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증에 뇌·심장·신장에 결절 초래하는 유전성희귀질환 '결절성경화증'

여성 결절성경화증 환자, 폐 평활근 두꺼워지는 일 남성보다 흔해 사춘기 넘어간 여성, 폐기능검사·폐CT로 정기적인 스크리닝 필요 엠토르억제제 '에베로리무스'로 급여치료 가능…여러 증상 개선해

2025-05-22     김경원 기자

피부 백반증에 뇌, 심장, 신장 등에 결절을 초래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단백질 합성, 대사 조절, 세포 분화 등 세포 활동에 관여하는 엠토르(mTOR) 시그널과 관련된 TSC1, TSC2 단백의 문제로 몸 여기저기 결절이 생기는 '결절성경화증'이 그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이범희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의대도서관-[월간 이.범.희]'에서 "결절성경화증은 PTEN 과오종종양증후군, 클리펠-투라우네이-베버증후군과 쭉 연결되는 질환인데, 그 중 제일 흔하다"고 짚었다. 

결절성경화증 환자는 어떻게 발견될까? 이범희 교수는 산전초음파검사에서 심장에 횡문근종이 있으면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 '백반증'이 있고 귤껍질처럼 피부가 살짝 튀어나와 있을 때 "결절성경화증을 의심한다"고 말했다.

결절성경화증을 의심하고 검사를 진행하면 또 다른 증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좀 더 검사를 하다보면 뇌에 결절 같은 것이 생겼을 수 있다. 뇌 MRI를 찍어보면 뇌실 주변으로 조그마한 결절들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뇌에 생긴 결절들로 인해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범희 교수는 "발작이 생길 수 있다"며 "뇌 MRI 중요한 소견이 SEGA(Subependymal Giant Cell Astrocytoma,뇌실막밑 거대성상세포종)로 크기가 큰 성상세포종이면 뇌실을 막을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코 주변으로 혈관섬유종이라는 여드름과 비슷한데 종기 같은 게 굉장히 우들우들하게 날 수도 있다"며 "이때는 라파마이신을 연고로 만들어 바르면 좀 좋아진다"고 말했다.

결절성경화증 증상은 환자마다 다르다. 이범희 교수는 "어떤 환자는 심장은 깨끗하고 뇌에만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환자는 피부에 소견이 있고 심장에 조금 횡문근종이 의심되는 게 있는데 뇌는 깨끗하다"고 설명했다.

또 결절성경화증은 나이가 들면서 증상에 변화가 오기도 하는데,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나쁜 변화도 있다.  

이 교수는 "심장의 심실 안에 횡문근종이 있을 때 혈액이 빠져나가는 곳(Outflow)을 막아버리면 심장기능에 큰 문제가 올 수 있는데, 심장에 있는 횡문근종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들면서 콩팥에 혈관근지방종(angiomyolipoma, AML)인 양성종양이 생길 수 있고, 최근에는 콩팥 외에 췌장 등에도 생길 수 있다고 알려진다"며 "이 중 일부가 암이 생길 수 있어 나이가 들면서 콩팥을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 결절성경화증 환자는 폐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남성 결절성경화증 환자보다 높아 사춘기 이후 정기적인 폐검사가 요구된다. 

이범희 교수는 "여성의 경우, 폐의 평활근이 두꺼워질 수 있는데, 그것이 폐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다른 원인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여성호르몬과 좀 연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여성은 사춘기가 넘어가면 폐기능검사를 하고 폐CT 스크리닝을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결절성경화증은 엠토르억제제인 '에베로리무스'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질환에는 에베로리무스라는 급여가 되는 약이 나와 있다"며 에베로리무스는 신장암이나 폐가 두꺼워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베로리무스를 모든 결절성경화증 환자가 급여 약제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범희 교수는 "이 약은 수술하기 어려운 SEGA가 있으면 급여가 된다. 또 콩팥에서 혈관근지방종이 좀 더 진행되는 것 같은데 아직 수술하기 이를 경우에 보험이 된다"며 "이런 목적으로 약을 먹었을 때 다른 증상들도 좀 더 개선된다"고 짚었다. 

그러나 발작을 굉장히 심하게 하는데, SEGA 크기가 크지 않으면 에베로리무스의 급여가 현재는 안 된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신생아에서 이 약이 심장에 있는 횡문근종에 효과가 있다는 여러 논문이 있는데, 그것도 급여가 아직 인정이 안 되고 있다"며 약이 있는데도 급여 치료 문턱이 높아 여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희귀질환의 현실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