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A의 간암 인사이트] 빠르게 바뀌고 있는 간암 치료 패러다임

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 소화기내과 김보현 교수

2025-03-05     국립암센터 김보현 교수

간암은 2022년 기준 1위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일 정도로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정복'이라는 미션 아래 2017년부터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고 '간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간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암학회와 함께 <KLCA의 간암 인사이트>를 연재한다. 연재를 통해 전달되는 근거중심의 올바른 정보들이 간암을 정복하는데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간세포암종은 국내에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암종 중 하나이나 꾸준한 연구와 치료법의 발전에 힘입어 예후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실제 국내 보고에 따르면 2008년~2011년 간세포암종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6.8%이었으나, 2014~2016년에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4.4%로 점차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암 치료는 수술적 치료(절제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의 범주로 나뉘지만, 간세포암종에서는 간절제술, 간이식, 국소치료술(국소소작술), 경동맥치료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의 다양한 방법이 적용된다. 환자에 따라 단일 치료로 충분할 수도 있지만, 여러 치료를 병합하기도 한다.

최근 대한간암학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08년~2022년)를 이용, 간세포암종 환자가 진단 후 받은 첫 치료를 조사해 발표했다. 그 결과, 2008년에 비해 2022년 간절제술은 12.2%에서 21.3%로, 국소치료술은 4.3%에서 8.4%로, 항암치료는 0.2%에서 9.6%로 증가한 반면, 경동맥치료술은 49.9%에서 36.6%로 감소했다.

간절제술은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로 구분할 수 있는데, 2008년 복강경 간절제술 비율이 10.6%에 불과했던 것에 반해 2022년에는 60.6%까지 증가, 최소 침습 수술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절제술은 단일종괴이거나 비교적 초기 병변이고, 특히 기저 간 기능이 충분하다고 예측되는 경우에 시행할 수 있는데, 간절제술의 시행이 크게 증가한 데에는 간암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 항바이러스제 사용 증가로 인한 간 기능 보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소치료술은 종양이 3개 이하이며, 최대 크기 3cm 이하의 초기 간암에서 주로 시행되는 치료 방법이다. 열원의 종류에 따라 고주파열치료술, 극초단파열치료술, 냉동치료술 등으로 나뉘는데, 과거에는 거의 고주파열치료술만 시행되다가 2022년 극초단파열치료술이 전체 국소치료의 24.3%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했다.

경동맥치료술은 일반 항암제를 사용하는 통상적 경동맥화학색전술, 약물방출 미세구(항암제를 서서히 방출)를 이용한 경동맥화학색전술, 방사선 동위원소(Yttrium-90)를 사용하는 경동맥방사선색전술 등으로 나뉘는데, 통상적 경동맥화학색전술은 2008년 88.1%에서 2022년 79.0%로 비중이 감소한 반면, 약물방출 미세구를 이용한 경동맥화학색전술(7.7%)과 경동맥방사선색전술(8.4%)이 증가했다. 특히 경동맥방사선색전술은 2020년 12월 선별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이 일부 완화됐으나 여전히 고가의 치료라는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색전후증후군의 발생이 적고 비교적 큰 종양에도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어 최근 점차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항암치료의 경우 과거에는 1차 치료제로 소라페닙이 주로 사용됐으나 2019년 렌바티닙 급여에 이어 2022년 5월부터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이 급여화되면서 전체 1차 항암제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63%, 2023년 1분기에는 78.2%까지 상승했다. 이는 간세포암종 항암치료의 패러다임이 표적치료제에서 면역항암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최근 더발루맙-트레멜리무맙이 승인되고, 니볼루맙-이필리무맙이 3상 임상시험에서 성공함에 따라 면역항암제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고령 환자의 증가다. 간세포암종으로 진단 받은 환자 중 70대 및 80대 이상의 환자가 2008년 각각 16.3%, 3.8%였으나 2022년에는 22.5%, 13.1%로 증가했다. 특히 70대 환자의 경우 치료를 받는 비율이 58%에서 80%로, 80대 이상은 30%에서 50%로 증가하여 고령에서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기반으로 진행되어 비급여 치료나 여러 치료를 병합하는 복합치료(두 가지 이상의 치료)에 대한 세부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로봇 간절제술이나 비급여 항암제 등에 대한 치료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간세포암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점에서 대표성이 크고, 국내 간암 치료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간세포암종은 국내에서 여전히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암종 중 하나이지만, 치료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치료 성적 또한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외과적 절제술 기법의 발전, 국소치료술의 확대, 경동맥치료술의 최신 기법 적용, 면역항암제의 도입 등 간암 치료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여러 치료 방법의 발전과 환자 맞춤 전략을 통해 국내 간세포암종의 치료 성적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립암센터 김보현 교수

김보현 교수는 한양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내과를 전공했다. 2012년부터 국립암센터에서 간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간암의 항암치료, 신약 연구, 맞춤 치료 및 바이오마커이다. 현재 대한간암학회 간암등록사업이사, 대한간학회 재무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한간암학회-국립암센터 간세포암종 진료가이드라인 개정에 간사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