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조기치료 필요성 확인…선도적 급여 정책 기대”

ATTENTION 연구 4년 중간 분석 결과, Lancet 자매지 게재 관찰군 대비 TAF 치료군 ‘간 관련 사건 발생률’ 4배 이상 낮아 임영석 교수 “급여 개선 위해 조기치료 가이드라인 개정 집중”

2025-03-10     김찬혁 기자
ATTENTION 연구 1차 평가변수 사건의 발생 빈도

국내 연구진 주도의 B형간염 조기치료 연구가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 자매지에 게재되며 국내외 치료 가이드라인과 급여 기준 개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한 ATTENTION 연구 4년차 중간 분석 결과가 게재됐다.

임영석 교수팀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과 대만의 22개 센터에서 40~80세 사이의 비간경변 만성 B형간염 환자 총 734명을 ‘베믈리디(성분명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TAF)’ 치료군과 관찰군으로 나눠 간세포암, 사망, 간이식 및 간 기능 부전 등을 포함하는 ‘간질환 관련 사건’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정상 또는 경미하게 높은 ALT 수치를 보이는 비간경변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TAF 조기치료가 간세포암 및 기타 간 관련 사건의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추적 관찰 17개월 시점에서 진행된 분석 결과, 관찰군 대비 TAF 치료군에서 간세포암을 포함한 간 관련 사건 발생률은 4배 이상 낮았다. 관찰군에서 간세포암 발생 7건, 사망 및 간 기능 부전 발생 각 1건씩으로 총 9건의 간 관련 사건이 발생한 반면, TAF 치료군에서는 간세포암 2건만 발생했다(HR:0.21; 95% CI, 0.04-1.2; p=0.027).

이번 연구 결과는 높은 HBV 수치나 ALT 수치와 같은 특정 조건을 고려해 항바이러스 치료가 권고되는 현재 치료 가이드라인을 넘어, 조기에 TAF 제제 투여를 통해 항바이러스 치료를 진행할 경우 간세포암과 같은 심각한 간 관련 사건의 발생 위험이 감소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해당 연구는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HBV) 수치와 간세포암 발생 위험이 선형이 아닌 비선형적 포물선형의 패턴으로 연관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다기간 코호트 연구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더 큰 임상적 의미를 지닌다.

현재 국내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은 HBV 수치가 높아도(≥2,000 IU/mL) 간섬유화가 심하거나 혈중 ALT 수치가 높은 경우(정상 상한치의 1~2배 사이, 여성의 경우 30 IU/L, 남성의 경우 34 IU/L 범위)를 충족해야만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때문에 HBV 수치는 높으나 면역반응이 거의 없는 상태로, ALT 수치가 정상범위에 있는 면역관용기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치료 시작이 어렵다는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내외 학계를 중심으로 높은 HBV 수치만으로도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조기치료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B형간염 환자들의 조기 치료가 간암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며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

임영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며 ATTENTION 연구 결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임 교수는 지난해 11월 본지와 진행한 별도 인터뷰에서 ‘B형간염 조기 치료는 간암 예방과 의료비 절감의 열쇠’라고 강조하며 ATTENTION 연구의 설계와 중간 분석 결과의 의미,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한 바 있다.

임 교수는 “첫째, 과학적으로 가장 높은 근거 수준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들은 모두 관찰적 연구였으며, 이는 수천 명의 환자를 5~10년 이상 추적해야 데이터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전향적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통해 최고 수준의 근거를 확보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쉽지 않은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둘째, B형간염 환자들의 치료 시기에 따른 간암 발생률 차이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다. 이전 관찰적 연구에서는 치료군이 비치료군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이 약 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79%가 더 낮게 나왔다. 이는 이전 연구에서 비뚤림으로 인해 치료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의 최종 목표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개선해 환자들의 진료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기준 변경을 위해서는 대한간학회 가이드라인 개정이 선행돼야 해, B형간염 환자들이 조기에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개정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은 후속 과제로 가이드라인 개정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임 교수팀도 이 과제에 응모했으며, 선정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급여 기준 개정으로 이어진다면, 국내에서 생산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심평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급여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차기 간학회 이사장으로서 가이드라인 개정과 급여 기준 개선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