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목욕탕 가는 재미 빠졌어요” 스카이리치 치료 후 일상 찾아
박준수 교수와 중증건선 환자 호랑이아빠의 의사-환자 이야기 ‘3개월’ 투여 간격 장점…병원 자주 찾기 힘든 직장인·학생에 유리 박준수 교수 “뛰어난 치료 효과 보이고 안정적으로도 유지‘ 호랑이아빠 “신뢰할 수 없는 치료법 말고, 과학적 접근해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동네 목욕탕에서 바나나 우유 하나씩 마시며 나오는 모습은 80~90년대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평범한 가정의 일상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일상이 불가능했던 사람이 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이 보기 싫어 샤워 할 때조차 불을 끄고 씻었다는 호랑이아빠다. 호랑이아빠라는 닉네임으로 2020년 7월부터 '나의 건선 치료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중증 건선 환자다.
대학교 때부터 군복무시절까지 20대를 서울에서 보냈다는 그는 팔꿈치에 생긴 작은 발진으로 동네 피부과에서 약을 처방 받았지만 상태는 더 심각해졌다고 했다. 전신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에 찾아간 서울성모병원에서 내려진 진단명은 건선. 이후 건강이 안좋아져 고향인 대구로 내려와 아버지 일을 도우며 지냈다는 그는 유명하다는 한의원과 피부과의원에도 가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그랬던 그가 요즘은 아들과 동네 목욕탕에 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생물학적제제인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로 치료를 시작한 후부터는 건선이라는 생각을 잊을 정도로 깨끗한 피부가 됐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반팔도, 반바지도 못 입던 그지만 이제는 좋아하는 골프를 치고 샤워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고 이제는 거부감도 느끼지 않는다고.
3개월에 한번 진료를 위해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찾는다는 그를 피부과 박준수 교수와 함께 만났다.
- 네이버에 '나의 건선 치료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호랑이아빠: 치료 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서 이 과정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다른 환자가 내 글을 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블로그 통계를 보니 한달에 천 명 정도 들어오는 것 같은데 "자살까지 생각했는데, 글을 보고 치료 의지가 생겼다", "얼굴을 뵌 적도 없는 분이지만, 글 올려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하다" 등의 댓글에 보람도 됐다.
- 언제 건선 증상이 생겼는지,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호: 첫 증상은 팔꿈치에 작은 발진으로 나타났다. 당시 반려견이 있었는데 인근 피부과에 진료를 받으니 반려견 때문인 것 같다고 약을 처방받았다. 그런데 처방약을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점점 더 악화됐다. 하얀 각질이 덮인 피부 병변이 전신에 퍼져있다 보니 옷을 입어 가리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고, 스스로도 꺼려져서 반팔, 반바지를 거의 못 입었다. 미관 상 보기에 좋지 않아 샤워를 할 때도 불을 끄고 씻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건선 진단을 받고 1~2년 동안은 인근 피부과(개원의), 한의원을 주로 다녔다. 한의원을 가도 차도가 없었고, 약이나 광선 치료를 받아도 딱히 개선이 되지 않더라. 병이 사라지지 않고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몇 년 동안 반복하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정보를 찾아보게 됐는데 정보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 어떻게 박준수 교수님을 찾아가게 됐나.
호: 기사도 찾아보고 정보를 수집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대구가톨릭대병원 박준수 교수님을 알게 됐다. 한번 상담을 받아보자 해서 방문했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1세대 치료제(생물학적제제)인 휴미라 같은 치료제 이후, 스텔라라, 코센틱스, 탈츠, 트램피어 등이 있었고 이후 스카이리치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때가 2020년 즈음이었다. 대구에 내려와 본격적으로 건선 치료를 받을 때와 시기적으로 잘 맞았다.
- 스카이리치 투약 후 현재는 어떠한 상태인지.
호: 스카이리치로 치료를 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지금은 피부가 일반인들과 다름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내가 건선 환자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들과 함께 목욕탕, 수영장도 다닐 수 있고, 거울 속 내 모습을 봐도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특히 투여 간격이 3개월이어서 병원을 자주 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장점인 것 같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3회차부터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었고, 5~6회차부터는 병변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호전됐다. 그 이후에는 계속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스카이리치는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에서 염증 유발과 연관된 인터루킨-23(IL-23)을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다. 국내에서는 2019년 6월 중등도-중증 판상 건선 치료제로 승인받은 데 이어 2022년 1월 성인의 활동성 건선성 관절염 치료제로 국내 승인을 받았다.
- 건선의 치료 과정과 최신 치료 트렌드를 설명 부탁드린다.
박준수 교수: 환자가 내원하면 점수를 매겨서 경증-중등증-중증 등 중증도 정도를 판단한다. 경증 혹은 중등증은 기존의 전통적인 치료로도 효과를 보곤 하지만, 중증의 경우 전통적인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을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치료로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 등의 면역조절제와 광선 치료를 사용했다. 다만, 건선은 만성질환으로 장기 치료가 필요한데, 이런 치료제들은 장기 치료 시 부작용 문제가 있다. 그래서 과거의 치료 패러다임은 몇 가지 치료 방법을 돌아가면서 사용했다.
이제는 건선의 병인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서 치료법이 한번 도약했다. 특히, 건선은 치료 기전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특정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면 효과를 볼 수 있어 바이오 엔지니어링 기술 발전과 함께 ‘생물학적제제’가 대중화됐다. 최근에는 주사에 거부감이 있는 환자를 위해 JAK 억제제와 같은 소분자 물질 경구제도 개발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건선 병변의 50%만 좋아져도(PASI 50) 효과적인 치료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PASI 75를 넘어 PASI 90/100을 달성하는 환자들도 많아져, 환자들의 삶의 질이 많이 향상됐다. 실제로 75% 개선 효과(PASI 75)만 나와도 환자들이 만족하기도 한다. ‘평생 대중 목욕탕 한 번 못 가봤다’, ‘아들하고 수영장 가는 게 소원이다’라고 말하던 환자들이 PASI 75만 달성해도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고, PASI 90/100이면 피부가 거의 깨끗해지거나 완전히 깨끗해져서 그런 어려움들이 거의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
- (호랑이아빠의 경우)스카이리치를 선택한 이유는.
박: 환자의 경우 이미 전통적인 치료에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약제들의 특성과 투여 간격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든 치료 옵션을 설명해야 한다. 환자의 경우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치료 일정(투여 간격)을 고려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고 환자도 원하는 스카이리치를 선택했다.
- 2020년이면 스카이리치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 아닌지.
박: 그렇다. 하지만 이미 스카이리치가 건선 치료에 효과가 좋다는 임상연구 데이터들이 많이 나와 있어 환자에게 적합한 약제일 것이라고 어느 정도 확신을 했다. 실제로도 상당히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 스카이리치의 장점은 무엇인가.
박: 다른 약제들 대비 스카이리치의 장점은 ‘12주, 약 3개월’이라는 긴 투여 간격이다. 업무나 학업 등으로 병원을 자주 찾기 힘든 직장인이나 학생에게 치료 주기는 매우 중요하다. 또 이런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한정적이다보니 우리 병원에도 인근 지역에서 오는 환자가 많다. 멀리서 오는 환자들은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교통비 등의 경제적 문제로 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 힘들다 보니 가능한 치료 주기를 길게 두고 싶어 한다.
- 약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박: 아무래도 첫 번은 안전성이다. 두 번째는 장기 효과다.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진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치료 했을 때 효과가 중요하다. 그 다음은 환자의 경제적 여건이며, 이외에도 투약 간격이나 관절염 등 환자가 동반질환을 앓고 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치료 약제를 결정한다.
- 환자들에게 스카이리치를 처방한 경험을 공유한다면.
박: 초창기 생물학적제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항체가 생기면서 효과가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후에 나온 생물학적제제들은 장기간 사용한 데이터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스카이리치 역시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항체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고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 상으로는 효과가 잘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속 지켜보면서 사용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 간혹 질환이 좋아지면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박: 생물학적제제를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항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잘못된 면역체계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인데, 치료를 중단하면 몸에서 분해가 되기 때문에 증상이 원래대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치료를 중단했다가 증상이 재발해 1~2년 뒤 다시 오는 환자들이 많다. 다시 치료 해도 효과를 보는 환자들이 있지만, 치료 기간이나 주기가 바뀌면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치료 효과가 떨어지면 또 다른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꾸준히 치료 받을 것을 권고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호: SNS에서 보이는 민간요법이나 한의원, 화장품 등과 관련한 광고에 일반 환자들이 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뢰할 수 없는 치료법을 하려 하지 말고, 학술적으로 유의미한, 과학적인 치료법에 신뢰를 갖고 접근했으면 좋겠다. 저는 먹는 약이나 광선 치료도 효과가 없어서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해 효과를 봤다. 환자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의료진과 상담 후 치료를 시작하길 바란다.
또 하나는 보험급여의 PASI 점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데 평가 주기에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운 나쁘게 산정특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중증이고 상처가 심해졌다 좋아졌다 하는데 하필 좋아졌을 때 평가를 하면 그냥 운이 안 좋다고 치부할 것은 아니지 않나.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PASI 점수 기준이 환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해 유연하게 반영됐으면 좋겠다.
박: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SNS에서 본 정보를 가지고 완치를 생각하거나 아주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했다가 기대만큼 치료가 잘 되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약이 좋다고 하더라’는 정보만 갖고 처방을 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제의 효과는 환자마다 개인차가 있고,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 방법, 치료 약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