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근육 문제, 양쪽 팔·다리에 생겼다?…피검사로 칼륨 수치 확인 필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김세중 교수에게 듣는 '지텔만증후군'

2025-05-12     김경원 기자

팔다리가 저리거나 마비가 오는 '신경 문제'나 근육에 힘이 없거나 녹는 것 같은 '근육 문제'가 양쪽 팔다리 같이 신체 양측에 생겼을 때, 혈액검사를 통해 꼭 확인해봐야 하는 수치가 있다. 바로 체내 '칼륨' 수치다. 혈액 내 칼륨 수치(정상 범위 3.5~55mmol/L)가 3.5mmol/L 미만일 때, 이같은 증상이 초래될 수 있는 까닭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에서 "저린감과 같은 이상감각이나 근위약감과 같은 운동신경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에서 칼륨검사는 필수적"이라며 "칼륨 같은 전해질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경우의 특징은 양쪽이 같이 오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고 짚었다. 

칼륨은 인체 세포 내 필수적인 전해질 중 하나다. 칼륨은 세포의 전기적 활성화, 세포 내 대사, 세포 용적 변화, 산-염기 평형 조절 등 세포의 대사에 가장 기본적인 전해질 중 하나로 칼륨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아 너무 많거나 너무 떨어지게 되면 세포대사가 잘 되지 않아 신경이나 근육 관련 이상증상을 흔히 초래한다.  

팔다리가 저리거나 마비가 오는 '신경 문제'나 근육에 힘이 없거나 녹는 것 같은 '근육 문제'가 양쪽 팔다리 같이 신체 양측에 생겼을 때, 혈액검사를 통해 꼭 확인해봐야 하는 수치가 있다. 바로 체내 '칼륨' 수치다. 혈액 내 칼륨 수치(정상 범위 3.5~55mmol/L)가 3.5mmol/L 미만일 때, 이같은 증상이 초래될 수 있는 까닭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흔히 나이 들어 혈액 내 칼륨 수치가 떨어져 있을 때, 의심해볼 수 있는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인구 4만명 당 1명 꼴로 발견되는 '지텔만증후군(Gitelman syndrome)'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신장내과를 찾아오는 유전질환 중 비교적 흔한 질환 중 하나"라며 "지텔만증후군은 소아 때 괜찮다가 성인이 돼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지텔만증후군의 증상 스펙트럼은 아주 넓다. 김세중 교수는 "지텔만증후군의 증상은 굉장히 다양한데, 증상이 전혀 없고 그냥 피검사만 아주 경증으로 조금 감소돼 있고 증상이 평생 없는 환자도 있다. 또 증상이 아주 심해 근육경련, 근육마비가 있을 수 있고, 드물게 복통, 구토 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텔만증후군이 나타나는 원인은 콩팥에 있다. 김 교수는 "지텔만증후군은 콩팥의 기능 중 칼륨 조절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증후군"이라며 다른 콩팥 기능인 노폐물 배설, 조혈·혈압·뼈 호르몬 조절 기능은 모두 정상인데, SLC12A3, CLCNKB 유전자 변이로 인해 신장 칼륨을 배설하고 칼륨을 재흡수하는 기능에 문제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김세중 교수는 "지텔만증후군은 (콩팥의 미세구조물 중 하나인) 세노관에서 흡수가 잘 안 되고 배설이 증가해서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 소변검사를 해보면 칼륨이 굉장히 많이 증가돼 있다. 칼륨이 부족한데도 소변으로 계속 많이 나가 '콩팥이 저칼륨혈증의 범인이다'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지텔만증후군은 다른 유전성희귀질환 중 예후가 좋지만, 극히 드물게 투석을 받거나 신장이식을 받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환자도 있다. 김세중 교수는 "아주 드물게 전해질 '칼륨' 조절이 안 돼 심정지가 여러 번 오는 지텔만증후군 환자가 있다"며 "이들은 칼륨 조절 때문에 신장이식을 받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다"고 짚었다.

지텔만증후군일 때는 저칼륨혈증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저칼륨혈증과 함께, 저마그네슘혈증, 대사성알카리증, 저칼슘뇨증, 고마그네슘뇨증이 동반된다. 김 교수는 "칼륨이 떨어질 때 마그네슘이 같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칼륨이 떨어지면 대사성알카리증이 동반될 수 있다. 소변검사에서는 칼슘은 너무 낮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텔만증후군의 특징을 알면 사실 빠른 진단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진단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김세중 교수는 "간단하게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해 저칼륨혈증, 저마그네슘혈증, 대사성알카리증, 저칼슘뇨증, 고마그네슘뇨중의 조건을 다 만족하면 지텔만증후군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유전자검사로 확진한다"고 했다. 

지텔만증후군은 현재 완치법은 없지만, 꾸준한 치료제 복용과 식이관리를 통해 칼륨 수치를 잘 조절하면 천수를 누릴 수 있는 병이다. 혈액 내 칼륨 수치를 확인해 칼륨약인 '케이콘틴'의 용량을 정해 투약하는 것이 기본 치료이고, 여기에 마그네슘 수치까지 떨어져 있는 환자에 한해 마그네슘약인 '마그밀'까지 추가한다. 

케이콘틴만으로 혈액 내 칼륨 수치를 조절하기 힘든 지텔만증후군 환자는 '칼륨 배설 감소 이뇨제'인 스피로놀락톤, 아밀로라이드 등을 추가로 복용해야 한다. 케이콘틴의 경우 용량이 너무 늘어나면 위장장애 부작용이 초래되기 때문에, 칼륨 배설 감소 이뇨제를 추가로 써서 조절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칼륨 배설 감소 이뇨제를 쓰기도 한다. 바로 저칼륨혈증으로 대사성알칼리증이 너무 심할 때가 그 경우이다. 김 교수는 "칼륨 배설 감소 이뇨제를 쓰면 약간 산증으로 바뀐다"며 "대사성알칼리증이 너무 심한 환자의 경우에는 (인체 산염기 조절을 위해) 칼륨 배설 감소 이뇨제를 같이 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칼륨약과 칼륨 배설 감소 이뇨제로도 칼륨 수치가 잘 교정되지 않는 지텔만증후군 환자도 있다. 이때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칼륨혈증으로 저혈압이나 저혈량증이 너무 심한 지텔만증후군 환자에는 우선 염화나트륨을 추가한다. 김세중 교수는 "이런 환자는 다음 단계로 가루로 된 염화나트륨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 콩팥병에 금기인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NSAIDs,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도 쓰인다. 김 교수는 "NSAIDs의 특징 중 하나가 칼륨을 올리는 효과"라며 "칼륨을 올리는 특성 때문에 지텔만증후군에서는 칼륨약, (칼륨 배설 감소) 이뇨제를 써도 저칼륨혈증이 계속 있는 환자에게 NSAIDs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약을 추가로 써도 충분하게 칼륨 수치를 조절하기 힘들 때, 또 다른 대안이 있다. 김세중 교수는 "혈압약들 중 칼륨을 올리는 혈압약들이 있어서 쓰는데, 이런 약제들은 혈압약이기 때문에 혈압이 내려갈 위험이 있어서 제한적으로 정말 (칼륨 수치가) 교정이 잘 되지 않을 때에 한해 앞선 약제들에 추가해 더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저칼륨혈증이나 저마그네슘혈증이 너무 심해 부정맥, 경련으로 중환자실에 갈만큼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가 아주 드물게 있다. 김 교수는 "이때는 신장이식을 해서 환자가 일상복귀가 가능하다는 증레 보고가 돼 있고, 또 체액량 감소 등이 반복돼 콩팥 기능이 탈수 때문에 망가지면서 투석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에 더해 지텔만증후군 환자는 칼륨이 많이 있는 음식을 신경 써서 챙겨먹는 식이관리도 중요하다. 칼륨은 잡곡, 채소, 과일 같은 음식에 많다. 칼륨이 많은 채소는 양송이, 쑥, 늙은호박, 단호박, 물미역, 부추 등이고, 칼륨이 많은 과일로는 토마토, 멜론, 참외, 곶감, 바나나 등이 꼽힌다. 해조류인 김, 미역에도 칼륨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텔만증후군 환자는 저염식을 권하는 다른 콩팥병 환자들과 달리 염분 소실도 흔히 동반되기 때문에 짜게 먹는 것도 괜찮다. 김세중 교수는 "오히려 너무 (염분이) 부족해 저혈압이 있는 환자는 소금을 약으로 준다"고 말했다. 특별히 지텔만증후군 환자에게 제한하는 음식은 없지만, 지텔만증후군 환자는 탄수화물은 조금 덜 먹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세포 외에 있는 칼륨을 세포 속으로 이동시키게 하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비만'이 동반된 환자는 체중 조절을 같이 하는 것이 좋다. 다만, 구역, 구토, 복통으로 식사 섭취 적어 체중 감소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다.

김세중 교수는 "이때는 근육이나 뼈, 간 등에도 칼륨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체중을 일단 늘려 '칼륨저장고'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다"며 체중이 빠질 정도로 지텔만증후군 증상이 심각할 때는 체중을 늘리게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면서 치료를 이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