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증에 뇌·심장·신장에 결절 초래하는 유전성희귀질환 '결절성경화증'
여성 결절성경화증 환자, 폐 평활근 두꺼워지는 일 남성보다 흔해 사춘기 넘어간 여성, 폐기능검사·폐CT로 정기적인 스크리닝 필요 엠토르억제제 '에베로리무스'로 급여치료 가능…여러 증상 개선해
피부 백반증에 뇌, 심장, 신장 등에 결절을 초래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단백질 합성, 대사 조절, 세포 분화 등 세포 활동에 관여하는 엠토르(mTOR) 시그널과 관련된 TSC1, TSC2 단백의 문제로 몸 여기저기 결절이 생기는 '결절성경화증'이 그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이범희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의대도서관-[월간 이.범.희]'에서 "결절성경화증은 PTEN 과오종종양증후군, 클리펠-투라우네이-베버증후군과 쭉 연결되는 질환인데, 그 중 제일 흔하다"고 짚었다.
결절성경화증 환자는 어떻게 발견될까? 이범희 교수는 산전초음파검사에서 심장에 횡문근종이 있으면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 '백반증'이 있고 귤껍질처럼 피부가 살짝 튀어나와 있을 때 "결절성경화증을 의심한다"고 말했다.
결절성경화증을 의심하고 검사를 진행하면 또 다른 증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좀 더 검사를 하다보면 뇌에 결절 같은 것이 생겼을 수 있다. 뇌 MRI를 찍어보면 뇌실 주변으로 조그마한 결절들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뇌에 생긴 결절들로 인해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범희 교수는 "발작이 생길 수 있다"며 "뇌 MRI 중요한 소견이 SEGA(Subependymal Giant Cell Astrocytoma,뇌실막밑 거대성상세포종)로 크기가 큰 성상세포종이면 뇌실을 막을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코 주변으로 혈관섬유종이라는 여드름과 비슷한데 종기 같은 게 굉장히 우들우들하게 날 수도 있다"며 "이때는 라파마이신을 연고로 만들어 바르면 좀 좋아진다"고 말했다.
결절성경화증 증상은 환자마다 다르다. 이범희 교수는 "어떤 환자는 심장은 깨끗하고 뇌에만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환자는 피부에 소견이 있고 심장에 조금 횡문근종이 의심되는 게 있는데 뇌는 깨끗하다"고 설명했다.
또 결절성경화증은 나이가 들면서 증상에 변화가 오기도 하는데,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나쁜 변화도 있다.
이 교수는 "심장의 심실 안에 횡문근종이 있을 때 혈액이 빠져나가는 곳(Outflow)을 막아버리면 심장기능에 큰 문제가 올 수 있는데, 심장에 있는 횡문근종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들면서 콩팥에 혈관근지방종(angiomyolipoma, AML)인 양성종양이 생길 수 있고, 최근에는 콩팥 외에 췌장 등에도 생길 수 있다고 알려진다"며 "이 중 일부가 암이 생길 수 있어 나이가 들면서 콩팥을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 결절성경화증 환자는 폐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남성 결절성경화증 환자보다 높아 사춘기 이후 정기적인 폐검사가 요구된다.
이범희 교수는 "여성의 경우, 폐의 평활근이 두꺼워질 수 있는데, 그것이 폐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다른 원인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여성호르몬과 좀 연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여성은 사춘기가 넘어가면 폐기능검사를 하고 폐CT 스크리닝을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결절성경화증은 엠토르억제제인 '에베로리무스'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질환에는 에베로리무스라는 급여가 되는 약이 나와 있다"며 에베로리무스는 신장암이나 폐가 두꺼워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베로리무스를 모든 결절성경화증 환자가 급여 약제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범희 교수는 "이 약은 수술하기 어려운 SEGA가 있으면 급여가 된다. 또 콩팥에서 혈관근지방종이 좀 더 진행되는 것 같은데 아직 수술하기 이를 경우에 보험이 된다"며 "이런 목적으로 약을 먹었을 때 다른 증상들도 좀 더 개선된다"고 짚었다.
그러나 발작을 굉장히 심하게 하는데, SEGA 크기가 크지 않으면 에베로리무스의 급여가 현재는 안 된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신생아에서 이 약이 심장에 있는 횡문근종에 효과가 있다는 여러 논문이 있는데, 그것도 급여가 아직 인정이 안 되고 있다"며 약이 있는데도 급여 치료 문턱이 높아 여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희귀질환의 현실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