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중증복합면역결핍증에 신생아선별검사 꼭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소청과 김예진 교수에게 듣는 '중증복합면역결핍증' 체내 면역서 정교한 역할 맡은 'T세포' 없어…B세포와 협응도 문제 정상아엔 문제 안 되는 세균·바이러스에도 취약…감염으로 사망도 미국·유럽선 신생아선별검사 이뤄져…기회감염 발생 전 치료 가능 조기 진단 시 조혈모세포이식 통해 평생 건강한 삶 살아갈 수 있어

2025-04-04     김경원 기자

태어날 때 멀쩡했던 아이가 생후 3개월쯤부터 온갖 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열이 빈번한 상황일 때 강력하게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이 있다. 바로 '선천성 면역결핍증'이 그것이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중 가장 심각한 유형은 '스키드(SCID)'라고 불리는 중증복합면역결핍증(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인데, 제때 진단받지 못해 치료 적기를 놓치면 사망할 수도 있을만큼 치명적인 유전성희귀질환이다.

이런 까닭에 미국·유럽 등에선 스키드를 신생아선별검사로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스키드를 조기에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다. 인구절벽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의 신생아 5만~6만명 당 1명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키드'에 대한 국가조기검진체계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감염면역분과 김예진 교수를 만나 국내 스키드의 진단·치료 현실을 들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감염면역분과 김예진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 스키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 중 가장 심한 유형의 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병인가? 

스키드는 결론부터 말하면 치료하지 않으면 아이가 첫 돌이나 두 돌을 넘기지 못하고 100% 사망하는 병이다. 이 병은 현재 유전자의 결함으로 면역결핍증이 초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까지 밝혀진 관련 유전자가 13가지이고 스키드 세부 종류만 20가지가 넘는다. 몸 안에는 B세포, T세포, 호중구 등 여러가지 면역세포가 있는데, 스키드는 면역에 있어서 가장 정교한 역할을 맡고 있는 T세포가 태어날 때부터 없는 병이다. 

또 선천성 면역결핍증 가장 심한 유형인 스키드(중증복합면역결핍증)의 병명에 '복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가 있다. 우리 몸이 면역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데 있어 T세포와 B세포와의 복합적인 협응이 굉장히 중요한데, 스키드 환아는 T세포와 B세포의 협응도 잘 안 된다. 또 스키드는 선천적으로 T세포가 없는 것에 더해 병의 세부 종류에 따라 B세포, NK세포 등 다른 면역세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까닭에 스키드 환아는 다른 아이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폐포자충과 같은 곰팡이(진균)에도 감염이 생긴다. 폐포자충은 공기 중에 만연한 균으로 면역력이 굉장히 많이 떨어진 백혈병 환자, 조혈모세포이식 환자, 장기이식 환자에게도 감염을 유발하곤 하는데, 사실 폐포자충으로 인한 주폐포자층 폐렴은 청진을 해도 소리가 잘 안 들리고 기침도 마른 기침을 해 진단하는 게 쉽지 않다. 또 감염 문제도 굉장히 심각하다. 

과거 스키드에 걸린 미국 한 소년에게 나사(NASA)에서 풍선 같은 모양의 특수한 옷을 만들어줘 균이나 바이러스에 접촉하지 않게 호수를 달아 숨을 쉬게 하면서 잔디밭에서 놀 수 있게 하는 일이 있었고, 그 일로 이 병이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그 소년도 결국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모든 면역세포로 분할할 수 있는 '엄마세포' 같은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치료까지 시도했지만, 사망한 것이다. 

- 스키드는 유전성희귀질환인데, 스키드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자녀에게 전달되나?

그렇지 않다. 제일 흔한 스키드 유형(T세포 수용체 공통감마사슬 결핍증)은 유전자 돌연변이(IL2RG)가 X 염색체 연관 유전을 하기 때문에 남성아이들에게만 생기는데, 어떤 유형은 상염색체 열성유전을 하기 떄문에 남녀 모두에게 생기기도 한다.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른 까닭에 원인 유전자를 파악해 어떤 형태의 유전을 하는지 알아두는 것이 환자를 조기 발견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 스키드 환아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감염됐을 때 폐렴, 중증 바이러스성 호흡기감염을 비롯해 치명적인 뇌수막염, 패혈증과 같은 질환 위험도 더 높고, 이같은 병이 더 심각할 것 같다.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할 것 같은데, 부모나 동네 소아과 의사가 빠르게 스키드를 알아챌만한 증상은 없나? 

없다. 스키드 증상이 열이 나는 것과 같은 굉장히 비특이적 증상이기 때문이다. 또 일반적인 혈액검사로는 이 병을 의심할 수 없다. 소아과 의사들은 아이가 반복적으로 아프고, X-ray에서 흉선이 잘 안 보이거나, 백혈구 수치를 보는 검사에서 임파구 수치가 좀 낮은 편일 때 문제를 인식한다. 원래 아기들은 임파구 수치가 높다. 때문에 임파구 수치가 낮으면 반복적으로 낮은지 검사한다.  

그러나 T세포, B세포 등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정밀한 특수혈액검사를 하지 않는 한 스키드를 진단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 검사는 비싸고, 일반적으로 하는 검사도 아니다. 이런 까닭에 지금 우리나라 스키드 환자는 감염이 꽤 심각해져서야 진단된다. 현재 미국은 모든 주에서, 유럽은 약 15개 국가에서 신생아선별검사로 스키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

- 스키드는 정상아에게는 별로 해가 되지 않는 세균,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에 더해, 영아기에 아이들이 접종받는 생백신인 결핵예방주사(BCG), 로타바이러스 백신, 수두 백신, 홍역 백신 등을 통해 병원체에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스키드에 신생아선별검사가 꼭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 

그렇다. 더구나 스키드는 조기 진단만 되면 환아, 부모, 의료진 모두가 고생을 덜 한다. 스키드 환아를 늦게 진단하면 감염 문제로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고 감염이 통제되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의료비용도 크게 아낄 수 있다. 실제 뒤늦게 스키드로 진단된 한 환아가 2년 2개월 간 병원에서 쓴 비용이 3억9,000여 만원이었는데, 일찍 진단돼 감염이 생기기 전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면 1,000만~2,000만원 정도로 해결할 수 있다.

더구나 조혈모세포이식만 하면 스키드 환아는 그냥 건강해진다. 마치 백혈병 환아가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과 같다. 미국에서 스키드 환아는 출생아 5만8,000명 중 1명 꼴로 보는데, 국내도 5만~6만명 당 1명 정도로 본다. 한 해 4~5명 태어나는 것인데, 신생아스크리닝검사로 조기 발견해 이 아이들을 치료하면 건강하게 살아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늦게 발견돼 스키드 환아의 감염 치료도 굉장히 힘들고, 감염 때문에 이식하는 것도 너무 힘든 상황이다. 실제 과거 지방의 한 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전원된 스키드 환아가 있었는데, 정말 여러가지 치료를 했지만 감염이 너무 심해 고칠 수 없었다. 조혈모세포이식도 실패하고, 결국 그 아이는 사망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가 다시 임신하고 아이를 낳은 직후 검사해서 스키드 환아를 조기 진단했다.

스키드로 조기 진단된 그 아이는 감염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조혈모세포이식을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금 멀쩡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더구나 이 병을 신생아선별검사로 걸러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T세포수용체절제원(TREC) 검사인데, 우리도 이 검사를 직접 실험실에서 해봤고, 논문도 썼다. 하지만 지금은 연구가 끝나 국내에서 이 검사를 하는 곳이 없지만, 이 검사를 정부가 도입한다고 하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스키드 환아는 현재 어떤 과정을 거쳐 병을 진단받나? 또 스키드는 유전성희귀질환인데, 이 병을 진단할 때 유전자검사도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나?

국내 많은 스키드 환아가 감염이 심해 중환자실로 입원한다. 중증 감염으로 컨디션이 너무 나쁘고, 산소 수치도 크게 부족한 상태로 진전돼 큰 병원에 오는 것이다. 이때는 여러가지 미생물검사를 하는데, 대표적으로 폐포자충에 의한 폐렴이나 거대세포바이러스(거의 모든 사람의 침샘 속에 지니고 사는 미생물) 감염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또 아이가 맞는 생백신에 대한 감염이 있는지도 미생물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스키드가 의심되면 T세포, B세포 등 면역세포 수치를 세세하게 보여주는 정밀한 특수혈액검사를 하는데, 그 검사를 해보면 T세포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 검사로 B세포, NK세포 등이 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어서 현재는 유전자검사를 이 병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어떤 형태의 유전인지 파악해 이 병을 조기 발견을 하기 위해 유전자검사를 꼭 할 것을 권한다. 

 - 스키드 환아는 원인 유전자에 따라 증상이나, 치료법이 다른가? 

그렇지 않다. 원인 유전자는 다를 수 있지만 증상은 거의 동일하고, 병의 예후도 다 똑같다. 다만, 세부 스키드 유형에 따라 피부질환 등 추가적인 다른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또 치료법도 스키드 세부 유형에 따라 다르지 않고 동일하다. 조기 발견이 된 경우에는 기회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입원치료를 하다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 것이고, 이미 여러 균에 감염된 경우에는 감염 치료를 하다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다. 

대부분은 심한 감염 상태에서 스키드 진단을 받는데, 폐렴이 너무 심해 산소 수치가 많이 떨어져 있으면 인공호흡기도 단다. 또 원인균을 파악하기 위한 미생물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각종 감염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경험적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 치료도 진행한다. 또 감염치료를 하면서 조혈모세포이식 준비를 하고, 환자의 면역상태 등을 파악해 조혈모세포이식을 한다.    

김예진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 조혈모세포이식이 힘든 경우도 있나?

감염이 심해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등을 여러 개 쓰면 약제 내성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생긴다. 더구나 스키드 환아는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해도 몸에 총알만 넣어주는 것이지 같이 싸울 면역군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염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심각한 감염은 조혈모세포이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만큼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염이 심하면 조혈모세포이식을 못한다. 

감염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면 이식편대숙주반응(조혈모세포이식 시 수혈된 림프구가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아의 몸을 공격해 발열, 간 기능 이상, 설사, 백혈구·적혈구·혈소판 감소증 등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 등 여러가지 조혈모세포이식 합병증 위험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감염이 해결이 안 돼 조혈모세포이식에도 실패할 수 있다. 또 폐렴이 너무 심하면 결국 폐렴 치료를 하다가 아기가 죽는다.    

- 조혈모세포이식은 스키드 환아의 감염이 모두 잡힌 뒤에 하는 것인가?

의료현장에서는 그렇게 하면 스키드 환아에게 조혈모세포이식을 못 한다. 환아의 감염 상태 때문에 계속 조혈모세포이식을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염이 어느 정도 조절될 때 조혈모세포이식 시기를 정해서 치료하는데, 이때 항생제, 항아비러스제 등을 쓰면서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면 없었던 면역군이 생기는 덕에 감염이 보다 잘 잡히게 되면서 해결된다.    

- 국내에는 스키드에 대한 약제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스키드 유형 중 '아데노신탈아미노효소결핍증(ADA, adenosine deaminase) 스키드'는 ADA  효소제도 있고, 유전자치료도 시도된 것으로 안다. 

ADA 효소가 없으면 림프구 내에 독성 대사산물이 축적돼 결국 면역세포가 죽어 ADA 효소를 넣어주는 약제가 개발돼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도입돼 있지 않다. 이 약이 들어오면 감염 조절이 안 되는 ADA 스키드 환아에게 같이 써서 감염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한 다음에 조혈모세포이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 현재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이 약을 수입해서 쓰는 방법이 있다. 

또 유전자치료는 과거 허가된 약제가 있었지만, 결국 지금은 못 쓴다. 현재 외국에서도 유전자치료는 모두 연구로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키드에서 유전자치료는 내 혈액을 뽑아 거기에 정상 유전자를 집어 넣어서 다시 몸에 넣어주는 방식인데, 현재 유전자치료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는 한데 이같은 치료는 지금 현실에서는 어렵다. 국내에서도 유전자치료 연구가 기획된 적이 있지만, 의료현장에서 현재 쓰지는 않는다. 

- 스키드 환아는 조혈모세포이식만 하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이후에는 병원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것인가?

이식 뒤 초기에는 몇 개월에 한 번씩 경과 관찰을 하지만,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씩 환자들이 잘 지내는지, 면역세포가 잘 안정되게 유지되는지만 보는 상황이다.      

- 마지막으로 스키드 환아나 가족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스키드는 조혈모세포이식만 잘 되면 환아가 평생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병이다. 그냥 정상인처럼 살면 되기 때문에 심각한 병에 걸렸었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치료 뒤에는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