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US 치료제 '울토미리스' 급여됐지만 사전심의제 벽은 여전
울토미리스, 솔리리스 대비 투여 간격 4배…투약 편의성 높여 솔리리스, 10월 기준 신청 27건 중 승인 4건 불과…승인율 15% 김진석 교수 "급여기준 꾸준히 문제제기…의사 의견 존중 필요" 아스트라제네카, 솔리리스 이어 울토미리스도 무상공급 예정
울토미리스(라불리주맙)가 1월부터 솔리리스에 이어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 aHUS) 치료제로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솔리리스와 함께 사전심의제도 약제로 묶여 있어 치료 접근성에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전심의제도’란 고가의 약제 사용 전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인지 여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판단 받는 제도다. 14일 이내 승인여부를 내리도록 돼 있지만 심사가 늦어지거나 급여기준이 aHUS 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불승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10일 울토미리스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기념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aHUS는 진단이 너무 어려운 질환이다. 진단을 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가 없다"며 "때문에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을 하나씩 배제해 가며 진단하는 감별진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진석 교수에 따르면 aHUS는 면역 시스템의 C5보체가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과활성화되며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hrombotic Microangiopathy Syndrome, TMA)을 유발하는 급성 희귀질환이다.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은 혈소판 감소, 미세혈관병성 용혈성 빈혈을 초래한다. 따라서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을 일으키는 혈전성 혈소판감소성자반증(TTP)과 용혈요독증후군, 그리고 aHUS를 의심해가며 최종 진단을 하게 된다.
김 교수는 그러나 "aHUS는 초기에 병의 진행속도가 빨라 늦어도 14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며 "aHUS의 경우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에서도 30~40%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된다. 게다가 감염, 암 등으로 인한 2차성 TMA와의 감별도 어려워 진단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전승인율이 낮은 이유가 진단의 어려움도 있지만 사전심의제도가 aHUS의 치료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aHUS의 유일한 치료제는 C5보체 억제제다. C5보체 억제제는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가 유일하다. 하지만 솔리리스의 경우 사전심의 승인율이 30건 중 1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보체의 활동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 심사 접수 준비 중에 환자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개선될 경우 급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심사가 통과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때문에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을 더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만약 사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유일한 치료 방법은 투석을 받는 것 뿐"이라며 "이에 환자들은 언제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불안하게 하루하루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승인받지 못한 환자 39명 중 82%가 5년 이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aHUS로 의심됐던 환자들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사전심의 기간인 2주간 무상으로 솔리리스를 공급해왔기 때문에 그마저도 버틸 수 있었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다만 솔리리스를 잇는 aHUS 치료제 울토미리스의 경우 솔리리스 투여 간격보다 반감기가 4배나 돼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다행이라고도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울토미리스는 솔리리스의 기본 구조에서 4개의 아미노산을 변경해 개발된 후속 치료제다. 기존 솔리리스의 2주 간격 투여와 달리 반감기가 4배 이상 연장돼 환자의 투여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울토미리스는 연령에 관계없이 aHUS 환자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김 교수는 “보체 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연구 Study 311에서는 치료 26주 차에 53.6%의 환자에서 혈소판, LDH 수치 등 TMA 관련 지표의 개선이 확인됐으며, 혈청 free C5 농도를 0.5 μg/ml 미만으로 유지해 지속적인 말단 보체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또 “솔리리스에서 울토미리스로 전환한 소아 aHUS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1년간 신장 및 혈액학적 지표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약제 전환의 유효성이 확인됐다”며, “특히 효과는 유지되면서도 투여 간격이 길어진 점이 aHUS 환자들에게 큰 편의를 제공해 울토미리스의 급여 적용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솔리리스에 이어 울토미리스의 경우에도 무상공급을 이어가준다면 첫 투여와 2주 뒤의 로딩도즈 투여 이후에는 8주 간격으로 투약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는 최대 10주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 기간 동안 유전자 검사 등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좀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유연하게 심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도 ‘골든타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울토미리스도 솔리리스처럼 환자가 사전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약제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희귀질환사업부 김철웅 전무는 "울토미리스는 투여 간격이 기존 솔리리스 대비 크게 늘어나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치료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aHUS 환자들이 울토미리스의 치료 혜택을 더 쉽게 누릴 수 있도록 울토미리스 급여를 계기로 사전심사승인율이 향상될 수 있기를 바란다. 회사도 보험급여 조건 및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