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췌장암, 진행 빨라…병원쇼핑으로 치료 늦어져선 안 돼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박준성 교수에게 듣는 '췌장암' 췌장암, 증가세 지속…2030~2035년 4위 다발암 예상 10갑년 이상 흡연·10년 넘은 당뇨·췌장물혹 등 고위험 항암치료 '폴피리녹스요법' 도입 뒤 췌장암 치료 성적↑ 췌장암 유전자변이 타깃 신약들 나오면 예후 개선 기대
췌장암은 국내 10대 다발암 중 완치율(5년 상대생존율)이 15%대 전후에 불과할만큼 예후가 나쁜 암으로 악명 높다. 그러나 췌장암에도 희망이 있다. 췌장암은 현재 치료 성적이 낮은 것은 분명하지만, 치료 성적에서 확실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5년 생존율은 2001~2005년 8.4%, 2006~2010년 8.6%로 10%조차 넘지 못했지만, 2011~2015년엔 11.0%, 2016~2020년엔 15.1%, 2018~2022년엔 16.5%로 지속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췌장암 치료 성적 향상은 항암치료 '폴피리녹스요법'의 도입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췌장암 치료 성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견되는 것도 있다. 바로 KRAS G12C·G12D·G12V, BRCA1·2, 클라우딘18.2 등 다양한 췌장암 치료 타깃에 맞춘 '정밀의료'의 도입이 그것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췌장암 치료를 통해 앞으로 췌장암 치료 성적이 상승 추이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박준성 교수를 만나 국내 췌장암의 진단과 치료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 췌장암은 국내 다발암 8위에 랭크된 10대 암 중 하나로, 최근 인구 고령화와 함께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신규 진단 환자는 2021년 9,190명에서 2022년 9,790명으로 뚜렷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인구 고령화 외에 췌장암 발병이 국내에서 증가하는 이유가 있나? 또 앞으로 국내 췌장암 환자 추이는 어떻게 변화될 것이라고 보나?
우선 췌장암 환자가 국내 계속 늘고 있는데, 이는 인구고령화도 연관 있지만 지방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국내 식습관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 또 조기 발견이 많아진 것도 췌장암 환자가 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예전에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췌장암 전암성 병변인 췌장물혹(췌장낭종)이 최근 진단되고 있고, 췌장물혹 중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제거한 병변 중 췌장암 초기인 것으로 확인된 경우도 종종 있다.
국내 췌장암 환자는 앞으로 더 늘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 국가암등록통계 자료를 기초로 AI(인공지능)가 유추해낸 데이터나, 10~15년 격차를 두고 일본 데이터를 따라가는 국내 현실을 봤을 때, 국내 췌장암 환자는 더 늘 것이라고 본다.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예측에서 2030~2035년 췌장암은 갑상선암, 폐암, 유방암과 함께 4위 다발암이었다. 지금 한 해 9,000명대의 신규 췌장암 환자가 나오고 있는데, 그때쯤이면 한 해 4만명 정도까지 췌장암 신규 환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 췌장암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위험인자로 흡연, 음주, 비만, 잘 조절되지 않은 혈당, 만성췌장염, 췌장물혹을 비롯해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 같이 유전 성향도 확인되는 것으로 아는데, 의료현장에서 이같은 위험인자가 있는 췌장암 환자에게 실제 높은 발생 경향이 확인되나?
췌장암에서 가장 뚜렷한 경향성이 확인된 것은 '흡연'이다. 또 '잘 조절되지 않은 혈당'은 당뇨병이 있어서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때 췌장암 위험이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제까지 혈당이 잘 조절되다가 특별한 일 없이 갑자기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때 췌장암이 생겼을 가능성이 조금 높다는 뜻이다. 만성췌장염은 전문 의료진의 말이 조금씩 다를만큼 췌장암 위험인자로 조금 애매하다. 하지만 만성췌장염이 있으면 염증이 계속 췌장을 자극해 췌장암이 발생할 위험이 조금 증가할 것으로는 여겨진다.
또 췌장물혹은 종류가 많은데 거의 대부분 양성으로 괜찮고, 췌장물혹 중 점액성 낭종과 췌장 내 유두상점액종양(IPMN) 2가지가 제일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 등이 있으면 췌장암 발병 위험이 당연히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방암, 난소암에서만큼 췌장암에서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또 직계 3대(代) 가족 중 60세 미만에 췌장암이 생긴 사람이 2명 이상인 가족력이 있으면 췌장암 위험이 2~3배로 굉장히 많이 올라간다.
- 수술 가능한 초기 췌장암은 전체 환자의 20% 수준으로 알려질만큼,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잘 안 되는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에서 국한 병기 환자비율이 13.8%, 국소진행 병기 환자비율이 31.3%, 원격전이 병기 환자비율이 43.8%, 병기 미확인 환자비율이 11.1%로, 췌장암은 조기 발견 비율이 낮다. 췌장암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검진 전략이 있다면?
사실 췌장암 가족력이 있으면 40세 이상부터 건강검진으로 췌장암 스크리닝을 하라는 권고를 외국에서 하는 곳도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없다. 췌장암 고위험군은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나 유전성 췌장염 환자를 꼽을 수 있다. 실제 만성췌장염 환자 20% 정도가 유전성 췌장염이다. 또 췌장암 관련 유전자 변이인 BRCA 등이 있는 환자, 당뇨병이 10년 이상 된 사람, 10갑년 이상의 흡연력(매일 담배 한 갑씩 10년을 흡연했거나 매일 담배 2갑씩 5년을 흡연한 경우)이 있는 사람도 고위험군이다.
또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췌장물혹이 발견된 사람도 췌장암 고위험군일 수 있는데, 정기적으로 물혹 상태를 체크했을 때 안 자라면 단순 물혹으로 볼 수 있고 크기가 자라면 췌장암 고위험군으로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통 5년간 췌장물혹이 안 자라면 크게 위험이 없다고 보는데, 10년까지는 주기적으로 췌장물혹 상태를 확인할 것을 권한다. 췌장물혹 이외의 고위험군은 사실 권할만한 검진 전략이 없다. 40세 이상이면 복부초음파검사를 주기적으로 해보는 것 정도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최근 췌장암이 국내에서 워낙 많이 늘면서 내과 개원의 연수강좌에서 췌장암 고위험군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는데, 이를 통해 옛날에는 다 놓쳤던 췌장암 고위험군이나 초기 췌장암 환자들을 빨리 찾아내고 있다. 복부초음파검사에서 췌장관이 늘어나 있거나 췌장이 위축돼 있거나 물혹 같은 음영이 있을 때 개원의가 빨리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면서 과거보다 빠르게 췌장암으로 진단되는 환자들이 나오고 있다.
-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 증상은 무엇인가? 또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긴 암인 췌두부암은 비교적 황달이 초기에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데, 췌장암 발생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나?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명치, 옆구리, 등, 허리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이다. 특히 똑바로 누워 자면 허리가 아픈데 웅크리고 자면 괜찮을 때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췌장이 등뼈 바로 뒤에 있어 췌장암이 있으면 똑바로 누웠을 때 등뼈 쪽의 신경들을 누르게 돼 통증이 생긴다. 반면 웅크리고 자면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덜 아파한다. 또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담도를 막기도 해 췌장암 초기에 황달이 생길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 췌장암 증상은 발생 위치와 상관 없이 비슷비슷하다.
- 췌장암 진단은 어떻게 하나? 또 췌장암 진단 뒤, 어떤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가?
예전에는 췌장암을 의심하고 수술해 조직검사를 해서 확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복부 CT, MRI를 하고 내시경초음파검사로 조직검사를 해서 암이 확실히 발견됐을 때 치료를 시작한다. 또 췌장암이 확진되면 초기든, 말기든 상관 없이 루틴으로 CT, MRI, PET-CT(양전자단층촬영,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의약품을 이용해 인체 생리화학적·기능적 영상을 3차원으로 얻는 검사)를 해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 췌장암 치료는 수술 가능 여부에 따라 '절제 가능 췌장암'과, 바로 절제가 힘들지만 선행치료에 따라 나중에 절제가 가능한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 수술이 불가능한 '절제 불가능 췌장암'으로 나누는 것으로 안다. 각각 어떤 치료가 이뤄지고 있나?
췌장암 초기인 '절제 가능 췌장암'도 항암치료를 하는데, 최근에는 선행항암치료도 하고 있다. 선행항암치료를 하고 나서 수술하는 환자와 수술 뒤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가 절제 가능 췌장암에서 요즘 50대 50인데, 어떤 치료가 더 우수한지 아직 모른다. 현재 암정복과제로 공동다기관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호주, 대만도 참여하는 국제컨소시엄 연구로 결과는 아마 5년이 지나야 나올 것 같다.
또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은 수술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항암치료를 먼저 하는데, 수술로 넘어오는 환자 비율이 20~30% 정도이다. 수술이 안 된다고 판명되면 계속 항암치료를 하고 방사선치료를 하기도 한다. '절제 불가능 췌장암'은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하는데, 보통은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추가 치료 옵션으로 방사선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 췌장암 치료 성적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5년 상대생존율이 15%를 넘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16.5%로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다. 어떤 요인으로 췌장암 치료 성적이 오르고 있는 것인가?
췌장암 치료 성적이 올라간 것은 항암치료 기술이 많이 발전한 게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폴피리녹스(FOLFIRINOX) 요법(옥시플라틴, 류코보린, 이리노테칸, 5-플루오로우라실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이 췌장암에 도입되면서 몇 년 전만 해도 췌장암 5년 상대생존율이 15% 이하였는데, 최근 15%를 넘어섰다. 그러나 폴피리녹스 요법의 효과는 16.5%가 정점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다른 항암제가 나와야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췌장암 주요 치료법 중 하나인 수술치료에서의 진보는 무엇인가?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의 도입이다. 최소침습수술이기 때문에 개복수술에 비해 췌장암 환자가 빨리 회복된다는 장점이 있는 까닭이다. 또 서울대병원 데이터에서 로봇수술의 경우에 개복수술보다 조금 더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이 좋은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개복수술보다 로봇수술을 한 환자가 더 빨리 회복하고, 그 결과로 영양상태가 훨씬 더 좋아진 상태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건강보험 비급여 치료인 로봇수술을 받을 수 있을만큼의 경제적 여건이 좋은 췌장암 환자이기 때문에 가족 등 주변에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게 보다 더 지지를 잘 해줄 것이고, 경제적 여건 등으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충분히 치료를 잘 이어나갈 수 있는 것도 영향을 줬으리라 본다. 외과의의 수술치료 기법은 이미 연구로 표준화돼 세계 어디든 똑같은 수술을 한다. 수술 기법에서의 진보는 거의 끝에 도달했다고 본다.
- 췌장암 수술은 어떻게 하나? 췌장암은 재발이 잦은 암이기 때문에 수술할 때보다 많이 떼어내는 전략을 쓰나? 또 췌장암 수술은 합병증이 많고 어려운 수술로 알려지는데, 왜 그런가?
1970~1980년대엔 췌장암이 생겼을 때, 췌장을 모두 떼어내는 것이 치료 성적에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지금은 췌장의 미부(꼬리 부위)에 암 생겼을 때는 췌장 미부 전체를 절제하는 췌미부절제술을, 췌장의 두부(머리 부위)에 암이 생겼을 때는 췌장 두부 전체를 절제하는 췌두부절제술을 하는 것이 표준치료다. 물론 췌장미부와 췌장두부에 모두 암이 있으면 췌장 모두를 절제한다.
또 췌장미부나 췌장두부에만 암이 있어도 이미 췌장 전체가 위축돼 연결해봤자 췌장 기능을 못 할 것 같을 때도 췌장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힌다. 그것이 오히려 합병증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선호하게 된 것이다. 또 췌장 미부를 절제하는 것은 합병증이 별로 없는데, 췌장 두부를 떼어내면 소장(십이지장)하고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위험도가 높다.
수술을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췌장과 소장을 연결하면 췌장액이 조금 셀 수 있다. 췌장액의 가장 큰 역할이 단백질을 녹이는 것이다. 우리 몸은 거의 단백질이어서 췌장액이 세면 주변 혈관들이 터진다. 굉장히 위험한 합병증이다. 이런 까닭에 췌미부절제술보다 췌두부절제술이 위험도가 높은 수술로 알려진 것이고, 실제 합병증도 췌두부절제술이 췌미부절제술보다 많다.
-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종양미세환경이 딱딱하고 두터워서 항암제가 침투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약물치료가 잘 되지 않아 암이 더 진행하거나 결국 높은 사망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진다. 실제 췌장암은 미세전이를 잘 하는 암으로, 수술 뒤 재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를 위해 어떻게 하고 있고 재발 뒤에는 어떤 치료가 이어지나?
췌장암은 수술한 뒤 2년 내 재발하는 경우가 50~60% 정도 된다. 그래서 수술 가능한 췌장암에서 6개월 동안 추가적인 항암치료를 하고, 주기적으로 재발 확인을 한다. 만약 재발되면 항암치료를 지속한다. 또 항암치료를 통해 암의 크기가 많이 줄었는데, 딱 한 곳만 계속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수술적 치료를 다시 시도하기도 한다.
- 최근 췌장암에 췌장암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를 타깃한 정밀의료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 어떤 상황인가? 또 앞으로 췌장암 치료는 어떤 식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보나?
췌장암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이 밝혀진 상황이지만, 췌장암에 많은 유전자 변이를 타깃한 약은 현재 나와있지 않다. 췌장암에 많은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그에 맞는 약이 새롭게 나와야 하고,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 바구니형 임상시험(Basket Trial, 다양한 암종에서 보이는 동일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한 치료제 검증연구)과 우산형 임상시험(Umbrella Trial,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 단일 암종에 대한 여러 치료제 검증연구)을 통해 항암치료 연구를 많이 한다.
췌장암도 이런 임상시험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임상연구에 들어갈만한 유전자 변이(KRAS G12C)를 가진 췌장암 환자가 국내 거의 없다. 그래서 못 들어가고 있다. 췌장암은 KRAS 돌연변이 중 G12D, G12V가 가장 흔한데, 이를 타깃한 약은 없다. 사실 췌장암은 현재의 바구니형 임상시험 등에 들어가기에도 포션이 너무 작아서 환자들이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췌장암에 많은 유전자 변이를 타깃한 약이 나오면 앞으로 쓸 수밖에 없게 상황이 변화될 것이다.
사실 담도암에서 10~15년 전 유전자 돌연변이 등의 특성에 맞춰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는 논문을 썼을 때, 사람들이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다. 실제적으로 담도암의 경우에는 PD-L1이 양성이면 키트루다를 거의 대부분 쓰게 되고, HER2 유전자 돌연변이 양성이면 이를 타깃한 약제인 허셉틴을 쓸 수 있다. 앞으로 췌장암에서도 약이 많이 나오면 담도암에서처럼 쓸 수 있는 환경들이 마련될 것이라고 본다.
- 집에서 췌장암 수술 환자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위 배출 지연이다. 췌장암 수술할 때 위를 건드리지 않는데, 췌장암 수술 뒤 4~6주까지 위에서 음식물을 소장으로 잘 내려보내지 못하는 일이 흔히 생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지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위 배출 지연이 생긴 환자는 먹기만 하면 토하거나 소화가 안 돼 많이 힘들어 한다. 하지만 위 배출 지연은 수술 뒤 4~6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 다시 좋아지기 때문에 큰 일은 아니다.
- 췌장암 수술 뒤 기름변이나 심한 방귀 냄새로 힘들어 하는 환자도 있는데,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은 췌장암 수술만이 아니라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 생기는 문제로, 그때는 췌장효소가 들어 있는 약을 먹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이미 약을 먹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약 용량을 올려주면 된다. 문제는 그 약들이 다 건강보험 비급여라는 것이다. 보통 3달에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약이 너무 비싸서 환자들 중 한 달치씩만 처방해 달라는 사람들도 많다.
췌장암 환자들이 이 약들에 보험 급여를 해달라고 계속 요청하는데, 제약사가 급여 신청을 안 한다. 이 약은 췌장암 수술 환자가 안 쓸 수 없는 약인데, 이 약들이 건강보험 급여로 들어가면 소화제로 분류돼 약가가 크게 깎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급여 소화제는 모두 한 알에 70원이다. 어떤 제약사에서 70원으로 급여 신청을 하겠나. 환자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제약사에선 안 움직인다.
- 췌장암 수술로 소화액을 분비나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수술 뒤에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좋은가?
이론적으로 췌장은 기능이 10%만 있어도 소화에도 문제 없고 당뇨병이 안 생긴다고 하는데, 췌장암 수술로 췌장 절반 정도만 잘라도 당뇨병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다. 췌미부절제술을 하면 2년 내 60~70%에서 당뇨병이 생기고, 췌두부절제술을 하면 2년 내 30~40% 정도에서 당뇨병이 생긴다. 그래서 췌장암 수술 환자는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혈당 체크를 하고, 만약 당뇨병이 생겼다면 그에 맞춰 내분비내과와 협진해 적극적으로 당 조절을 한다.
췌장암 수술 뒤에는 술, 담배 빼고 아무 것이나 '소량씩', '자주' 잘 먹는 게 제일 좋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도 환자가 먹고 설사를 안 하고 잘 소화시킬 수만 있으면 먹어도 된다. 특히 단백질은 잘 챙겨먹는 것이 좋다. 또 지방이 너무 많으면 안 좋다거나 당뇨가 걱정돼 잘 먹지 않으면 오히려 영양결핍이 생겨 췌장암 치료 성적에 훨씬 안 좋다. 편식, 과식은 안 좋고 소량씩 자주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또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췌장암 환자와 가족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췌장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나 가족들이 굉장히 실망한다. 치료 성적이 너무 안 좋다보니 당연히 실망하는데, 그러면서 각자 유튜브 등을 통해 여러 돌파구를 찾는다. 그런데 췌장암은 이미 치료법이 정립돼 있다. 췌장암 치료성적이 지금 안 좋기는 하지만, 최근 치료 성적이 올라간 것은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를 한 덕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입증된 치료를 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또 병원쇼핑을 하면서 췌장암 치료 시기를 늦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췌장암은 진행이 엄청 빠르기 때문에 한두 달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방 대학병원에서 진단받고 바로 치료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겠다고 2~3달 기다렸다가 더 안 좋아지는 환자를 종종 본다. 췌장암은 모든 병원이 동일한 방법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굳이 치료를 늦출 필요가 없다.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면 표준화된 치료법으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