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 올리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실체

[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 고대안암병원 김정아 교수

2025-02-20     고대안암병원 김정아 교수

현재 알려진 희귀질환의 종류는 8,000종 이상이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의 5%에 불과하다. 더욱이 희귀질환은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진단방랑을 겪기 일쑤다.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내분비희귀질환연구회가 연재하는 <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내분비희귀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코너로 희귀질환 극복에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편집자주>

30대 남성이 우연히 건강검진으로 한 혈액검사에서 Low-Density Dipoprotein(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310mg/dL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후 3개월간 고용량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합치료를 했음에도 LDL 콜레스테롤이 180mg/dL로 여전히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 내원했다. 환자는 정상체중이었으며, 흡연이나 음주는 하지 않았고, 당뇨병, 고혈압, 심근경색 등도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45세에 심근경색을 앓았고, 대부분의 친가 가족이 고지혈증으로 약물치료 중이었다.

이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실제 진단 기준을 적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환자는 ‘Dutch Lipid Clinic Network’ 진단 기준에 의하면 Probable에 해당했고, ‘Simon broome’ 진단 기준에 의하면 Possible로 평가됐다. 이 환자에게 유전자검사를 해봤으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 LDLR, APOB, PCSK9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환자는 LDL 콜레스테롤 감소를 위해 PCSK9 주사치료를 시작했고, 현재 LDL 콜레스테롤은 100mg/dL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 최대 10배까지 올리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LDL 콜레스테롤 대사 과정의 이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의 2배 이상 상승하는 질환이다. 이에 따라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최대 10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LDL 콜레스테롤 수용체의 결함 또는 부족으로 인해 LDL 콜레스테롤 제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이형 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동형 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나뉜다. 동형 접합 가족성고콜레스테롤혈증은 100만명당 1명 정도로 매우 드물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500 mg/dL 이상으로 극단적으로 높다. 이런 까닭에 20세 이전에 관상동맥질환 혹은 대동맥 판막 협착증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치료하지 않을 경우 청소년기나 20대 초반에 치명적인 심혈관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반면, 이형 접합 가족성고콜레스테롤혈증은 200~500명당 한 명 정도로 보고되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90mg/dL 이상에서 발생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조기에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심혈관 사건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유전성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당수에서 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변이가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임상적 진단 기준이 중요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진료실에서 보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형 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한국인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기준 'LDL 콜레스테롤 177mg/dL'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에는 Dutch Lipid Clinic Network 기준 및 Simon Broome 기준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 진단 기준에는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190mg/dL 이상), 중증 고콜레스테롤 혈증 혹은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 각막환, 건 황색종 등의 임상적 소견, 조기 발병 관상동맥질환(남성 <55세, 여성 <60세), LDLR, APOB, PCSK9 유전자 변이 등이 포함된다.

유전 검사 대상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90mg/dL을 넘고 다른 이차성 원인이 없는 성인 혹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60mg/dL 이상인 소아, 청소년이면서 조기 관상동맥질환이나 심한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가족력이 있을 때 해당된다. 하지만, 유전자검사에서 변이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임상적 기준을 충족하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2020년 한국인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록사업에서 LDL 177mg/dL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의심할만한 기준치로 제시됐고, 병인성 돌연변이 예측에 적합한 수치는 LDL 255 mg/dL 이상으로 제시됐다. 이에 해당 수치 이상인 환자에서 진단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단,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이차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배제돼야 한다. 이차성 원인에는 임신, 신증후군, 담즙정체, 갑상선 기능 저하증, 급성 간헐성 포르피린혈증, thiazide 등 이뇨제 복용등이 LDL 상승을 유발할 수 있고, 시토스테롤혈증, 가족성 복합 고지혈증 또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유사한 LDL 콜레스테롤 상승을 보일 수 있어 신중한 감별이 필요하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심뇌혈관질환 위험 과소평가될 수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전통적인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산출방식으로는 과소평가될 수 있으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그 자체로 심뇌혈관 질환의 고위험군-초고위험군에 해당한다.

특히 젊은 나이에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큰데, 이전 미국에서 소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와 환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스타틴을 투약하고 20년간 추적관찰을 진행한 연구에서, 연구에 참여해 일찍 치료를 받은 소하 환자의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은 1%로 일반인과 유사했다. 그만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조기 진단과 적극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빠른 지질강하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필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진단되면 빠른 지질강하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이상지질혈증과 마찬가지로 총 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탄수화물,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는 방면, 식이섬유, 통곡물, 야채, 생선 등의 섭취가 권장된다. 또한, 규칙적인 유산소·무산소 운동이 권고된다. 이와 병행해 빠른 지질강하제 투약이 필요하다.

1차적으로 쓰이는 약제는 스타틴이며, 특히 고용량으로 투약이 권고된다. 하지만, 고용량 스타틴 투약에도 LDL 콜레스테롤이 충분히 목표치 내로 떨어지기 어려워 에제티미브가 이차 약제로 권고된다. 이전 연구에서 스타틴 치료 환자에서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76% 낮게 보고됐으며, 사망률이 감소되는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LDL 콜레스테롤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PCSK9 억제제 단클론항체 (evolocumab, alirocumab)의 투약이 권고된다. 최근 Inclisiran, mipomersen 등의 약제가 개발됐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는 심혈관질환 혹은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서는 55 mg/dL 미만, 위험인자가 없는 환자에서는 70mg/dL 미만으로 권고되나 이 목표치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기저 LDL 콜레스테롤부터 50% 이상 낮추면서 심혈관질환이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서 70mg/dL 미만, 심혈관질환이나 위험인자가 모두 없는 환자에서는 100 mg/dL 미만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 뒤엔 가족·친척 선별검사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일반인에 비해 10배 이상 높고, 어린 나이부터 관상동맥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가족 중 첫번째 환자가 진단되면 다른 가족과 친척에 대해 선별검사를 하는 것이 조기진단에 필수적이며, 의심되는 환자가 있을 때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정아 교수

김정아 교수는 고려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임상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2형 당뇨병 및 1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을 포함한 내분비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및 내분비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