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의 높은 치료 목표 달성 위해 도입되고 있는 'SDM'

[환자중심 헬스케어②] ‘SDM’ 적용하고 있는 나찬호·이영복 교수 환자의 다양한 환경 고려 치료제 선택…복약순응도·환자 만족도↑

2024-12-24     유지영 기자

완치 수준의 치료 성과를 보여주는 다양한 혁신적인 신약들이 개발되며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의사가 환자를 평가하고 치료하는 일방향적인 치료가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옵션들이 나옴에 따라 최적의 치료방향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환자와 함께 치료 목표를 설정하는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 SDM)’도 그 중 하나다.

공유의사결정은 의사가 환자에게 임상적 근거를 토대로 최적의 치료 목표를 설명하고 여러 치료 방법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환자가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선호도, 부작용 감내도, 질병 부담, 통원 거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치료 옵션이 정해지는 만큼 만족도를 높이고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의료비 또한 절감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대한신장학회가 복막투석과 혈액투석 등 만성콩팥병 환자의 투석방식 결정에 공유의사결정을 적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선 3분 진료의 현실 속에서도 높은 치료 목표 달성을 위해 공유의사결정을 진료현장에 도입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환자마다 증상과 양상이 다른 중증아토피피부염 분야도 그 중 한 곳이다.

이에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환경에 적합한 공유의사결정 도구(tool)를 만들어 파일럿으로 환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조선대병원 피부과 나찬호 교수와 의정부성모병원 피부과 이영복 교수를 만나 SDM을 도입하게 된 배경, 적용 후 달라진 치료효과와 만족도, 진료현장에 확산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지원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사진 왼쪽부터 조선대병원 나찬호 교수, 의정부성모병원 이영복 교수

– 우선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공유의사결정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조선대병원 나찬호 교수 : 예전에는 의사가 환자를 평가하고 치료하는 일방향적인 치료가 주를 이뤘다. 요즘에는 치료제가 많이 개발됐고, 아토피피부염 증상 자체가 환자별로 이질성이 강하기 때문에 각 환자별 필요로 하는 치료방향도 각기 다르다. 그래서 다양한 의사결정 툴을 활용해 환자가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서로 의견도 공유하면서 치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치료 과정에서 SDM을 사용할 경우 의료진과 환자간 쌍방향 소통이 되니 복약 순응도가 높아지고 진료에 대해서도 만족해 환자들도 더 적극적으로 따라오는 것 같다. 진료시간이 길지 않는 제한점이 있지만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된다면 질환 관리 부분에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의정부성모병원 이영복 교수 : SDM은 단순히 의사가 객관적 지표인 EASI(아토피피부염의 피부 병변 범위와 중증도를 평가하는 지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가려움증(WP-NRS), 삶의 질(POEM, DLQI 등) 같은 주관적 불편함까지 함께 고려해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치료 목표와 약제를 결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찬호 교수님이 말씀하셨듯 새로운 치료제가 늘어나면서 환자에게 설명하고 필요한 부분을 확인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짧은 진료 시간 탓에 환자의 주관적 고통이나 원하는 치료 우선순위를 파악하기 어렵고, 이런 이유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추천하고 설명 시간을 줄일 수 있는 SDM tool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SDM tool를 시범적으로 활용하면서 환자가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불편이나 힘든 부분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진 것 같다. 아직 한계는 있지만 이 도구가 널리 사용된다면 환자와 함께 설정한 치료 목표를 달성하고 복약 순응도와 만족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모든 의사들이 SDM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특별히 SDM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조선대병원 나찬호 교수

나찬호 교수 : 미국에 연수를 갔었는데, 한국에서는 EASI나 WP-NRS 지표만을 주요하게 본다면, 미국에서는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어떤 증상이 있고 어떤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부분을 도출할 수 있는 PRO(환자 주관적 지표, patient-reported outcomes)라는 지표를 앞서 활용하고 있었다.

PRO에는 앞서 이영복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불편함인 가려움증 측정 지표(WP-NRS) 뿐만이 아니라, 삶의 질 측정 지표(POEM, DLQI 등) 등 여러 지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PRO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환자와 대화를 나누며 필요한 치료 옵션을 설명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하고 있더라. 놀라기도 했고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은 진료에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 없어 환자와 충분히 대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있겠지만, 이러한 환자들의 주관적인 지표들도 적극 활용해서 충분히 소통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영복 교수 : 의료진 입장에서도 환자가 약제를 사용하고 나타나는 반응이나 증상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 혹은 약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약제로 변경해야 하는지 등을 치료 중간 중간 체크하는 게 필요하다. 더욱이 기록이 누적되면 추이나 기타 필요한 점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와 소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SDM tool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매번 생각해 왔었다.

- 환자들이 병원에 올 때마다 SDM tool을 사용해 체크하는지.

이영복 교수 : 그게 이상적이지만 아토피피부염 외에 다른 피부 질환 환자들도 있고, 현재 병원 내 인력 상황 등으로 인해 모두에게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경우에도 증상이나 원하는 치료 목표가 각기 다르고, 이에 따라 치료 만족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본인이 중요하게 보는 주관적 PRO 지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진료 후에 필요한 환자에 한하여 SDM tool 내에서 추가적인 팔로우업 체크를 요청하는 편이기는 하다. 좀 더 많은 분들이 SDM을 사용하게 된다면 활용의 방법이나 이러한 주관적 지표들에 대한 팔로우업이 더 체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찬호 교수 : 조선대병원의 경우 SDM을 위한 환경이 마련돼 있기는 하다. 환자들이 밖에서 대기하는 동안 평가 툴을 미리 작성하고 그 결과를 차트에 쓰거나 종이에 적어 가져오면 이를 바탕으로 진료한다. 처음에는 환자들이 미리 항목들을 읽고 작성하는 것을 불편해하기도 했는데, 환자 본인이 체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가 질문하고 거기에 맞춰 진료를 하니 요즘에는 솔직하게 작성을 해주는 편이다.

나찬호 교수와 이영복 교수가 환자들에게 활용하고 있는 SDM tool

- 환자들이 작성한 내용은 누적 추이를 볼 수 있게 설정이 되어 있는지.

이영복 교수 : 의정부성모병원의 경우 누적 데이터를 한눈에 보는 시스템은 아직 세팅돼 있지 않다. 환자들이 작성한 내용을 하나하나 눌러서 이전과 비교해야 된다. 가톨릭의료원은 산하 병원들 간 전산망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내부시스템을 병원별로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또, 현재의 SDM tool들은 데이터 결과가 나왔을 때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는 아쉬운 점들이 있다. 파일럿 프로젝트 이후 임상 환경에 맞춰 개선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

- SDM 적용 전과 후 (환자 진료에 있어)변화를 체감하는지.

나찬호 교수 : 환자가 느끼는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됐던 것 같다. 아토피피부염이 피부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보니 연령대를 떠나 (피부)노출 자체를 꺼려한다. 이때 SDM tool을 사용하면 피부 병변이 나타나는 부위나 환자가 신경 쓰는 부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의료진이 보기엔 증상이 심해 전신 면역억제제나 표적치료제 사용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참을 만하다며 경증일 때 사용하는 바르는 스테로이드만 원하는 환자도 있고, 반대로 경증 환자인데 가려움증을 아주 심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전의 치료 방식이라면 이를 알기 어려웠겠지만 SDM을 통해 환자들이 생각하는 치료 목표가 다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 의사의 진단과 달리 환자가 참을 만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영복 교수 : 증상은 심하지만 가려움증에 많이 익숙해져 버틸 만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서는 의료진이 보는 객관화된 지표와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정도를 같이 봐야한다는 말도 이 때문이다. SDM이 중요한 이유다.

- SDM이 환자의 중증도를 평가하는데 영향을 주기도 하는지.

이영복 교수 : 현재 (EASI 점수를 중심으로 중증도를 평가하도록 되어 있는) 보험 체계 하에서는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현재는 EASI 23점 이상만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전신 전체에 아토피 병변이 있는 환자로 기준이 굉장히 높다. 실제 환자의 가려움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해도, 눈에 보이는 EASI 점수가 낮으면 중등도가 낮게 책정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환자들이 특히 힘들어하는 얼굴과 목 등의 노출 부위는 병변의 면적이 작다보니, EASI 점수 구성에 작은 부분만 차지한다. 이에 학회에서도 환자의 주관적 증상(가려움증 등)이나 삶의 질 점수 등을 중증도 평가에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 가이드라인에 포함시킨 바 있다.

– 증상 외에 고려하는 부분들은 무엇이 있나.

의정부성모병원 이영복 교수

이영복 교수 : 병원 진료주기, 주사제나 경구제에 대한 선호도, 경제적 여건 등 다양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의사들이 진료 시간 안에 이런 것들을 모두 물어보기 어려운데 SDM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

– SDM을 적용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접하게 되는 경우도 있나.

나찬호 교수 : SDM tool을 사용하다 보면 예상외로 계절성 비염이나 결막염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환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잘 알아차리지 못했던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면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수면 유도제를 처방하는 등 표적치료제 외에도 일반 약제를 사용해 효과를 보기도 한다. 그만큼 적재적소에 필요한 치료제를 알맞게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 과거에는 수면 장애나 기타 증상에 대해 놓치는 경우도 있었던 건가.

나찬호 교수 :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평가할 때 많은 지표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눈에 보이는 병변의 정도인 EASI나 주요 증상인 가려움증에 대해 주로 평가하다 보니, 의외로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있어 수면 장애가 등한시되는 측면도 있다. 사실 수면 장애가 계속되면 질환이 심해지고 그것이 다시 수면 장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수면제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다. 요즘 JAK 억제제 등의 치료제들은 수면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효과가 좋다.

이영복 교수 : 정서적 문제에 대한 것을 놓치기도 쉽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또래 집단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할 경우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토피피부염이 피부질환이니까 피부만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런 점들 역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SDM tool 안에도 이런 것들을 체크할 수 있는 항목(예 HADS)이 있다. 따라서 환자가 원하면 이러한 부분들도 팔로우업 할 수 있다.

– 실제 현장에서 SDM이 원활하게 사용되려면 진료환경이나 제도 등 어떠한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나.

나찬호 교수 : (진료시간이 제한돼 있어) 시간적 제약이 크다는 게 제일 힘든 부분이다. EASI 측정이나 환자들에게 약제나 치료 목표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교육에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되는데, 이러한 EASI 측정이나 교육에 대한 수가는 없다. 이런 것들만 된다고 해도 병원 입장에서 환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들도 더욱 똑똑해져야 한다. 어떤 부위가 가장 힘들고, 잘 치료가 됐으면 좋겠는지, 치료제 선택 시 경제적 여건, 경구제나 주사제 등 치료 옵션에 대한 선호도, 병원 내원 가능 주기, 빠른 치료가 필요한지, 안전성을 중시하는지 등 어떤 부분을 더 고려하는지 등을 미리 생각하고 오면 진료가 수월해지고 치료 목표가 더욱 구체적으로 잡힐 것 같다.

–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에 효과적인 표적치료제들이 도입되면서 치료 목표가 과거 대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어느 수준까지 치료 목표 설정이 가능하다고 보나.

나찬호 교수 : 평가 툴마다 조금씩 점수가 다르지만 가장 대표적인 EASI의 경우 EASI 75만 달성하더라도 훌륭한 치료제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건선의 경우 치료제 사용 후 증상을 90~100%까지 개선하는 것이 달성 가능한 수준(PASI 90/100)까지 됐다. 이에 맞춰 아토피피부염도 EASI 9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가려움증의 경우에도 없거나 거의 없는 0~1(WP-NRS 0/1)점과 같은 두가지 지표를 함께 달성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삼고 있다. 결국 치료제의 효과가 이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이런 높은 치료 목표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이영복 교수 : 현재 보험급여 기준이 EASI 75에 맞춰 있기는 하지만 실제 이 정도 치료 목표에 만족하는 환자는 거의 없다. EASI 90에 도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도 하고 치료 효과가 떨어질 경우 약제를 계속 추가할 수도 없기 때문에 앞서 얘기한 것처럼 환자의 주관적 측정 지표인 삶의 질(POEM, DLQI), 정서적 불안정도(HADS) 등 여러 측정 지표들을 중증도 평가에 함께 반영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환자들을 좀 더 세밀하게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나찬호 교수 : 다시 얘기하지만 환자들이 좀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보험급여 적용은 까다롭기도 하고 현재는 교체투여가 안되기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EASI 75 수준으로 개선된 환자의 경우에도 여전히 병변 위치 등에 따라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 본인이 어떤 부분에서 빠른 개선을 원하는지, 어떤 부위가 힘든지 , 어떤 종류의 치료제(경구제, 주사제)를 원하는지 스스로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의료진 역시 짧은 진료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지만 다양한 툴을 통해 환자의 증상을 다각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영복 교수 : 의료진과 환자가 공동의 치료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 노력한다면 좋은 치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