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궁내막암 생존자, 치료 이후가 더 중요하다

[KSGO의 '부인암' Deep Dive] 고신대복음병원 산부인과 김은택 교수

2025-06-20     고신대복음병원 김은택 교수

부인암은 여성의 생식기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이 중 자궁경부암, 자궁체부암, 난소암을 3대 부인암이라고 말한다. 저출산과 고령 임신, 서구화된 식생활 등의 영향으로 자궁체부암과 난소암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선별검사의 활성화로 조기발견율이 높지만 난소암의 경우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자궁체부암의 경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20~40대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부인암 전문가인 대한부인종양학회와 함께 <KSGO의 '부인암' Deep Dive>를 연재한다. 부인암의 진단과 치료에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자궁내막암, 왜 계속 늘고 있을까?

자궁내막암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발병률이 높은 부인암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발병률이 증가되고 있다.

그림 1. 국내 자궁내막암 발생률 추이 (점차적 증가 추세)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내막암은 여성 암 발생 순위 8위에 해당하며, 전체 여성 암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비만 인구의 증가, 당뇨병 등 대사질환의 유병률 증가, 초경 연령의 조기화, 출산율 저하 등이 자궁내막암의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자궁내막암은 대부분 비교적 예후가 좋은 1기에서 진단되며,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부인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치료 이후의 건강관리까지도 포함한 ‘전체 암 여정’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비만과 대사질환: 단순한 위험인자를 넘어서

비만은 자궁내막암 발생에 있어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 중 하나이다.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경우 자궁내막암의 발생 위험은 정상 체중에 비해 최대 3~4배 이상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체지방이 많은 여성은 지방조직에서 생성되는 에스트로겐의 양이 많아, 무배란 상태에서 내막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는 것이 주요한 병리 기전이다. 특히, 타입 I 자궁내막암(호르몬 의존형)은 이러한 무배란성 에스트로겐 과다노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비만은 치료 후 재발률을 높이고, 수술 및 항암치료 후의 회복 속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더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의 구성 요소들은 모두 자궁내막암의 위험을 상승시키는 독립적인 인자이다.

따라서 자궁내막암 생존자는 단순한 종양 추적검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체중 감량과 대사 질환의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주목받는 체중 감량 약제인 GLP-1 수용체 작용제(대표적으로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등)는 자궁내막암의 위험인자인 비만과 대사질환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이 약물들은 체중 감소뿐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염증 수치, 호르몬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항암 환경 조성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장내 인크레틴 호르몬인 GLP-1을 모방하여 인슐린 분비 촉진, 식욕 억제, 체중 감량 및 대사 개선 효과를 유도하는 약제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자궁내막암 환자 및 고위험군 여성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병용하는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GLP‑1계 약물: 체중 조절·대사 개선 통한 자궁내막암 관리의 잠재적 전략

대표적으로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보조요법으로 사용하여, 체중 감량과 대사 상태 개선을 통해 항암치료 반응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ClinicalTrials.gov ID : NCT06751589). 이러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자궁내막암의 치료 전략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무작위 대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s)의 결과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 또는 대사이상을 동반한 자궁내막암 환자에게는 현실적인 치료 보완 전략으로 고려할 수 있다.

치료 이후 관리: 단순한 추적검사를 넘어서는 접근 필요

자궁내막암은 비교적 예후가 양호한 암종이지만, 치료 이후의 건강관리가 미흡할 경우 재발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이차 암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비만과 대사질환은 자궁내막암의 재발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서 염증 억제 및 대사 환경 개선을 통해 종양 미세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보조적 치료 전략으로 제한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장기 안전성, 병용요법의 적절성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접근은 자궁내막암의 여러 가지 유형 중 타입 I 자궁내막암(호르몬 의존형)에서 특히 적용 가능성이 있으며, 일차적인 치료 전략은 여전히 생활습관 개선—즉,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체중 조절이 우선돼야 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이와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 어려운 환자에서 보조적 치료로 고려될 수 있으며 부인종양 전문의, 내분비내과, 영양 전문가 등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개인 맞춤형 관리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신대복음병원 산부인과 김은택 교수

김은택 교수는 고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신대 복음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수련을 마친 후, 부산대병원에서 부인종양학 전임의 과정을 수료한 부인암 세부전문의로 진료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고신대 복음병원 산부인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 주요 부인암과 유전성 부인암 상담을 포함한 부인종양 진료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또한 심부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난소종양, 자궁탈출증 등 다양한 부인질환도 함께 진료하고 있으며, 특히 최소침습수술과 단일공 로봇수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부인종양연구회 수술분과위원회 및 자궁체부암 세세부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한부인종양학회 유전성부인암위원회 간사, 법제위원회 및 홍보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대한골반신경연구회,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정회원으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