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귀하지만 중요한 체중 증가의 숨은 원인 ‘쿠싱증후군’

[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 서울대병원 박승신 교수

2025-03-17     서울대병원 박승신 교수

현재 알려진 희귀질환의 종류는 8,000종 이상이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의 5%에 불과하다. 더욱이 희귀질환은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진단방랑을 겪기 일쑤다.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내분비희귀질환연구회가 연재하는 <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내분비희귀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코너로 희귀질환 극복에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편집자주>

진료실에서 체중증가를 언급하면 "먹지도 않았는데 살이 쪘어요"라고 대답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런 경우 대개는 식습관을 세심히 살펴보며 숨겨진 간식, 고열량 음료, 달콤한 커피 등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칼로리 섭취원을 찾아보게 된다. 물론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체중이 증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때로는 생활습관이나 식이습관의 변화 없이도 기이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체중증가가 발생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럴 때는 환자의 호소를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호르몬 변화를 비롯한 체중 증가의 숨겨진 원인들에 대한 철저한 감별이 필요하다. 그 중 한 가지 질환이 바로 희귀하지만 임상적으로 중요한 쿠싱증후군이다.

최근 진료실을 찾은 45세 여성 환자의 경우가 그러했다. 환자는 최근 갑작스럽게 증가한 체중을 호소했는데, 얼굴이 점점 동그랗게 변하고 배는 나오는 반면 팔다리는 오히려 가늘어지는 특징적인 체형 변화를 보였다. 피부가 얇아지고 멍이 잘 들며, 심지어 지방이 잘 축적되지 않는 목 뒤 부위에도 지방이 오복하게 쌓여 있었다. 전형적인 쿠싱증후군 환자의 임상증상이다.

쿠싱증후군은 신체내 코티솔 과다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코티솔은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스트레스 반응, 대사 조절, 면역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티솔은 생존에 필수적인 호르몬으로 신체가 주위의 여러 자극에 대응하여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호르몬이 그러하듯이, 코티솔이 과도할 경우에는 중심성 비만, 근육 위축, 둥근 얼굴, 멍, 복부의 자색 선조, 목 뒤 지방 축적 등의 외형변화와 함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의 위험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가 바로 쿠싱증후군이다.

쿠싱증후군은 크게 내인성과 외인성으로 나눌 수 있다. 내인성은 신체 내에서 코티솔이 과도하게 생성, 분비되는 질환을 의미하며 외인성은 외부에서 스테로이드를 과도하게 복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외인성의 경우에는 천식, 류마티스질환, 비염 등으로 인한 스테로이드 복용 뿐 아니라 관절통증으로 인한 주사치료에 스테로이드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며 그 외 한약 등에 들어있는 스테로이드를 과용으로 섭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내인성의 경우 코티솔을 합성하는 부신의 종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신쿠싱증후군과 뇌하수체에서의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의 과도한 분비로 인해 발생하는 쿠싱병, 그리고 뇌하수체 이외의 다른 부위의 종양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이소성 쿠싱증후군으로 나눌 수 있다.

내인성 쿠싱증후군 중 부신쿠싱증후군의 국내 유병률은 인구 100만명 당 23.4명, 발생률은 100만명 당 연간 1.5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쿠싱병의 경우는 국내 인구 100만명 당 9.8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며, 100만명 당 2.3명 정도의 발생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싱증후군의 경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위험도가 9배 이상 증가하며,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등의 합병증 위험도가 일반인구 대비 17.5배, 14.4배 증가해 사망률이 약 3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싱증후군은 비만 등에서 발생하는 대사증후군과 증상이 겹쳐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임상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부신쿠싱증후군은 평균 30개월, 쿠싱병은 39개월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하지만 중요한 쿠싱증후군에 대한 관심과 고려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쿠싱증후군이 많이 발생하는 여성 환자 (남성 대비 3배 이상 높은 발병률), 20~50대에 쿠싱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쿠싱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외인성 쿠싱증후군은 코티솔과 같은 역할을 하는 스테로이드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유병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 없지만 만성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환자의 약 5~1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스테로이드를 투약하는 환자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외인성 쿠싱증후군은 내인성 쿠싱증후군과 동일한 임상증상을 보이며 일반인구 대비 사망률이 2.24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싱증후군은 덱사메타손 억제검사 및 24시간 소변 코티솔 검사, 야간 코티솔 검사 등 다양한 호르몬 검사를 복합적으로 해석하여 진단할 수 있다. 쿠싱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 이러한 호르몬 검사와 함께 쿠싱증후군에 동반될 수 있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 합병증에 대한 검사가 필수적이다. 부신쿠싱증후군의 경우는 부신의 종양, 쿠싱병(뇌하수체 쿠싱증후군)의 경우에는 뇌하수체의 종양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복부 CT와 뇌하수체 MRI 검사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쿠싱증후군의 일차적인 치료는 원인이 되는 종양을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부신쿠싱증후군의 경우에는 복강경 수술을 통한 부신절제술이 요구되며, 쿠싱병의 경우는 경접형동 접근을 통한 뇌하수체 종양 절제가 필요하다. 쿠싱병의 경우는 수술 후 완치가 된 이후에도 재발하는 비율이 10~20%에 달해 지속적인 추적 관찰 및 재발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쿠싱증후군은 체중증가의 드문 요인이지만, 일반적인 체중증가에 비해 합병증 발생률이 매우 높으며, 높은 사망률을 동반하기 때문에 조기 감별 및 치료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해결되지 않는 체중증가와 함께 쿠싱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인 복부 비만, 둥근 얼굴, 자색선조, 목 뒤 지방 축적, 멍 등이 동반된 경우에는 쿠싱증후군의 감별을 위해 내분비내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박승신 교수

박승신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내과 전공의, 내분비대사내과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진료조교수로 골대사질환, 부갑상선질환, 부신질환, 뇌하수체질환 및 희귀내분비질환을 진료하고 있다. 대한내분비학회, 대한골대사학회, 미국내분비학회, 미국골대사학회 정회원이며, 대한내분비학회 진료지침위원, 미래위원, 내분비희귀질환위원회 위원 및 부신연구회 학술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