 평균 환자 연령이 61세였지만,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에서 이 병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질환과 연관된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환자의 연령이 낮다.
-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현재 앙카연관혈관염 환자들이 이 병을 진단받고 있나? 또 어떻게 의료이용을 하길 권하나?
앙카연관혈관염은 피부 증상으로 나타나는 환자가 가장 많은데, 요즘에는 동네 피부과의원에서도 앙카검사가 가능하다. 이 검사에서 앙카 양성이 나오거나, 소변검사 등을 했을 때 콩팥이나 폐 등에 이상이 확인되는 피부질환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보내준다. 또 이같은 검사를 하지 않아도 피부질환이 잘 낫지 않으면 혈관염이 아닐까 의심하고 환자를 의뢰해주기도 한다.
폐나 콩팥에 첫 증상이 나타나는 앙카연관혈관염 환자도 피부 증상 다음으로 많은데, 요즘은 X-ray를 찍었을 때 폐가 허옇게 나오거나 소변검사를 했을 때 단백뇨나 혈뇨가 나오면 병원에서 앙카검사를 기본으로 많이 한다. 이때도 앙카 양성으로 나오면 환자를 보내준다. 가까운 의료기관의 진료를 통해 앙카연관혈관염이 의심된다고 할 때 전문적인 진료를 보는 대학병원에 가길 권한다.
- 여러 희귀질환처럼 앙카연관혈관염도 진단이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다. 왜 그런가?
앙카연관혈관염은 확진할 수 있는 진단방법이 현재는 약하다. 앙카검사는 P-ANCA와 C-ANCA 2가지 유무를 확인하는 면역형광검사인데, 이 검사에서 위양성으로 나올 수도 있지만, 위음성으로 나올 수도 있다. P-ANCA와 C-ANCA를 수치로 볼 수 있는, 조금 더 정확한 MPO-ANCA(P-ANCA 수치 검사)와 PR3-ANCA(C-ANCA 수치 검사) 검사도 있는데, 수치가 나오는 정량적 검사에서도 앙카연관혈관염이 확인되지 않기도 한다.
실제 세브란스병원 코호트에서 P-ANCA나 MPO-ANCA 검출 환자는 70.0%, C-ANCA나 PR3-ANCA 검출 환자는 15.8%, 2가지 모두가 검출된 환자는 4.3%였고, 2가지 모두 검출되지 않은 환자도 18.6%에 달했다. 이런 까닭에 앙카가 양성으로 나와도 앙카연관혈관염이 아닐 수 있는 것을 고려해야 하고, 앙카가 음성으로 나와도 앙카양성혈관염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앙카양성혈관염을 진단할 때는 숙련된 혈관염 전문 의료진에 의한 문진과 신체검사, 혈액검사, 영상검사, 조직검사 등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침범 부위와 증상, 앙카검사, 호산구 수치, 혈뇨 수치에 더해 (혈관염으로 생성된) 육아종 등에 대한 조직검사와 CT 같은 영상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의심되는 모든 질환을 배제한 다음에 진단을 내리는 병이 앙카양성혈관염이다.
- 앙카양성혈관염은 진단이 쉽지 않은 병인데, 제도적으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에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제한점도 있다고 들었다.
앙카연관혈관염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P-ANCA와 C-ANCA의 유무를 살피는 앙카검사와 함께 조금 더 정확한 검사인 MPO-ANCA와 PR3-ANCA를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는 앙카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을 때만 MPO-ANCA와 PR3-ANCA 검사에 급여가 돼 P-ANCA와 C-ANCA 검사를 한 뒤 MPO-ANCA와 PR3-ANCA 검사를 하게 돼 있다.
P-ANCA와 C-ANCA 검사는 특이도(실제로 음성인 사람이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될 확률)는 높지만 민감도(실제로 양성인 사람이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될 확률)가 떨어지고, MPO-ANCA와 PR3-ANCA은 민감도가 높고 특이도가 떨어지는 검사다. 이들 검사를 동시에 하면 진단 구멍이 보완되기 때문에 혈관이 염증으로 전소되기 전에 진단내릴 수도 있다. 때문에 4가지 검사를 동시에 할 수 있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 폐·근육 등의 부위를 침범했을 땐 CT 등만 찍어서는 현재 염증으로 혈관이 활활 타는 상황인지, 혈관이 완전히 전소된 상황인지 알 수 없다. 이때는 인체 대사상태를 보여주는 PET검사를 하면 정확히 감별할 수 있고, 이에 맞춰 리툭시맙 같은 항암제를 쓸지 말지와 스테로이드·면역억제제 용량 등을 환자의 나이, 합병증, 동반질환 등 여러 상태에 맞춰 적정하게 결정할 수 있는데, 현재는 PET검사가 비급여다.
PET검사를 해서 충분히 환자 상태를 파악해 부작용이 많은 약들을 적게 쓸 수 있는데, 지금은 환자의 경제력에 따라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흉부 CT를 찍었을 때 폐가 허옇게 나오면 혈관이 활활 타고 있는 것인지, 혈관이 완전히 전소된 상황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피검사의 염증 수치로도 이것을 변별할 수 없다. 폐 침범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때만이라도 PET검사에 급여가 돼 적절한 치료 길이 열렸으면 한다.
- 앙카연관혈관염은 어떻게 치료하고 있나?
전 세계에서 현미경적 다발혈관염과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의 1차 치료제는 항체를 만드는 면역세포인 'B세포'를 표적하는 '리툭시맙'이다. 리툭시맙은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에서는 2차 치료제로 돼 있는데, 영국 등에선 1차 치료제로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미경적 다발혈관염과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에서만 1차 치료제로 리툭시맙을 쓸 수 있고,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에서는 2차 치료제로 쓸 수 있다.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에서도 리툭시맙을 1차 치료제로 쓸 수 있게 변화돼야 한다.
현재 앙카연관혈관염 치료는 1차적으로 리툭시맙·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같은 항암제를 쓰면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을 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병의 활성도 수치가 확 떨어지는 '관해'가 돼도 5년간은 면역억제제 치료가 필수다. 이후엔 이 치료가 현재 선택의 영역에 있는데, 앙카연관혈관염은 재발에 대한 불씨를 평생 안고 간다. 실제 세브란스병원 코호트에서 재발율이 27.9%였다. 병의 활성도가 언제든 다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약 부작용 같은 문제가 없다면 면역억제제 지속 복용을 권한다.
- 앙카연관혈관염으로 이같은 치료를 해도 효과를 못 보는 환자도 있을 것 같다.
치료를 해도 전혀 효과를 못 보는 앙카연관혈관염 환자는 적은 편이다. 일단 환자에게 이런저런 치료를 다 시도하는 까닭이다. 이같은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환자는 결국 사망에 이른다. 다행히 지난해 리툭시맙과 스테로이드 병행치료를 했는데도 효과를 못 보는 현미경적 다발혈관염·육아종증 다발혈관염 환자에게 시도해볼 수 있는 새로운 치료옵션이 국내 도입됐다.
앙카연관혈관염에서 염증 반응 기전의 하나인 C5a 수용체를 억제하는 '아바코판'이 지난해 리툭시맙·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과 함께 병행하는 약제로 국내 허가된 것이다. 하지만 아바코판의 약가 책정이 아직 안 돼 국내에선 아직 쓰지 못한다. 아바코판의 약가 책정과 함께 급여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이 약은 보험 급여가 안 되면 한 달에 약 900만원에서 1,000만원의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해서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아바코판을 의료현장에서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치료옵션이 더는 없을 때 시도해 보는 방법이 면역억제제 '타크로리무스'이다. 기존 치료를 해도 효과가 크지 않거나 불응성인 환자에게는 현재 이 약제를 비급여로 시도해보는데, 이제까지 치료 결과는 좋았다. 이를 연구논문으로 낸 적도 있다.
- 앙카연관혈관염에서 치료환경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환자에게 리툭시맙이 2차 치료제이기 때문에 1차 약제로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현재 쓰는데, 이 약을 쓰면 불임이 될 수 있다. 불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배란을 억제하는 약을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로 치료할 때 쓰지만 100% 불임을 막을 수는 없다. 때문에 적어도 가임기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여성 환자에게는 리툭시맙을 1차 치료제로 꼭 쓸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또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치료제로 메폴리주맙이 유럽에서는 허가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로만 이 약이 허가돼 있다. 현재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을 동반한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환자에게 천식이 악화됐을 때, 천식 진료를 하는 호흡기내과·알레르기내과 교수에게 이 약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있는데, 국내도 호산구성 육아종증 다발혈관염에도 치료 적응증이 추가됐으면 한다.
- 앙카연관혈관염 환자에게 여러 합병증도 생길 것 같은데, 주로 어떤 합병증이 많나?
말기신질환이나 뇌졸중, 급성관상동맥증후군 같은 합병증이 잘 생긴다. 세브란스병원 앙카연관혈관염 코호트에서도 전체 환자 중 16.1%에게 말기신질환이 나타났고, 6.5%의 환자에게 뇌졸중이 생겼으며, 4.0%의 환자에게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이 초래됐다.
- 앙카연관혈관염은 재발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평생 진료가 필요할 것 같은데, 병원에서는 어떻게 환자에게 의료이용을 하라고 권하나?
병의 활성도가 높고 치료가 필요한 시기가 지나가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혈액검사, 소변검사, X-ray 검사 등을 하면서 외래 진료를 통해 앙카연관혈관염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약제를 변경하거나 필요할 때는 입원치료를 하도록 실제 환자들에게 권하고 있다.
또한 평소 몸에 어떤 이상이 생겼을 때, 바로 앙카연관혈관염이 아닐까 의심해 대학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동네병원에서 먼저 진료를 보도록 설명한다. 그곳에서 앙카연관혈관염 관련 문제라고 지목했을 때 진료를 보던 대학병원에 가는 게 환자 편의가 높고 의료비용도 줄일 수 있다.
- 앙카연관혈관염 환자가 주의해야 할 생활수칙이 있다면?
다른 것은 없고, 고용량의 면역 억제 치료를 하는 기간에만은 육회, 회 같은 날음식은 피하고, 식중독 위험도 있으니 집 안에서 조리하지 않은 음식도 삼가하길 권한다. 이외에 질병 활성도가 떨어져서 면역억제제 용량을 낮추게 되면 평소처럼 다 먹어도 된다.
- 마지막으로 앙카연관혈관염 환자나 가족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앙카연관혈관염은 약을 잘 먹는 것이 현재 제일 중요하다. 약 부작용이 많아서 약물 순응도가 떨어질 때가 있는데, 의료진을 믿고 약을 잘 챙겼으면 좋겠고 약 부작용 때문에 너무 힘들 때는 의료진과 상담해서 약물치료를 조정했으면 한다. 또 환자 주변에서 몸에 좋다는 것을 많이 가져다주는데, 그런 것이 치료제와 상호작용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먹기 전에 의료진에게 먼저 상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