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4개월에 불과한 '악성 심장암'의 반전…적극적 수술로 완치도

예후 나쁜 심장암 '혈관육종', 최근엔 장기·혈관 두고 종양만 제거 심장 떼서 암 제거하고 다시 심장 넣어주는 '자가심장이식수술'도 심장암 전이일 때도 수술 시도…확률 낮지만 완치될 수 있는 기회

2025-01-16     김경원 기자
심장암은 '암이 심장에도 생기나'라는 의문이 들만큼 희귀해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쉽지 않아 예후가 나쁜 암에 속한다. 더구나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뛰는 심장이라는 장기의 특성으로 심장 종양 부스러기나 종양 주위로 만들어진 혈전이 심장 밖을 벗어나 뇌혈관을 막을 수도 있어서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위험에도 노출된다. 그렇지만 예후가 나쁜 심장암이라고 해서 치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심장암은 '암이 심장에도 생기나'라는 의문이 들만큼 희귀해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쉽지 않아 예후가 나쁜 암에 속한다. 더구나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뛰는 심장이라는 장기의 특성으로 심장 종양 부스러기나 종양 주위로 만들어진 혈전이 심장 밖을 벗어나 뇌혈관을 막을 수도 있어서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위험에도 노출된다. 그렇지만 예후가 나쁜 심장암이라고 해서 치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정동섭 교수는 유튜브 채널 '삼성서울병원'에서 "과거에는 4개월 정도가 심장 혈관육종의 일반 여명이었다. 1년 후에는 35% 정도의 환자가 생존하고 2년 후에는 99%가 사망한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수술하면서 치료된 대표적인 케이스들이 있다"며 심장과 연결된 폐동맥 가지에 혈관육종이 자라들어가 박혀있던 환자도 수술 후 5년째 생존한 '완치 사례'가 있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과거에는 혈관육종을 다 없애기 위해 폐를 전부 다 절제했다. 폐를 절제하고 추가 항암치료를 하고 그 다음에 방사선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보조적인 치료를 할 때 절제된 폐 끝단에서 기관지가 열리거나 혈관이 다쳐서 출혈이 돼 직접적인 암 말고 다른 합병증으로 사망을 많이 해 '폐전절제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심장암 수술법을 최근 바꿨다. 정동섭 교수는 "최근에는 폐와 폐혈관은 살리고, 폐동맥 종양만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며 "(5년째 생존한 심장 혈관육종 환자는) 폐동맥 종양을 제거하고 폐동맥 판막에 붙어있는 종양을 한 번 더 제거해서 5년 경과가 굉장히 좋았고 6개월마다 CT를 찍고 있는데 지금도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며 평균 여명 4개월에 불과했던 심장 혈관육종의 달라진 치료결과를 짚었다.

폐와 심장을 동시에 침범한 혈관육종 환자도 적극적 치료를 통해 여명이 4~5년 정도로 는 경우도 있다.  폐를 전절제로 제거하고, 심장을 떼서 암을 제거한 뒤 넣어주는 자가심장이식수술법으로 치료한 결과다. 정 교수는 "폐는 전절제를 했다. 심장에 있는 혈관육종도 제거해야 하는데 그 주위에 있는 조직에 다 엉겨붙어 있어서 시야가 안 나왔다"며 당시 폐암와 달리 심장암 수술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했다. 

이런 까닭에 심장의 혈관육종을 제거하는데 자가심장이식수술법이 시도됐다. 정동섭 교수는 "심장을 떼서 암을 제거하고 다시 이식하는 자가심장이식수술법으로 수술을 했다. 이 환자는 4년 정도 살다가 뇌전이가 됐다. 수술하지 않았으면 아마 더 짧은 삶이겠지만,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서 4~5년 정도의 여명이 늘어났다"고 적극적으로 치료했을 때 예후가 나쁜 심장암도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심장에 원발성 종양을 없애는 수술 뒤 근육육종이 전이된 말기 심장암에도 '수술'이라는 적극적 치료가 최근 시도되고 있다. 정 교수는 "암이 전이 되면 보통 수술하지 않지만 심장 안에 있는 병이고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어서 제거했는데, 10년째 생존 중이다. 전이암도 포기하지 말고 갈 때까지 가보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굉장히 낮은 확률이지만 완치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심장의 악성종양이 혈관육종이나 근육육종 같이 모두 예후가 나쁜 것만도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지훈 교수는 "대표적으로 항암치료로 잘 낫는 (악성) 심장암은 림프종이라는 임파선암"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 너무 모양이 안 좋아 손 쓰기가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는데, 조직검사에서 극적으로 림프종이 나왔고, 이 암은 항암치료를 하면 회복의 기회가 있는 종류"라고 설명했다. 

심장 악성종인 '림프종'은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하는 경우가 많은 심장암이며, 치료 예후가 좋다. 또한 심장 악성종양 외에도 심장 양성종양 중 빠르게 자라는 암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신경내분비종양'과 '부신경절종'이 대표적이다. 정동섭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항암치료를 하지 않으면 계속 커지고 주위 조직을 침범한다"며 "악성처럼 행동하는 양성종양도 조기에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또 정 교수는 "부신경절종은 양성종양이지만 점점점 커지는 종양"이라며 "10cm 이상으로 커져서 주위 폐동맥을 눌러 호흡곤란이 발생해 20대 여성 환자를 12시간 이상 대수술을 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양성종양이지만 대동맥과 폐동맥, 관상동맥까지 부신경절종이 다 누르고, 악성종양 같이 한몸 같이 돼 있어서 결국 이들 혈관을 모두 뜯어내고 혈관을 새로 다 만들어 넣는 수술로 환자는 성공적으로 치료됐다. 

보통 심장암은 예후가 나쁘다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로 삶의 기회를 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동섭 교수는 "심장에 암이 걸렸더라도,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해도 삶의 기회를 찾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지훈 교수도 "심장종양은 예후가 안 좋은 병은 분명하지만 '꺾이지 않은 마음으로' 끝까지 한 번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찾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