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A의 간암 인사이트] 더욱 정밀화되는 '간암 방사선치료'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윤상민 교수
간암은 2022년 기준 1위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일 정도로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정복'이라는 미션 아래 2017년부터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고 '간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간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암학회와 함께 <KLCA의 간암 인사이트>를 연재한다. 연재를 통해 전달되는 근거중심의 올바른 정보들이 간암을 정복하는데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간암(간세포암종)의 치료는 간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적용된다. 이런 진행 단계에 따라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표준 치료가 있지만, 다른 암과 달리 종양의 위치, 침범 범위, 간기능, 그리고 환자의 전신 상태 등이 치료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률적인 표준 치료 적용이 어려울 때가 있다.
따라서,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및 방사선종양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최적의 치료법을 논의하는 다학제 진료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간암에서 방사선치료가 어떻게 시행되며 언제 주로 활용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어떤 원리로 간암이 치료되나?
진료실에서 많은 환자들이 방사선치료는 암세포를 태워서 없애는 치료가 아닌지 문의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암세포의 DNA가 파괴되어 간암이 소멸되거나 성장이 억제된다. 고에너지의 방사선이 체내로 전달되면 몸에서 전리현상이 발생하여 이와 같은 생물학적인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사선은 크게 광자선(엑스선)과 입자선(양성자, 중입자)으로 나뉘며, 엑스선을 이용한 방사선치료가 간암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간암에서 시행되는 방사선치료의 준비 과정
환자의 몸 바깥에서 몸 속에 있는 간암에 목표한 방사선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계획대로 방사선치료가 잘 시행된 것인데,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우선 간은 호흡으로 많이 움직이는 장기이므로, 치료 전에 이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복부 압박을 통해 호흡 움직임을 최소로 줄이거나, 일정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호흡을 참게 하거나, 자유 호흡을 하는 중에 특정 호흡 주기에만 방사선이 조사되게 하는 방법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방사선치료 계획을 위해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 영상이 필요한데, 특히 간암 치료에서 호흡 주기가 반영된 4차원 CT가 많이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CT 영상에 치료하고자 하는 간암을 잘 표기하고 주변 정상 장기를 잘 그리는 것도 방사선종양학과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후에 치료 부위에 최적의 선량이 분포되도록 설계를 하는데, 엑스선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1제곱센치미터 단위로 선량 분포를 조절하여 정밀한 방사선이 조사되게 하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intensity-modulated radiotherapy) 기법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간암의 크기나 위치 등을 고려하여 인체의 일정 깊이에서만 방사선 에너지의 대부분이 전달되고 소멸되는 특징이 있는 입자선(양성자치료 또는 중입자치료) 치료가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 계획이 결정되면 하루 처방 선량 및 전체 치료 기간 등이 정해지게 된다.
정밀한 계획만큼 중요한 실제 방사선치료
간암의 범위, 정상 간 용적, 및 주변 장기와의 거리 등에 따라 짧게는 1주일 이내부터 약 4~5주 기간 동안 방사선치료가 시행된다. 앞서 언급된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최선의 방사선치료 계획을 했더라도, 매일 시행되는 방사선치료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정밀한 치료 계획이 허사가 될 수 있다. 몸에 표기된 기준선을 매번 정확하게 맞춰 CT 촬영 당시의 자세가 잘 재연되어야 하고, CT 촬영할 때와 같이 일정 시간 금식을 매 치료 전에 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매 치료 직전 방사선치료기에 장착된 영상 장비로 CT를 촬영한 후에 치료 계획 CT와 정확히 맞추어 오차가 최소화되도록 한다. 치료 중에는 호흡 조절이 계획된 대로 잘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약 30~40분 동안 진행되는 방사선치료 과정에서 다양한 모니터링 방법을 이용하여 정확하게 치료가 끝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간암에서 방사선치료는 언제 사용되나?
초기 간암에서 표준 치료인 수술 또는 고주파열치료 등의 국소치료가 적용되기 어려운 경우에 대안적으로 방사선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간암의 크기가 작고 주변 장기와 충분한 거리가 있는 경우에는 고선량의 방사선을 단기간에 조사하여 방사선치료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체부 정위방사선치료(stereotactic body radiotherapy)가 주로 이용되는데, 다른 국소치료와 비교하여 거의 대등한 치료 결과를 얻고 있다.
중기 간암에서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색전술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더라도 잔존 간암이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 방사선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진행된 간암에서는 전신 항암치료가 표준 치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간암이 혈관으로 침범된 경우에 혈관 침범을 보다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목적으로 방사선치료가 과거부터 많이 이용되어 왔다. 또, 진행된 간암에서는 다양한 장기로 전이가 동반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목적의 방사선치료도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간암에서 방사선치료의 미래
최신 방사선치료 기술의 발전을 통해 과거보다 더욱 정확한 치료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준비 및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는 존재한다. 앞으로 더욱 발전된 기술이 치료에 도입된다면 지금보다 더 정밀하고 안전한 방사선치료가 가능하리라 기대된다. 또한, 여러 의료 분야에서 도입되고 있는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도 최적의 방사선치료를 시행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입자 치료를 비롯한 방사선치료의 적용 확대 및 다른 국소치료 또는 전신 항암치료와의 병합을 통해 치료 효과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여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간암 환자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여 예후를 개선하는데 더욱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상민 교수는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방사선종양학과를 전공했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 전임의를 거친 후 현재 울산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교수로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현재 대한간암학회 기획이사, 대한방사선종양학회 간행이사,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학술기획 책임교수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방사선종양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Radiation Oncology Journal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