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3·4주마다 맞아도 되는데, 2주마다 안 맞으면 급여 탈락
은평성모병원 피부과 강훈 교수에게 듣는 '화농성한선염' 각질이 땀구멍 막아 염증성 결절→고름→염증 터널 형성 엉덩이·겨드랑이·회음부·사타구니 등 피부 접히는 곳 다발 응괴성 여드름 모양…손으로 짜도 나오지 않아 칼로 째야 초기엔 '항생제'…질병활성도 강할 땐 '생물학적제제' 치료 약제 급여 제도, 환자 아닌 '제도' 위주…환자 위주 정립 必 염증 사라져도 항생제 지속 복용 필요한데 자의로 끊기도 금연·체중 조절, 증상 완화에 좋아…식단 조절·운동도 효과
화농성한선염은 표피 아래층인 진피에 존재하는 털구멍 '모낭'에 비정상적인 각질이 생겨 초래되는 희귀피부질환이다. 털구멍이 각질로 인해 꽉 막히는 이 작은 일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온다. 털구멍을 통한 체내 분비물 흐름이 막히면서 그 안에서 인체에 아무런 문제를 초래하지 않고 살아가던 각종 균들이 불필요하게 증식하고,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면서 심한 통증을 초래하는 '염증성 결절'이 만들어지는 까닭이다.
화농성한선염은 염증성 결절로 끝나지 않기도 한다. 털구멍 주위로 염증이 더 심해지면 염증성 결절에서 악취가 나는 고름 '농양'이 나오고, 인체 과밀하게 붙어있는 다른 털구멍으로 염증이 확산되면서 염증 터널 '누공'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 신체 일부에서 시작된 이 일이 다른 털구멍에도 똑같이 초래돼 엉덩이, 겨드랑이, 회음부, 사타구니, 여성의 가슴 아래 같이 피부가 접히는 다른 부위로 퍼져나가는 일도 생긴다.
이런 까닭에 화농성한선염이 심해지면 환자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통증을 초래하는 염증성 결절로 인해 앉지도 못 하는가 하면, 악취 나는 고름이 흘러내려 집 밖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다. 다행히 염증 반응 중간 과정을 끊어주는 신약이 나오면서 화농성한선염 치료환경은 변화됐고, 그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은평성모병원 피부과 강훈 교수(대한피부과학회장)를 만나 화농성한선염의 치료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 화농성한선염은 유병률이 전 세계 평균 1%, 일부 지역에서는 높게는 4%까지 보고되는 난치성피부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는 전체 환자 수가 2만명이 안 되는 희귀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왜 이런 차이를 보이나?
화농성한선염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정확한 통계를 내기 쉽지 않은 질환이다. 화농성한선염 통계를 보면 10만명에 1명부터 100명 중 4명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제대로 된 통계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35년간 화농성한선염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있어서 진료 환자 중에는 화농성한선염 환자가 꽤 높은 환자군에 속하지만, 피부과 전문의 중 평생 화농성한선염 환자를 못 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사실 화농성한선염 발생 국내 데이터는 없고, 정확한 데이터도 국내에서는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그 이유가 화농성한선염은 농이 차고 곪으면서 아픈 특성을 보이고, 그 부위를 째고 항생제를 먹으면 좋아진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걸러 그에 맞는 2차 의료기관으로 보내주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환자가 병원을 골라 가는데, 이때 환자들이 피부과보다 외과로 많이 가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라도 피부외과를 전문한 의료진이 아니면 피부를 절개하는 치료를 잘 하지 않는 데다, 외과의원에서 절개하고 배농하는 치료를 하고 항생제를 먹으면 화농성한선염이 좋아지기 때문에 증상이 아주 심하지 않으면 계속 외과의원에 다니며 병을 조절하는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때는 화농성한선염이라는 질병 코드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해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 화농성한선염은 어떤 특징을 보이는 병인가?
화농성한선염은 털구멍 깊은 곳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결절이 만들어진다. 이 결절은 마치 단단한 구슬과 같은 형태의 응괴성 여드름처럼 보이고 덩어리가 만져지는데, 보통의 여드름과 달리 아무리 짜도 나오는 게 없다. 염증성 결절인 탓에 통증이 생기고 결절의 염증이 심해지면 결국 고름주머니 '농양'이 만들어지는데 농양이 심할수록 엄청난 통증을 초래하기 때문에 결국 환자들이 병원에 가게 되고 칼로 째 고름을 뺀다.
또 다른 화농성한선염의 특징은 병변 주변으로 '트랙'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마치 개미굴처럼 피부 밑에서 결절, 농양 사이에 트랙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쪽 고름주머니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농양이 생겨 절개한 자리에 흉이 생기고, 트랙을 통해 옆으로 농양이 옮겨가며 다시 그 옆의 피부를 절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그 주변 피부가 모두 흉터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만약 병변 부위가 엉덩이이고 그곳이 온통 흉터덩어리가 됐을 때는 의자에 앉지 못할 만큼 통증이 심하다. 흉은 정상 피부와 달리 탄력이 없다. 앉으면 피부가 늘어나는데, 이때는 흉이 엄청나게 당겨진다. 흉이 하나일 때는 참을 수 있지만, 엉덩이 양쪽에 수백개 흉들이 맞물려 잡아당겨지면 피부가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생긴다. 또 농양까지 있으면 고름이 차면서 압력이 올라가 아픈데, 앉으면서 압력이 더 해져 더 아프게 된다.
- 화농성한선염에서 염증이 생기는 요인은 무엇인가? 흔히 세균감염이라고 하는데, 이 병은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화농성한선염은 정상적으로 피부에 살고 있는 균들이 털구멍에 증식된 각질로 인해 불필요하게 증식하면서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즉 화농성한선염은 털구멍의 '과각화'가 원인인 것이다. 털구멍이 과각화로 막히면 염증이 생기고, 염증으로 인해 압력이 올라가 부풀어오르게 되면서 2차적 힘이 작용해 주변의 아포크린 땀샘도 파괴시키고, 2차적인 연쇄반응들이 일어남으로 인해 염증이 주변으로 확산된다.
- 화농성한선염은 신체 한 부위에 집중적으로 생기는 편인가?
신체 부위 한 곳에 집중적으로 생기는 화농성한선염 병변을 가지고 있는 환자도 있고, 여러 곳에 병변이 잘 생기는 환자도 있다. 또 초기에는 화농성한선염 병변이 한두 개인 경우도 있는 등 환자마다 병변 상태는 다 다르다.
- 화농성한선염은 주로 사춘기에 발병하고 나이가 들면 증상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맞는 말인가? 또 국내 환자는 외국 환자와 성별, 다발 부위 등에서 조금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차이가 있나?
화농성한선염은 여드름이 발생하는 나이에 주로 발병하고,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좋아지기는 하지만 40~50대 환자도 꽤 있고 드물게 60대 환자도 있다. 서양에는 여성 환자가 훨씬 많다고 돼 있고, 특히 40대 여성 환자가 많다는 것이 의학교과서의 내용이지만, 실제 진료실에서 보면 그 내용은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남성 환자들이 조금 더 많은 것으로 안다.
또 서양 데이터를 보면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경향이 잘 확인되지 않는다. 사실 부모와 자녀가 같이 환자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간 수많은 화농성한선염 환자 중 가족력이 있었던 경우는 엄마와 아들이 환자였던 케이스 한 건이었다. 또 화농성한선염은 피지 분비가 많고 털이 많은 겨드랑이, 엉덩이, 사타구니 등에 잘 생기는데, 우리나라는 엉덩이에 많이 생기고 겨드랑이도 잘 생긴다.
- 화농성한선염은 모낭염 '종기'와 감별이 어렵고 병변이 엉덩이, 사타구니 등 민감한 부위에 나서 환자들이 병원에 잘 가지 않는 등 진단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제 어떤 상황인가?
사실 화농성한선염 병변 하나만 보면 결국 종기다. 화농성한선염 진단명을 갖추기 위해 종기가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이 병은 종기가 하나의 사인인 것이고, 병변 발생 부위, 병변 특성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또 화농성한선염은 발생 부위가 민감해도 결국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을 찾게 되고, 초기 진단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도 대개 병변 부위를 째 고름을 빼내고 항생제를 쓰는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또 화농성한선염이 심해져 병변이 우후죽순 생기면 그때는 의료진이 '자신의 영역 밖'이라고 생각하고 환자들을 큰 병원에 보낸다. 물론 이 병은 조기 진단되면 환자가 병을 인지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는 하다. 화농성한선염 악화 요인으로 흡연, 음주, 비만 등이 있고, 이 병을 인지해 증상이 있을 때 빨리 와서 초기에 대응하면 조금 심해지는 상태까지 가지 않을 수 있는 까닭이다.
지금보다 화농성한선염의 조기 진단이 잘 이뤄지면 '염증을 심하게 만들어 결국 절개하고 고름을 빼내고 흉터를 만드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병의 경과를 환자가 조금은 조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하지만 이 병은 조기 진단돼 약을 일찍 쓴다고 해서 병의 악화를 막지는 못한다. 또 질병 활성도가 강한 사람은 결국 대학병원으로 와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질환이라고 보면 된다.
- 화농성한선염은 환자가 상태가 굉장히 다양한데, 어떻게 치료하나?
염증성 결절이 확인되면 먼저 항생제를 복용하는 치료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항생 물질로 분류되는 레티노이드제제를 쓰는데, 이 약은 과각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효과가 없으면 온갖 항생제를 시도한다. 또 병변 부위에 진물이 나면 보조적으로 항생제를 피부에 바르기도 하는데,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항생제를 써서 병변이 처음보다 줄어도 결국 농양이 만들어지면 절개를 해 고름을 빼내는 치료를 해야 한다.
'계속' 항생제를 쓰면서 농양이 생기면 절개해 고름을 빼내는 치료를 끌고 가는데, 사실 이 과정은 환자에게 결코 쉽지 않다. 고름주머니를 걷어내기 위해 절개하는 것이 굉장히 아프기 때문에 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커진다. 사실 치료가 반복되면 흉터 조직이 더 커지는데, 흉터 조직이 병변 주변에 있으면 마취도 잘 안 된다. 마취가 잘 되려면 피가 잘 돌아다녀야 하는데, 흉터 조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계속 절개해 농양을 빼내는 치료를 해야 했고, 이 때문에 결국 겨드랑이에 병변이 있는 환자들은 흉터로 인해 팔을 정상 범위로 들어올리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생물학적제제가 화농성한선염 치료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차원이 다르게 치료 환경이 좋아졌다. 지금은 병이 악화돼 염증성 결절과 고름주머니, 흉터가 피부 넓은 부위에 확산돼 같이 있으면 생물학적제제를 쓴다.
생물학적제제는 체내 염증 물질을 억제하는 원리의 약제인데, 자가면역질환인 건선,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장질환 등에 쓰이는 다양한 생물학적제제의 적응증 확대 마지막 질환으로 화농성한선염이 들어가고 있다. 현재 첫 생물학적제제인 아달리무맙(상품명 휴미라)이 의료현장에서 쓰이고 있고, 세쿠키누맙(상품명 코센틱스)도 지난 2023년 국내 허가됐다. 다만 아직 급여가 되지 않아 아달리무맙이 주로 쓰인다.
- 증상이 심한 화농성한선염 환자들의 치료에 있어서 미충족 의료수요는 무엇인가?
아달리무맙은 화농성한선염에서 현재 2주마다 투여해야 보험 급여가 인정된다. 사실 화농성한선염 환자의 증상에 맞춰 3주마다 아달리무맙을 맞아도 잘 조절되면 3주마다 맞을 수도 있고, 정말 잘 조절돼 한 달에 한 번 맞아도 된다면 그럴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급여에서 탈락한다. 약제 급여 제도가 '환자' 위주가 아니라 '제도' 위주로 돼 있는 것이다.
화농성한선염 환자는 10대 학생부터 경제활동을 하는 20~50대가 주를 이룬다. 병이 심각한 환자는 2주마다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거나 자가주사를 해야 하는데,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같은 치료를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환자 기준으로 약제를 3~4주 간격으로 쓰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줄고,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제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일률적인 생물학적제제 2주 간격 투여는 개선됐으면 한다.
- 화농성한선염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도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 어떤 때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하나?
스테로이드 주사는 흉터가 너무 아프고 딱딱할 때 좀 부드럽게 해주려는 목적으로 놔주는 것으로, 화농성한선염을 치료할 목적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 화농성한선염은 항생제든, 생물학적제제든 한 번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투약이 필요한가?
그렇다. 생물학적제제는 물론이고, 항생제도 초기 환자가 아닌 한 화농성한선염을 조절하기 위해 다른 항생제로 넘어가면서 계속 복용하는 게 좋다. 그런데 항생제를 오래 먹으면 안 좋다고 알려지면서 자의로 끊는 환자들이 많다. 항생제에 대해 나쁜 면만 조명돼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데, 내 질병을 컨트롤하는 게 더 크다면 약제 복용으로 인한 문제는 의료진과 함께 상의해 조절하면서 계속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 화농성한선염 환자는 어떻게 건강관리를 해야 하나?
일단 금연을 해야 한다. 화농성한선염 국내 여성 환자 10명 중 9명 꼴로 흡연자일만큼, 이 병은 흡연과 연관있다. 또 금연이 이 병의 증상 개선에도 도움된다. 체중관리도 필요하다. 화농성한선염은 호르몬 변화도 영향을 미치는데, 비만 여성은 흔히 다낭성난소증후군이 동반돼 생리불순인 경우가 많고, 또 비만도 이 병의 악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화농성한선염은 비만 인구에게 조금 더 많고, 살이 빠지면 증상도 완화된다.
또 화농성한선염에는 식습관도 작용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서양 연구에서 지중해식단이 화농성한선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지중해식단을 꼭 할 필요는 없고, 주로 한식을 먹되 우리 조상들이 먹는 채소 위주의 식사를 권한다. 또 이 병이 만성피부질환이기 때문에 꽉 끼고 땀이 차는 옷은 좋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넉넉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 화농성한선염 환자들은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성질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는데, 맞는 말인가?
그런 데이터가 나오고 있기는 한데,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비만한 사람, 흡연자에게 화농성한선염이 잘 생기고, 고혈압만 해도 비만 인구, 흡연자에게 발병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대사성질환과 화농성한선염에 상관관계는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화농성한선염 환자는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는데, 혈액검사에서 혈당이나 지질 수치가 높을 때는 내과에 가서 적극적으로 관리를 할 것을 권한다. 또 혈압이 높을 때도 적극적인 혈압 조절을 하는 것이 화농성한선염 증상 관리에도 좋다.
- 마지막으로 화농성 한선염 환자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사실 금연하고 체중, 혈압, 혈당 등을 잘 조절하고, 식습관을 개선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화농성한선염 증상은 많이 좋아진다. 쉽지 않은 일인 것은 알지만, 꾸준히 이런 사실들을 인지하고 건강관리를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